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우선인가?

보여주기 위한 글 / 내가 쓰고 싶은 글

by 하얀바다

암수술 전 나는 건강했고

나의 모든 삶은 17개월 차의 두 아이를 키우는데 올인했다.

미국은 주마다 조금씩 다른데 내가 사는 곳은

정식 공교육이 5세가 되는 킨더가든부터 시작된다.

기관에 보내려면 0-3세까지는 비싼 돈을 내고 가야 하고

그나마 4세가 되면 적은 돈을 내고 PRE- K에 보낼 수 있다.


나는 두 아이 모두 4세가 될 때까지 어디도 보내지 않고

집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때론 힘든 시간이었지만 지금 아이들의 모든

좋은 습관의 근원이 그때 만들어졌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결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나는 생생히 경험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디 가지도 않는데

남편이 출근 준비를 할 때 아이들도 옷을 갈아입혀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매일 같이 함께 출근하는 아빠를 배웅했고

아빠가 출근하면 우리만의 학교가 시작됐다.

같이 노래도 부르고 기도도 하고 성경구절도 암송했다.

매일 같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매일 같이 한글 놀이를 했다.

촉감놀이, 미술놀이도 하고 밖에 나가 놀기도 했다.


때론 나도 놀고 싶고 아이들을 떼 놓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나도 드라마도 보고 친구와 수다도 떨고 싶었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다 이때는 지나갈 것이다. 반드시 지나갈 것이다.

지금 지나가면 이 시간은 두번 다시 오지 않을 거다.

지금은 아이들이 어려 몸이 힘들지만

이시간을 잘 보내지 못하면 언젠가 마음이 고통받으며

후회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를거다.

지금 놓치고 후회하는 것보다 차라리 지금은 좀 참고

나중에 하고 싶은 것 실컷 하자' 라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냈다.


나는 아이들 보는 앞에서 휴대폰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

내 아이들의 시선이 어딨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더 살폈고

때론 육아하며 아이와의 갈등과 어려움이 생길 때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나는 왜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운지

아이들과 나의 내면을 바라보는데 집중했고

끊임없이 배우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기도했다.


아이들은 보답이라도 하듯 잘 자라주었다.

두 돌 전에 성경 구절을 줄줄 암송했고

세돌 전에 한글을 스스로 읽었고 영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두 아이를 데리고 한국에 갔다가

돌아오기 일주일을 남겨두고 했던 건강검진에서

암을 발견하고 모든 일정을 미루고 수술을 해야 했다.

얼른 미국으로 돌아와 3주 뒤 첫째가 첫 pre-k를 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한 참 뒤 미국으로 돌아온 후 나는 후유증으로 쉽게 피곤해져서

누워있는 날이 많았다.

나는 아이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

학교를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밥을 챙겨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벅찼다.

하지만 아이들은 지난 3년 온전히 자신들을 위해 시간을 보낸 내게

보상이라도 하듯 스스로 할 일들을 하면서 너무나 잘 자라 주었다.

나는 매 순간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습관의 힘이 얼마나 무서인지 경험했다.


그런데 말이다.

반전은 그때 억눌러하지 못했던 나의 숨겨놓은 욕구가

내가 건강을 되찾은 후 뒤늦게 나를 괴롭혔다.

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된거다.

컴퓨터 앞에서 떨어지지 못하게 되었다.

오히려 아이들은 미디어 노출이 잘 안 돼있어 나름 절제가 잘 되는데

엄마는 갖은 핑계로 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영상을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유튜브 영상을 만들고

심지어 블로그에 글을 쓰고 이제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으니

브런치에 글을 올려야 한다는 이유로..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고 팔로우 구독자를 관리해야 한다는 이유로

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컴퓨터를 떠나지 못한다.


내가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내 아이의 시간도 흘러간다.

그 시간들은 절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내 일도 다 때가 있다고 하지만

그 중요성과 가치를 따지자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내 아이와의 시간이 더 소중하다.

내 일보다도...


내가 아파서 누워있을 때도 내 아이들의 시간은 흘러갔고

내가 일을 하느라 돌아보지 못했을 때도

내 아이들의 시간은 흘러갔는데

그때 내 아이들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때론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균형이 중요하다.

'누군가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 글을 쓰고

이리저리 예쁘게 꾸미려고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기보다

진정어린 내 마음을 쏟아 놓는 것에 더 애를 쓰자'라고 생각해 본다.

남들보다 좀 덜 예쁘고 이미지도 없고 사진도 없고

덜 꾸며졌어도 그 다른 시간을 소중한 곳에 쓰고 있으니

그저 내 진심을 다한 글을 썼음으로 만족하자 생각해본다.


인기를 얻고 보여주기 위한 글을 만들기 위해

필요이상의 노력을 하진 않겠지만

한편 소통을 위한 공간인 만큼

나만을 위한 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적절한 균형을 나는 아직 모르지만

하나씩 글을 쓰고 이곳을 채워가며 배워가련다.


내가 가진 소중한 마음,

육아에 대한 소중한 정보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그들의 마음에 닿길 바라며

진정어린 글을 쓰기 위해 더 노력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