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칭찬이 독이 될 수 있다고?

정서교육- 어려운 것도 도전하는 아이로 만드는 칭찬

by 하얀바다

"뭐? 칭찬이 독이 될 수 있다고?"

우연히 EBS에서 방영한 '칭찬의 역효과'라는 영상을 보고

받았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20대 때 베스트셀러였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을 읽고

교회 소그룹원들에게 적용해서 무척 효과를 봤던 터라

우리 아이들에게도 아낌없이 칭찬을 하면서 양육하던 중이었기에 그 충격은 더욱 컸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마음을 힘들게 했던 것은 내 방식이 잘 못 됐을 수도 있다는

충격으로 '그래? 그렇다면 뭘 어쩌라는 거야? 도대체 저게 무슨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면서

방송에서 전하는 핵심 메시지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마치 내 마음이 암흑이 가득한 미궁 속 저 어딘가에 빠져 버린 느낌이 들었다.

그날은 아이들과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그저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 줘야 할지 몰라 얼버무리며 하루를 보낸 거 같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 아이들이 잠들고 다시 영상을 차분히 보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과정을 칭찬해라!

과정이 아니라 결과를 칭찬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

순간 아차! 하고 깨달아졌다.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나는 태교로 영어성경을 암송했고

아이가 자라면서 나는 나의 교사로서의 경험을 살려

여러 가지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즐겁게 배울 수 있게 노력했다.

때문에 첫째나 둘째 모두 말이 빨랐다.

둘 다 두 돌 전에 벌써 성경을 몇 구절이나 암송을 했고

세 살이 되기 전에 한글 책을 읽었고

두 돌이 되기 전에 구구단을 외었다.


내가 칭찬의 역효과를 알게 된 것은 첫째가 15-16개월 정도 되을 때였던 거 같다.

한국에서 보내온 구구단 사운드 북으로 재미 삼아 동요처럼

구구단 노래를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4단까지 줄줄 외웠다.

그런데 5단이 딱 되자 아이가 조금씩 헷갈려하기 시작하면서 하지 않으려 했다.

나 역시 아이가 너무 어리고 노래 삼아하는 거라 별로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는데

그 뒤로 뭘 하던 조금만 어렵다 싶으면 아이가 "안 해!"라고 하거나

더 해보려 하지 않으려 했다. 그전에 그런 모습이 전혀 없었는데...

그래서 온갖 감언이설을 쏟아부으며 아이를 칭찬하는 중이었다.

"우와! 우리 주은이 최고야!, 세상에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진짜 멋지다! 대단해! 너무너무 잘했어!" 라면서.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영상으로 충격을 받고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그날부터 말을 바꾸었다.

나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남편을 비롯해서 그 당시 영상으로 아이와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한국에 있는 친정 엄마와 언니에게도 신신당부하면서 부탁했다.

앞으로 주은이가 뭘 하거나 잘하면 절대 "와, 잘했다. 대단하다. 최고다."라고 말하지 말라고.

그랬더니 이들도 나와 같이 의아해하는 반응을 보이면서 금세 물었다.

"아니, 그렇게 칭찬 안 하면 뭐라고 해야 하는데?

잘하고 대단하니까 대단하다고 하는데 그렇게 말하면 안 돼?"


"칭찬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칭찬의 내용을 바꾸라는 거야.

아이가 잘했다, 대단하다는 말만 들으면 더 어려운 것을 도전하지 않아.

왜냐면 잘 못하니까 하기 어려우니까 칭찬받기 어렵다고 느끼거든.

그래서 하다가 멈춰. 그리고 칭찬받고 싶으니까 자기가 잘하는 쉬운 것만 자꾸 하려고 해.

그래서 앞으로는 이렇게 말해줘." 하고 부탁했다.


주은이가 뭘 잘해서 칭찬하고 싶으면

"와! 우리 주은이 잘했다."라고만 말하지 말고

"우와! 우리 주은이 정말 노력했구나. 엄청 노력해서 이렇게 잘하게 됐구나.

그렇게 잘하려고 몇 번이나 노력한 거야?

나는 주은이가 지금 잘하는 것보다 노력했다는 게 진짜 더 멋지고 대단해 보여.

노력을 안 했다면 이것도 못했을 거야. 이렇게 노력하니까 앞으로

더 어려운 걸 만나도 주은이는 아무 문제가 없겠다. 그지? 더 잘하겠는데?"

하고 말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나아가 매번은 아니어도 가끔 엄마도 같이 칭찬해 달라고 했다.

"주은이가 이렇게 잘하는 건 너도 노력했지만 주은이 엄마도 많이 노력했겠다. 그지?

엄마도 너무 잘했어. 주은이도 엄마도 노력한 거 칭찬해!"라고.

아이가 어릴수록 뭘 잘하면 커가면서 자신이 잘나서 그렇게 된 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그게 다 엄마의 노력과 정성 덕분인데

아이들은 그걸 잘 모르고 잘난 척하거나 나중에는 엄마를 무시하는 아이들도 생긴다.

때문에 나는 아이들이 뭘 잘하게 되는 게 자신이 잘나서 저절로 된 게 아니라

첫째는 엄마의 노력이고 둘째는 자신의 노력으로 된 것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걸 어릴 때부터 잘한다고만 칭찬할게 아니라

그 노력의 과정을 알려주고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칭찬하는 말 하나 바꿨는데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그 뒤로 아이는 뭐가 안되면 "엄마 한 번 더 하면 돼요. 한 번 더 해서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면 돼요"라고 말했고 결국 구구단 9단까지 다 외웠다.

성경구절도 24개월이 되기 전에 수없이 도전하면서 여러 구절을 암송했다.

그리고 가끔 "다 엄마 덕분이에요. 엄마가 노력해 줘서 그래요."라고

말할 때면 나 역시 무척 뿌듯해졌다.


지금도 아이를 칭찬할 때면 결과 이전에 그 과정에 대해 꼭 먼저 말하고 칭찬한다.

반대로 아이가 어떤 일을 실패하고 잘 안 됐을 때는 과정이 충분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너무나 감사한 것은 이 내용을 아이들이 커서가 아니라 아주 어릴 때

접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것이 아이들에게 노력이라는 좋은 습관을 가지게 하는

아주 좋은 자양분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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