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지대에 서 있는 나를 위한 기록
나는 나 자신이 회색지대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가끔씩 여기에도, 저기에도 섞일 수 없는... 회색 공간에 서 있는 것 것만 같다.
홍콩이란 낯선 곳에서 전업 주부로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곳에서도 나는 한 곳에 완전히 다 섞이지 못하는, 검은색도 흰색도 아닌, 회색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이방인으로서의 삶이 편할 때도 있지만 때론 가끔씩, 나도 완전한 검은색이 또 흰색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해 질 녘의 오후, 정오보다는 조금 덜 뜨거운,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는 그 시간을 나는 참 좋아한다.
애매모호하게 서 있는 내 삶을 위로하는 것 같아서, 그 햇살이, 그 오후가 그렇게 다정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내 일상의 다정한 오후의 시간들을 이 곳에 남겨 놓고자 한다. 시간이 흐른 후, 행복하고 때론 아팠던 그 시절의 추억들을 조금씩 꺼내볼 수 있도록.
또 나와 같이 회색빛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누군가에게,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