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 어려운 당신에게

해치우던 일상에서, 함께하는 일상으로

by 사계절



'누가 봐주는 사람 있었어요?'
'아... 아니요.'
'애 셋을 혼자 어떻게 키우셨어요?'

놀이터에서 만난,

초등학교 1학년 막내의 친구 엄마가

내게 물었다.
그녀 곁에는 이제 갓 100일 된 예쁜 아기도 있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 이렇게 답했다.


"지금 생각하면 도와달라고 했어야 했어요. 혼자 감당하면 안 됐어요."
시댁도 친정도 멀리 있었고,
제가 의지할 수 있는 곳은 아이를
일찍 맡기고 오래 봐줄 수 있는
직장 어린이집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은 그녀의 눈가가 붉어졌다.
아마도 지금의 고단함과 겹쳐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오래 전의 나를

애처로운 눈으로 다시 바라보았다.



ㅡㅡㅡ



지금 우리 집은

초등학교 5학년, 3학년, 1학년.


영유아기 시절로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돌아갈 수 있을까.
그때의 나는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그때 내가 무엇을 했어야 하는지 보인다.



ㅡㅡㅡ



2020년 11월 16일의 기록.


노트에는 ‘짜증’이라는 단어가 빼곡했다.

- 짜증 1: 6시 퇴근 후 밥을 하고,

다시 사무실로 야근 가야 했던 상황

- 짜증 2: 남편은 피곤해서 쉬고 있었고, 아이들은 놀아달라 했는데 남편이 티브이를 틀어주겠다 해서 괜히 짜증

- 짜증 3: 피곤해서 아이들 씻기지 않고 그냥 이만 닦이겠다고 할 때, 남편이 설거지할 테니 가라고 했는데도 굳이 씻기고 설거지해 놓고 씩씩대며 나갔던 나


지금 돌아보면, 그저 내가 애처롭다.
회사는 안 가도 됐을 거고,

티브이를 틀어줘도 괜찮았을 테고,
남편이 돕겠다고 했을 때 맡겨도 됐을 텐데.

왜 그토록 꾸역꾸역 다 해내려 했을까.
그때의 나는 행복을 느끼기보다
그저 ‘해치우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다 불만이고 짜증스러웠을까…

아마도 내 마음이 지쳐 있었고, 스스로를 돌볼 틈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ㅡㅡㅡ



나는 ‘내가 다 하면 되지’ 하며
스스로를 과대평가했다.



아침에 깨우고, 먹이고, 맡기고,
퇴근 후 놀이터에서 놀아주고, 씻기고, 읽어주고, 재우고…
끝없이 이어지는 루틴 속에서
나는 나를 돌볼 틈이 없었다.

생각해 보면, 그때는 도움을 요청했어야 했다.
남편은 자신도 인정하듯 ‘일이 80’이던 시간들이었다.
나는 모든 걸 혼자 끌어안았다,

마치 이렇게 하는 것이 정답인 것처럼.

ㅡㅡㅡ


첫째가 12살이 된 지금,
나는 그 시절의 나를 다시 들여다본다.



지난 12년간 내가 아이들에게 쌓아 올린 언어와 정서가 지금의 아이들이 되어 있었다.
그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

아이들은 나의 고군분투 속에서도
각자 잘 자라주었지만, 나는 분명 반성한다.

햇살 같은 따뜻한 시선과 언어, 정서를 충분히 심어주지 못했던 것.

한 아이는 힘으로 버텼고,
다른 아이는 눈치를 보며 길을 찾았고,
또 한 아이는 서러움을 안고 자랐다.


ㅡㅡㅡ



이제라도 균형점을

찾아야 했다.



그때는 아이들을 온전히 바라보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상의 순간을 즐기지 못했다.
그렇지 않은 순간도 있었지만, 이제라도
내가 바라보는 일상의 모든 것들에 대해 시선을 바꾸고
물줄기를 확 틀어야 했다.

앞으로 내 품 안에 있을 10년,
그 시간의 언어와 정서가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도
평생 가져갈 단단한 힘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그래서 나는 일을 멈추고 육아휴직을 선택했다.
그것이 아이들에게 지금의 내가 해줘야 할 일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ㅡㅡㅡ



오늘도 나는 웃는 얼굴로
주머니에서 손가락 하트를 꺼내며
아이들을 안아주고 배웅한다.

마음은 여전히 고군분투하기도 하지만,
언젠가 큰아이가 내게 건넨 한마디.


“엄마, 웃어.”


그 짧은 처방전을 마음에 새기며,
나는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간다.

해치우던 일상에서, 함께하는 일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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