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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May 19. 2021

대리사회(김민섭, 2016)

노동의 본질은 대리다.

309 1201호라는 필명으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을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작가는 2015 대학을 완전히 떠난다. 그리고 '김민섭'이라는 본명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대리사회'(김민섭, 2016, 와이즈베리) 읽고  작가를  만나고 싶었다. 따뜻함과 날카로움이 묘하게 공존하는 멋진 책이었다. 슬픈데 웃긴 책이었고, 희망과 절망이 묘한 경계를 타고 있었다. 내가 일했던 사무공간에 다른 강의로  작가를 만날  있었고,  이후 나는 비영리 부문에서 작가님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무진 애를 썼던  같다.


각설하고, 대리사회는 대리기사를 직접 하면서 느낀 노동의 본질, 사회의 본질을 경험과 사유를 절묘하게 결합하여  멋진 책이다. 대리기사로 타인의 운전석에 앉으면  가지의 '통제' 경험한다고 한다. 첫째는 운전에 필요하지 않은 모든 '행위' 통제, 둘째는 '' 통제, 셋째는 '사유' 통제다.

작가는 행위, , 사유의 통제가 가해지는 사회를 대리사회로 규정한다. 대리사회는 대리인간을 원하고 대리인간은 스스로 판단하고 질문하는 법을 점차 잊어가는 인간이다. 노동의 본질이 '대리'라는 것도 동의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을 해야 먹고살  있는 우리는 언제든 대리인간이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나도 살아가면서 수많은 '나의 대리인간' 원했고, 그렇게 사용해 왔다.

이 책에 있는 삽화와 작가의 대리 일기는 참 좋다. 그중 위의 삽화와 글은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갑을 마주하려는 을의 앞을 막아서는 것은 또 다른 을들이다' 막아선 을들은 갑의 대리인간이면서도, 주체로 굳게 믿고, 스스로가 괴물이 되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대리인간으로 살 것인가? 주체로 살 것인가? 는 우리가 선택해야 문제인데, 선택권이 우리한테 있는지? 그리고 선택권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여러 질문이 남겨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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