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교육-다자녀들 사의의 관계를 좋게 하는 칭찬
나의 두 아이는 17개월 차이다. 정확히 12개월 차이의 연년생은 아니지만
미국에서는 8월에 학교를 입학하기에 두 아이는 한 학년 차이가 난다.
처음에는 17개월의 차이가 컸다.
누나는 이미 걷고 말도 하고 자신의 요구도 정확히 표현했지만
둘째는 이제 갓 태어난 신생아!
감사하게도 첫째 딸 주은이는 동생인 주영이를 예뻐했다.
질투는커녕, 뭐가 그리 예쁜지 자는 아이 얼굴을 쓰다듬고
발을 빨고 수시로 아기를 토닥거려 주었다.
하지만 주영이가 커서 말을 하고 누나랑 같이 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서로 수시로 비교하기도 하고 질투도 하고.
누가 잘해서 칭찬하면 응당 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
"나는? 엄마 나는?"
"그럼.. 너도 잘했지." 꼭 본인도 칭찬을 받아야 끝났다.
그렇지 않으면 동생만 칭찬했다고 누나만 칭찬했다고 삐지기도 했다.
'아하! 이걸 어쩌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것을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절로 깨달아지는 것이 있었다.
'엄마의 말이 아이들의 경쟁심을 불러일으키고 서로의 관계를 나쁘게 하는구나.'라는 생각.
나는 아이들 서로 좋은 자극을 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했지만
실상은 아이들은 이런 말로 인해 서로에게 경쟁심을 느끼고
서로에 대해 좋지 않은 마음을 가질 수도 있겠다라는 사실이 깨달아졌다.
"아이들이 경쟁하면서 살지 않고 스스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면서도
그건 어디까지나 엄마의 이상적인 바람이고 실상은 부모가 집에서부터
벌써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경쟁의 세계로
몰아넣고 있다는 사실이 깨달아졌다.
아이들은 자라는 동안 형제들 사이에서 본능적으로 스스로 질투심을 느낀다.
그럴 때 부모는 그것을 긍정적으로 잘 다루도록 가르쳐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오히려 불 쑤시게 가 되어 경쟁과 질투심의 불을 활활 지필 때가 있다.
물론 일부러 그러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대부분 자신도 모르게,
아니면 뭐 다들 그러니까, 나도 그렇게 자랐으니까,
아니면 때론 이게 아이의 행동을 바꾸는데 효과가 있고 먹히니까
여러 가지 이유로 그렇게 한다.
"너는 왜 이렇게 늦게 먹어? 저기 봐. 동생은 벌써 한 그릇 다 먹었잖아.
너는 동생 보다 먼저 먹었는데 동생보다 늦게 먹으면 어쩌니? 오빠면서"
"너는 왜 이렇게 가만히 못 앉아 있어? 누나 봐라. 벌써 아까부터 앉아서
책 보고 있는데 너는 뭐 하는 거야? 누나 좀 닮아봐라."
"누나는 2살 때 기저귀를 때고 3살때 책도 읽었는데
너는 아직도 기저귀 차고 있으면 어쩌니?"
끊임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들을 비교하면서 하는 말들이
때론 아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내기도 하고 서로 간에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도 한다.
누나만 없었다면 동생만 없었다면 내가 이렇게 혼나지 않을 텐데..
누나 때문에 동생 때문에 언니, 오빠 때문에 괜히 잘못한 거 없는데
나만 혼나잖아! 하는 생각들을 들게 한다.
나는 고민했다. 나와 아이와의 관계! 아이 둘 서로와의 관계에서
WIN-WIN 할 수 있는 칭찬법을.
그리고 마침내 얻은 아이디어로 실천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누나 주은이는 다른 곳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고
주영이는 거실에서 책을 더듬더듬 읽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기특해서 이렇게 칭찬했다.
"우와, 주은이 동생. 책을 너무 잘 읽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 읽지? 아! 주은이 동생이라서 그렇구나.
주은이 동생 진짜 멋지다!!! "
이 말을 하는 순간 멀리서 놀던 주은이가 쪼르르 달려왔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자기는 칭찬받을 일을 전혀 한 적이 없는데
갑자기 자기 이름이 들리면서 칭찬하는 소리가 들리니 기분이 좋아서 왔다.
그러고는 주영이 옆에 앉아서 같이 칭찬했다.
"우와! 주영이 책을 잘 읽는구나. 모르는 거 있으면 누나가 알려줄게."
대성공이었다.
내가 만약 다른 때같이 "와! 주영이 책 너무 잘 읽네. 멋지다!"라고 했다면
저 멀리서 주은이가 "엄마? 나는? 나도 잘 읽지요?" 했을 거다.
하지만 이날은 자신의 이름이 들리는 순간 오히려 동생에게 더 친절해졌다.
주은이를 칭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주은이 잘했어!"가 아니라 "주영이 누나! 정말 잘했다. 누구 누나인데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는 거지? 주영이 누나, 멋지다!" 하고 말하면
주영이도 기분이 좋아서 덩달아 "누나, 잘한다."라고 했고 모르는 거 있어서 나한테 물어보면
"주영이 누나한테 가서 물어보세요." 했다. 그러면 곧장 누나한테 가서 "이거 뭐야?" 하거나
"누나, 이거 읽어줘." 하고 말했다. 아니면 엄마한테 매달렸을 텐데.
이렇게 하니 아이들 둘 사이의 비교가 줄어들었다.
잘하는 주은이는 누구? 주영이 누나!
잘하는 주영이는 누구? 주은이 동생!
주영이가 잘하면 당연히 누나도 칭찬받아야지.
누나가 주영이 한테 모범이 됐으니까.
주은이가 잘하면 주영이도 칭찬을 받아야지.
주영이가 누나를 잘 따르고 누나에게 힘을 주니까.
이렇게 하니 가장 좋았던 것은
'누나가 나이가 많지만 동생보다 못하는 게 있을 수 있고
동생이 어려도 누나보다 잘하는 게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질투와 경쟁심 없이 가르쳐 줄 수 있는 거였다.
둘째가 수학적 사고가 빠르다 보니 누나보다 항상 계산이 빨랐다.
워크시트를 주면 항상 둘째가 먼저 끝냈고 성적이 좋았다.
하지만 항상 "주은이 동생, 잘했다.'로 칭찬받았다.
주은이 동생은 수학을 잘하지만 주영이 누나는 책을 더 잘 읽고
글을 잘 쓴다고 칭찬받으니 둘 사이는 점점 WIN-WIN 관계가 되어갔다.
그래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는 주은이는 모르는 수학문제가 있으면
동생한테 도와달라고 스스럼없이 요청했고 동생도 기꺼이 도와주었다.
물론 중학생이 되어서는 그 관계가 이전에 비해 희색 되긴 했지만
그래도 어느 집들과 달리 서로 관계가 좋고 서로 잘하거나 좋은 성과에 대해서는
질투하지 않고 같이 칭찬해 주고 인정해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가 좋은 성적을 갖지 못하거나 시합이나 오디션에서
떨어지면 진심으로 안타까워해주고 다음에 더 잘할 수 있다면서 격려하고
응원해 준다.
어떻게 칭찬하느냐에 따라 부모인 나와 자녀와의 관계도 달라지지만
아이들 서로 간의 관계도 달라진다는 것을 경험하게 됐다.
이렇게 올바른 칭찬에 대해 생각하고 그 효과를 보면서 나는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더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주는 칭찬을 할 수 있을지 여러 방향으로 생각했다.
1. 한 발 앞서 칭찬하기
아이는 자기가 잘한 일이 있을 때 "엄마, 나 잘했지?" 하고 말하면서 칭찬받길 기대한다. 그때 아이가 "잘했지?"라고 물어보기 이전에 먼저 "어머, 이거 누가 했지? 주은이가 한 거야?" 하고 먼저 칭찬해 준다. 그러면 아이는 엄마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더 기분이 좋아진다.
2. 뜬금없이 칭찬하기
아이는 늘 그냥 하던 일상인데, 자기가 해야 할 일이라서 당연히 한다고 생각하는데
뜬금없이 갑자기 칭찬해 준다.
예를 들어 늘 밥하고 상 차리는 일이 내 일상인데 갑자기 남편과 아이들이
'밥 차려 줘서 고맙다'라고 말하면 내 수고를 알아주는 것 같아서 감동받듯이
아이도 늘 하던 세수, 양치, 학교 갔다 오는 일인데 잘해줘서 고맙다고 칭찬해 주면
고맙다고 말은 안 해도 기분이 좋을 거다.
3. 간접적으로 칭찬하기
아이에게 직접 칭찬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들릴만한 거리에서
아빠나 다른 사람에게 아이를 칭찬해 준다.
아이는 멀리 있어도 귀는 당나귀처럼 커져서 자신의 이야기에 대해 다 듣고 있다.
엄마가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생각할 거다.
4. 구체적으로 칭찬하기
'그냥 잘했어."가 아니라 "무엇을 해서 그 결과로 이렇게 됐다."라고 말하면서
구체적으로 칭찬을 할 때 엄마가 빈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칭찬한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칭찬을 하면 "이건 잘했는데 이건 부족했으니 노력해 보자."라는 권유를 할 때
아이가 더 잘 받아들이는 거 같다.
5. 엄친아를 이용하여 칭찬하기
아이 기를 죽이기 위해 엄친아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아이의 기를 살리기 위해
엄친아를 가끔 이용해서 칭찬했다.
"우리 주영이 오늘 배우는 태도가 너무 좋았어. 자리에도 잘 앉아 있었고.
엄마 친구 아들 중에 주영이랑 나이가 똑같은 애가 있는데 그 애는 난리도 아니야.
뭘 배울 때면 맨날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돌아다니고 선생님 힘들게 해."
그러면 아이가 꼭 되묻는다.
"누구요? 누가 그러는데요?"
"누군지는 말할 수 없어. 그 아이가 너무 창피하잖아. 그냥 그런 애가 있는데
우리 주영이는 안 그렇다는 게 중요한 거야. 너무 잘했어."라고 말해줬다.
6. 가족 서로 간에 칭찬하고 감사하기
간혹 가족모임 하면서 서로 칭찬하고 감사하는 것 말하기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아마, 20대 때 읽었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에도
올바른 칭찬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의미를 다 알지 못했겠지.
엄마가 되어 아이를 낳아서 키우면서 실전에 돌입하다 보니
이제는 말하는 방법, 전달하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수시로 느끼게 된다.
좌중우돌 초보 엄마지만 그 자리에 머무리지 않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배워간 것들이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한 뼘 더 자라게 한 것 같아
새삼 뿌듯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