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 실무자와 NPO 실무자들의 속마음
기업사회공헌에 있어 비영리와의 파트너십을 필수적입니다. 단순 기부가 되었던, 함께 기획하고 진행하는 형태가 되었던 파트너는 있어야 합니다.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것은 서로에게 행복한 일입니다. DNA 자체가 다른 영리와 비영리의 만남이 쉽지는 않습니다. 필요에 의해서 만났지만 관계를 풀어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다 보니 기업과 비영리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기업사회공헌 관계자들도 많이 만나고, 비영리 분들도 많이 만납니다. 만남이 좀 깊어지면 속마음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기업사회공헌에 계신 분들은 비영리에 대한 속마음을 이야기하고, 비영리 분들은 기업사회공헌에 대한 속마음을 이야기합니다. '맞다. 맞다' 하면서 듣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속마음을 한번 알아보고 싶어서 기업사회공헌에서 일하는 분들과 비영리 분들에게 '이건 좀 싫다'라는 설문(?)을 개인적으로 조사했습니다.(조사한지는 좀 시간이 흘렀습니다) 서로에게 불편하고 불만이 있는 것 3가지씩 이야기해 달라고 했습니다. 고맙게도 부탁했던 분들이 다 응답을 해 주셨습니다. 총 30명, 각각 15명씩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 결과를 적어 보겠습니다.
기업사회공헌 실무자들이 비영리에게 불편했던 이야기
1) 실무자와 밥만 먹다 끝난다!
이 내용은 비영리의 아픈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비영리 실무자들이 자꾸 바뀐다고 합니다. 이직이 잦은 것입니다. 잘 해봅시다 하고 밥 먹고 나면 또 바뀐다고 합니다. 관계를 만들어 가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담당자가 자꾸 바뀌니 어렵다고 하는 내용입니다. 기업에게는 불편한 일이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비영리는 참 가슴 저린 이야기입니다.
2) 급할 때만! 돈 받으면 끝!
평상시 연락도 없던 별로 안 친한 친구가 갑자기 전화해서 다른 친구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전화번호 가르쳐 주면 바로 전화 끊고 또 연락이 없는 것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평상시 연락도 좀 하고(사실 평상시 연락하면 좀 귀찮아하거나 또 뭐 달라고 하나 해서 꺼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원받으면 그때부터 관계가 시작된다고 생각하면 좋겠다는 이야기입니다.
3) 한번 시작하면 끊임없이!
어떻게 인연이 닿아 일을 같이 하기 시작했는데, 이것도 저것도 요것도 끊임없이 요구하는 경우입니다. 끊임없는 요청에 대한 거절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4) 막무가내 찍어 누르기 한판!
의외로 많은 비영리들이 윗선(?)을 타고 지원요청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실무자를 건너뛰고 의사결정자를 바로 만나는 거죠. 이것도 오죽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누르기 한판을 당하는 기업사회공헌 실무자들은 힘이 빠진다고 합니다. 물론 역으로 윗선에 이야기를 해 주면 더 쉽다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소한 찍어 누르더라도 실무자에게 그 사실을 미리 알려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윗선 중심의 기업사회공헌의 의사결정 구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고요.
5) 아~~ 말이 잘 안 통해!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늘 겪는 일입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고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말을 해도 다르게 생각하고 들리는 것입니다. 서로의 다른 언어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대목이고 그래서 중간지원조직이 필요한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6) 관료적인 너무나 관료적인!
약간 의외의 결과였습니다. 기업사회공헌 관계자들이 일을 하다 보면 비영리조직이 권한 위임이 안되어 있고, 매우 위계적이라고 느낀다고 합니다. 실무자들끼리 얘기를 하다 보면 흔히 듣는 얘기가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관장님께 말씀드리고 다시 알려 드리겠습니다'라고 합니다. 비영리 실무자는 거의 아무 권한도 없는 것처럼 느낀다고 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 일 것 같은데..
7) 뭐 좋은 일이니까!
기업도 사회공헌의 방향이 있고, 리소스도 한정이 되어 있을 건데 무턱대고 찾아와서 '좋은 일이니까 도와주세요' 하는 경우가 많은 모양입니다. 무작성 조르기에 해당되는데.. 설마 아직도 이런 비영리가..
8) 계산은 맞아야지!
디테일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지원 요청을 하면서 계산이 안 맞거나, 지원 요청을 하는 기업이나 재단의 이름을 잘못 쓰거나 하는 경우입니다. 제 일하는 다음세대재단도 다음세대제단, 다음문화재단, 다음복지재단, 다음재단, 다음문화복지재단, 다움재단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가장 씁쓸한 것은 다른 곳에 제안했던 내용을 다시 제안할 때 일어나는데 꼭 한 페이지 정도 다른 기업의 이름이 들어가 있기도 합니다.
9) 뭐 그렇게 안 되는 것이 많아!
이것은 약간 갑의 입장에서 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했을 때 이런 규정 때문에 안된다, 클라이언트 보호 차원에서 안된다, 협의된 내용이 아니다 등등으로 거절당하는 경우입니다. 이 불만은 사실 잘 이해가 안 됩니다.
비영리 실무자들이 기업사회공헌에게 불편했던 이야기
1) 필요한 걸 줘야죠!
필요도 없는 것을 주는 경우에 해당됩니다. 주로 물품을 기부할 때 그렇다고 합니다. 재고 처리도 하고 기부금 처리도 해서 좋을지 모르겠지만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물품을 떠안을 때가 많다고 합니다. 물론 받을 때는 감사하다는 표현을 합니다. 주고 뒤에서 욕먹는 전형적인 경우입니다.
2) 좀 꾸준히 하시죠!
어찌 보면 비영리에게 가장 절실한 부분일지도 모릅니다. 무엇인가 변화를 만들려고 한다면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1회성의 지원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 아쉽다는 지적입니다. 기업임직원자원봉사도 이런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한번 나올 때는 지속할 것처럼 하지만 이벤트 형태로 한번 나와서 그 다음에는 입 싹 닫는 일이 자주 있다고 합니다.
3) 우린 언제든 스탠바이!
약속을 정하거나 자료를 요청할 때, 만사를 제쳐두고 그 일을 최우선으로 처리해 주길 바란다고 합니다. 각자의 스케줄이 있고 일의 선후가 있는데 말입니다. 이런 비상식적인 기업사회공헌 실무자들은 없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합니다. 갑질의 전형 같습니다.
4) 왜 기대감만 주는데!
이 부분은 기업사회공헌 실무자들이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은 보여 줍니다. 일을 함께 할 비영리기관을 찾다보면 이런저런 곳을 만나게 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조사차 만나는 것이지만 자원이 부족한 비영리기관에서는 만나는 것 만으로 기대감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자료나 계획서를 요청하게 되면 더욱 기대감이 커집니다. 제 생각에는 만나고 난 이후 일이 다른 방향 혹은 다른 곳과 진행되는 것이 결정되면 마냥 기다리게 하지 말고 적절한 시기에 피드백을 해 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만남 자체를 회피하면 안 되겠죠!
5) 관심을 넘은 참견!
비영리기관은 각자 가진 전문성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존경(Respect)이 없으면 곤란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함께 이야기해서 수정할 부분이 있는 반면, 믿고 맡겨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기업에서 잘 통했던 일의 진행방식이 비영리기관에서도 잘 통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각자의 방식이 있는 겁니다.
6) 사진 그만 찍읍시다!
이 부분은 굳이 설명을 안 드려도 알 것 같습니다. 홍보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무리하게 사진 촬영을 하거나 윤색을 넘어 각색된 내용이 홍보되기도 합니다. 현수막을 붙여 놓고 마지막에 사진 한 장 찍으면서, 사실 남는 것은 이것밖에 없다는 얘길 자주 듣는 것을 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됩니다.
7) 부익부 빈익빈!
아무래도 비영리기관 중에서 규모가 크고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곳과 파트너십을 맺으면 위험부담이 줄어듭니다. 실무 진행시에도 부담이 줍니다. 그렇다 보니 지원이나 기부가 큰 비영리기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상식적으로 어려운 비영리 기관일수록 지원이 필요할 것인데.. 어려움과 지원은 비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 꼭 그래야 할 이유는 없고요.
8) 약속은 지켜야죠!
이건 정말 나쁜 것입니다. 함께 하기로 했고 약속까지 했는데 여러 이유를 들어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입니다. 당초에는 이렇게 하려고 했는데 경영사정이 어려워져서... 할 말 없게 만듭니다. 기업 자원봉사 때는 더 조심해야 합니다. 아이들을 만나고 '담에 보자' 하면 아이들은 기다립니다. 못 지킬 약속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약속을 했으면 무조건 지켜야 하고요!
9) 우리는 뭐 땅 파서 일하나!
이건 불평이 아니라 가장 큰 불만 같습니다. 운영비 지원을 매우 꺼린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업에서 대행사 피칭을 할 때도 혹시 선정이 안되더라도 그동안의 기획료를 주는 경우가 있는데... 그 기업의 사회공헌을 하기 위해 머리도 쓰고, 시간도 쓰고, 돈도 썼는데 그것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기획료라는 것은 엄강생심이고, 사업을 수행할 때 필요한 운영비는 사업비의 몇 %로 딱 제한을 해 두고 있습니다.(기업이 왜 공동모금회가 되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모기업과 파트너십을 할 때 재미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같이 기획을 했는데, 기획료를 사업비와는 별도로 지급을 했습니다. 또한 행정비용(administration fee)을 별도로 지급하고 운영비도 별도로 지원했습니다. '많은 일이 있을 텐데.. 우리 사업을 위해 노력하시는 데 당연히 노력의 대가는 지불해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참 보기 드문 일입니다. 어떻게 일이 돌아가는지 한 번만 생각해 보면 될 일입니다.
서로 간의 불편하고 불만족스러운 이야기가 이것 말고도 더 있을 겁니다. 혹시 해당되는 것이 있나요? 글을 쓰면서 낯이 뜨거워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쉬운 듯 참 어려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