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와 걸었다.
1년 전의 여름밤이 조용히 사라지기 전에
너는 나와 걸었다.
습기가 비벼져서 전해지듯
너의 존재를 실감할 수 있는 여름밤이 좋았다.
코 한껏 들이마시면 나는 풀내음에
너의 생동감 역시 양껏 묻어나오는 것 같아 좋았다.
아직 실감이 안나 몽상같던 여름밤은
그 축축함으로 오감을 흔들었다.
맞닿아 꿉꿉한 피부의 질감도 좋았다.
네가 앞서 걸을 때 밤공기를 사이에 두고
뒤에서 지켜보는 것은 묘했다.
너는 거기에 실재하는가.
연기를 들이마시듯 숨을 들이켜보았다.
팔뚝에 닿는 공기를 괜히 의식해보기도 했다.
여름밤은 질펀한 습기로 내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