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V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공유가치창출이 직면해야 할 현실

by 사계절산타

기업사회공헌 영역에서 한 때 CSV(Creative Shared Value. 공유가치 창출)라는 개념이 태풍처럼 휩쓸고 간 일이 있었습니다. 아니 지금도 그 태풍은 계속되고 있는 줄 모릅니다. 기존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 사회적 책임)을 한 순간 낡은 개념으로 만들었습니다. 몇몇 기업에서는 CSR팀을 CSV팀으로 개편 혹은 개명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물론 이것도 현재 진행형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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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V 관련해서 공개적으로 제 생각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2012년 2월 '금융투자 사회공헌 위원회'(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의 의뢰로 쓴 CSR칼럼을 통해서입니다. 지금 링크를 찾을 수 없는데, 다행히 제 글을 갈무리 해 둔 것이 있어서 다시 올리려고 합니다. 다시 읽어보니 손 볼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네요. 하지만 큰 맥락에서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때 적은 글의 제목이 '공유가치 창출(CSV)에 숨 견진 불편한 진실' 이었습니다. 전문을 옮겨 두겠습니다.


[칼럼 전문]

기업사회공헌과 관련해서 시차를 두고 한국을 찾아 큰 방향과 개념을 묻고 답한,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두 명이 있다. 한 명은 BSR(Business for Social Responsibility)의 CEO인 아론 크레이머(Aron Cramer)이다. 그는 2007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기업사회공헌에 대한 핵심 질문이 “왜(Why?)”에서 “어떻게(How?)”로 바뀌고 있고, 기업사회공헌의 시작 방향이 “밖에서 안으로 요청되는(Outside in) 활동”에서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Inside out) 활동”으로 바뀌고 있다고 일설 했다. 무릎을 탁 칠만한 혜안이었다.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 야 하는 통과의례와 같은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왜 사회공헌을 해야 하지?”라는 질문이다.

필자도 “왜”라는 질문을 수없이 받으면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한 것이 사실이다. “왜”라는 질문 속에는 “사회공헌은 필수적인 경영활동이 아니다”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들어 있다.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질문 자체가 “어떻게”로 바뀌면 상황은 달라진다. 기업사회공헌을 하는 것은 당연하고 필수적인 경영활동이며, 어떻게 잘 할 것인지를 고민한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어떻게”라는 질문은 기업사회공헌 활동이 외부의 요청에 응답하는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형태를 벗어나 먼저 미션, 비전, 전략을 수립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활동을 전개하는 사전적이며(proactive), 적극적인 방향을 가지게 만든다. “어떻게”하면 기업사회공헌활동을 잘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변이라도 하듯 2011년 12월 동아비즈니스 포럼을 위해,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E. 포터(Michael E. Porter) 교수가 2011년 1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발표한 공유가치 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한국을 방문했다. 공유가치 창출이라는 개념의 핵심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자는 것에 있다. 공유가치 창출을 위해 포터 교수는 상품과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는 사회적 요구와 혜택, 문제 등을 알아내어 상품과 시장을 새로 구상하고, 기업 가치 사슬의 경제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을 찾아 가치사슬의 생산성을 재정의 하고, 이 모든 것을 기업 혼자 할 수 없으니 이를 가능케 하는 클러스터를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수익창출 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기업사회공헌이 아니라 기업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수익추구가 가능한, 한 차원 높은 자본주의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즉, 사회적 가치를 감소시키지 않고 증진시키는 올바른 유형의 수익추구를 해 보자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란 개념을 넘어 사회적, 경제적 총량을 확대하자는 개념이다. 과연 경영전략의 대가다운 발상이다. 포터 교수가 글에서 밝히고 있듯이 공유가치 창출은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넓게 해석한 개념이고 공유가치 창출은 기업 자신의 이익을 위한 활동이며 사회 가치 창출을 통한 기업 수익 증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찌 보면 개념 자체가 “친기업적”이며, 지속가능한 자본주의 그 자체를 말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공유가치 창출을 기업의 사회공헌의 방향이라고 단언하는 CEO까지 생겨날 정도로 개념의 관심과 확장 속도가 빠르다.

“어떻게?”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써 “공유가치 창출”은 기업 입장에선 최적의 개념이고 답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사회공헌도 함께 할 수 있다는 하이브리드한 전략은 기업 입장에서는 달콤한 유혹이다. 개념에 그치지 않고 실행까지 갈 수 있을까? 포터 교수는 공유가치 창출을 위해서 가장 우선 되어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법규와 윤리규정 준수이며, 기업 활동이 가지고 오는 폐해를 줄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기업 시민으로서의 기본을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며, 기업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필자는 선의로 해석한다. 공유가치 창출이 친기업적인 수사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 그나마 사회적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하고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공유가치 창출이라는 이름으로 회피하거나 가치 없는 일로 취급하지 않기 위해서는 공유가치 창출이라는 개념 밑에 숨어 있는 근본을 살펴봐야 한다. 다른 의미에서 공유가치 창출은 기업에게 “좋은 기업이 되시겠습니까?”라고 묻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공유가치 창출이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든 그 어떤 전략을 선택하든 기업에게 요구되는(required) 건강함이 오히려 “어떻게?”에 대한 답일 듯하다. 공유가치 창출은 기업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가능하다.




CSV가 이상한 개념이어서가 아니라 한국 기업 현실에서 불가능해 보여서 불편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진짜 사업에는 변화가 없으면서 새롭고 핫한 개념만을 취하려 하는 얄팍한 속셈이 보여서 불편한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순간이 되니 '개념은 무슨! 지금 벌어지는 일이나 잘 해야지~'하는 마음이 든 것이 사실입니다. 벌써 낡은 CSV를 다시 한번 꺼내 보는 것은 어쩌면 품세를 익히지 않고 겨루기만을 하고 있는 기본 없고 근본 없는 현실에 대한 자괴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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