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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Mar 25. 2021

공부란 무엇인가(김영민, 2020)

자신만의 뮤즈를 찾아야 한다.

2018년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라는 칼럼 하나가 전국을 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리운 가족이 모이는 민족 최대의 명절, 아름다운 명절 '추석'을 되묻는 칼럼은 불편한 진실을 날카롭지만 유머러스하게 일갈하고 있었다. 칼럼의 주제의식도 좋았지만, 더 좋았던 것은 글 솜씨였다. 부러웠다. 닦고 연마한 내공이 듬뿍 느껴졌다.


추석을 되물었던 서울대 김영민 교수가 이번에는 '공부란 무엇인가'(김영민, 2020, 어크로스)라는 책을 통해 공부를 되묻고 있었다. 'OOO이란 무엇인가?' 그 어떤 OOO을 넣어도 대답은 쉽지 않다. 단순한 질문에 쉽지 않은 답변을 김영민 교수는 어떻게 풀어갈까 궁금했다. 피식 웃게 만드는 농담 같은 글 속에 서늘한 비수를 감추고 있었다. 널뛰기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2018년 화제의 칼럼 같은 글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공부란 무엇인가?


1부에서는 공부의 길이 지적 성숙의 과정임을, 2부에서는 무용해 보이는 것에 대한 열정이 공부하는 삶이라는 것을, 3부에서는 공부의 기초는 질문과 맥락 만들기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4부에서는 공부의 심화는 생각이 정교화되는 것임을, 5부에서는 저자의 인터뷰를 통해 공부란 무엇인지를 소개한다.

공부란 무엇인가 중에서

책의 많은 부분이 뼈 때리는 글이었지만, 책을 덮고 나서 딱 생각난 문장은 '유익하고 재미있는 강의는 대개 많은 과제가 따르고, 흥미롭고 탄성을 자아내는 환경은 위험하기 마련이며, 창의적인 사람은 예민하거나 괴짜인 경우가 수두룩하다. 그리하여 마침내 자신만의 뮤즈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저자의 뮤즈는 바다괴물이란다. 그렇다면 나의 뮤즈는?

공부와 체력에 대한 부분도 참 좋았다. 헛소리를 하지 않으려면 체력 관리를 해야 하고, 기어이 무엇인가를 이루려면 사람은 장기전에 필수적인 체력을 길러야 한단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특히 세상을 좀 더 괜찮은 곳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비영리 재단을 운영하다 보니 체력이 왜 필요한지 절감한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와 손발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요하며,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일에도 체력이 필요하고, 가지 않은 길을 가려는 용기를 부릴 때도 체력은 필요하다. 그리고 책을 읽으려 해도 체력이 필요하다. 젊은 시절(물론 지금도 젊지만) 함부로 쓴 몸이, 체력이 아쉽게 느껴지는 현실을 가끔 만난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에게 주문처럼 '몸도 마음도 건강하라'는 메시지를 자주 보낸다.

공부란 무엇인가 중에서

나이가 점점 들면서 자기 경험을 절대화하는 사람을 많이 만난다. '자기가 보지 않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우기고, 자기가 못하면 안 해도 된다' 말하는 경우다. 나이를 잘 먹어야 한다. 저자의 말대로 중년이 되면 결핍을 느끼고 받아들여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낫다. 기억해야 한다!

공부란 무엇인가 중에서

공부를 하면 견해가 생긴다. 견해가 생기면 불편함이 따라오기도 한다. 침묵하기가 힘들다. 견해를 밝힌다. 상대는 불편해한다. 어색해진다. 나도 이런 경우가 참 많다. 그래서 침묵을 선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오히려 견해를 갖지 않으면 편안해진다. 침묵은 선택이 아니라 편안한 안식이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견해를 갖지 않으면 맞지도 않겠지만, 틀리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발전의 여지가' 없다.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 -특히 대학 신입생 혹은 대학원 신입생 - 에게는 필독서 같고,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되묻는 책이고, 이만큼 배우면 됐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각성의 책이다.


나는 솔직히 강렬하게 저자의 글솜씨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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