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라키오사우르스 Jun 13. 2024

온도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큰 차이가 있을 리 없는데 누군가는 자세를 고쳐 경청하고 누군가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는다.


똑같은 내가, 똑같은 소개자료를 띄우고 비슷한 말을 하는데 그 차이가 여름과 겨울이다. 이런 일은 왜 벌어지는 걸까?


말을 하면서 건너편 상대방의 표정을 보니 듣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질문도 없다. 나를 바라보는 눈이 멈춰있고, 웃지도 않는다. 뒤집어놓은 핸드폰을 계속 확인한다. 스스로도 신경이 쓰였는지 듣고 있으니 계속 말씀하시라고 덧붙인다. ‘듣지도 않을 거를 대체 왜 부른 거야?’ 생각한다.


자기는 애매한 걸 싫어한다고 시간이 금이라고 말한다. 내 시간은 금이 아닌가? 나는 검색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최저가검색 없이 바로 사는 사람인데… 속으로 생각했다. 그냥 혼자 올걸, 괜히 바쁜 팀원을 데려왔다. 어떻게 마무리를 하고 일어설지 머리가 복잡하다.


제안하고 거절당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지만, 이번은 좀 다르다. 집에 돌아오면서 어떤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었는지 계속 생각했다.




반대의 경우에도 개운치 못한 느낌이 있다. 고객사에서 설명을 들으면서 지나친 감탄을 한다

“확실히 다르네요, 우리는 왜 이렇게 못하지? “

팀장이 옆에 나란히 앉아있는 실무자를 보면서 말한다. 저 말이 우리를 칭찬하기 위한 너스레인지, 평소에도 혼내고 싶었던 실무자에 대한 질타인지 아리송하다


“과장님, 아 우리도 이렇게 좀 해봅시다”

다시 팀장이 말한다. 역시 다르다고, 오늘 이야기가 너무 인상 깊었다고, 많이 배워간다고 말한다.

관리자가 너무 칭찬을 하면, 같이 온 실무자들 표정이 어두워진다. 아마 속으로 ‘너 때문에 우리가 안 되는 거야’, ‘네가 방향을 잡아줘야지’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아니면 ‘저거 별거 아니야. 우리도 할 수 있어, 쓸데없는데 시간만 안 쓰면’ 이라던지…


’ 뭔가 알려주려고 회의에 온 게 아닌데 ‘ 나는 다시 생각한다. 이 미팅의 목적은 지식 전파나 실무자를 기분 상하게 하는 데 있지 않다. 지식을 자랑하기 위해 온 게 아니다.

우리는 이런 걸 할 수 있고 그중 너에게는 이것이 적합할 것 같으니 우리와 함께 해보자,를 말하러 왔다.

제대로 전달이 됐을까?


우리의 업력이 쌓이면서 크고 작은 노하우를 갖게 됐다. 데이터 관련해서 분석을 하던, 사업을 하던, 플랫폼을 구축하던 뭔가를 할 때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건 도움이 되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듣기 힘든, 현장을 경험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리얼한 이야기다.


좀 과장하면 일종의 데이터 컨설팅과도 비슷하다. 내가 말하는 것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고민해 본 사람이다. 이 업계에 발을 담그고 일을 해 본 사람이다. 등을 기대고 앉아 팔짱을 낀 상대방을 보면서 아쉽다는 생각을 한다. ‘다른 회사랑 또 미팅해 봐라. 이보다 더 나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지’ 속으로 생각했다.


“사실은 A기업과 미팅을 했거든요. 근데 뭘 해줄 수 있다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하면, 손해를 보는 것 같을 때도 있지만 일을 하면서 솔직하게 반응하는 건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처음 만나는 미팅이 봄이나 가을 그 언저리였으면 좋겠다. 처음이 너무 뜨거워 두 번째부터 김이 새거나, 너무 차가워서 다음이란 게 아예 없지 않도록 그렇게 담백하게 이야기하고 듣고 묻고 그렇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