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하다 하다 별게 다 부럽다

최고급 아파트 로열층을 분양받다.

by 솔담


올해 2월 말쯤 1번 국도에서 신호 대기를 하고 있는데

앙상한 가지 꼭대기에 집을 지어놓고 새끼에게 열심히 먹이를 주고 있는 어미새를 봤다.

(그 어미 새도 싱글맘 같았다. 절대 내가 혼자라서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아니다.)

남들은 얌체같이 바람 막아줄 곳에 자리 잡아 잘도 집을 짓던데 저 어미새는 양심이 있나 보다! 생각을 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데는 증거가 있다!

내 멋대로 만들어 꾸며놓은 우체통을 열어보니 편지 대신 새알이 자리 잡고 있던 시골집.

그 많은 나뭇가지와 지푸라기를 나르는 동안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내가 둔한 건지 새가 날렵한 건지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그때부터 우체통은 새의 집으로 바뀌었다.

나는 돈 한 푼 받지 않고 빼앗긴 우체통의 새들이 궁금해서 정말 사진 한 장만 찰칵! 찍고 문을 닫아주었다.

그 뒤로 새 부부는 내가 지나다녀도 우체통을 왔다 갔다 하며 열심히 아기새에게 먹이를 날라주었다.

한 마리는 우체통 주변에서 짹짹 거리며 새끼를 보호했고 한 마리는 먹이를 날라다 주는 역할분담이 잘되어있는 부부 새였다.

훨훨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정답구나! 이런 말만 들어도 마음이 찡하고 내 처지를 한탄할 때였으니 우체통을 통째로 내주어도 괜찮았다.


이제 1번 국도 일곱 번째 나무 위의 새가 싱글맘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가시는지?

옆에서 지키는 새가 없었다.ㅎㅎ

나의 소심한 복수라고 생각해도 좋다.


봄이 무르익을 무렵 하나둘씩 나뭇잎이 자라나기 시작했는데, 일곱 번째 나무의 나뭇잎이 조금 많아 보였다.

그냥 우연이라 생각했다. 우연하게 자리를 잡은 거겠지. 시간이 흐르면 비슷해지겠지.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2분만 걸어가면 주변에서 최고로 좋은 아파트 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여름이면 계곡처럼 물이 흐르고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그야말로 그곳이 빛 축제하는 곳이 된다. 다른 곳에 갈 필요 없다. 그런데 내가 사는 곳은 달랑 동이 두 개고 빛 축제도 안 하면 서운하니 흉내는 내지만 짧게 하다가 만다. 새 아파트도 오래되면 비슷비슷해 지리라는 생각이다. 물론 나만의 생각이다.)


오랜만에 학교에 간 노노가 어제 몸살이 났다.

2주일 신나게 놀다가? 학교에 가서 수행평가도 하고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으려니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안쓰럽다가도

"엄마, 오늘은 새우버거가 먹고 싶어. 감자는 치즈스틱으로 바꿔줘."

"엄마, 설레임도 먹고 싶어. 많이 사줘. 무거울 테니 마트 앞에서 전화해. 내가 가지러 나갈게."

콧소리 하며 훌쩍이는 아들이 안쓰러워 낑낑대며 눈앞에 대령을 했다.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보면서

"엄마, 허리가 아파 안마기 갖다 줘"

"뉘에 뉘에 갖다 드립죠!" 하며

"두 번만 학교 갔다가는 울 아들 잡겠다. 거기다 종일 일하고 온 엄마도 아드님 아프실까 봐 사다 나르느라 피곤해 뒤지겠다." 했더니 슬슬 눈치를 보다 자는 노노.


푹 자고 6시 반에 일어난 노노가 스파게티가 드시고 싶단다.

"뉘에 뉘에 해드려야죠. 임신하셔쎼요?" 했더니

빵 터지며 다가와 꼭 안는다.

눈을 흘기고 있지만 입은 웃고 있고 손은 냄비에 물을 받는~

나는 영락없는 조커였다.


덕분에 나는 평상시보다 3분 늦게 출발했다.

신호 걸린 걸 안타까워하며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다른 곳보다 나뭇잎도 풍성하고 멋있게 자란 나무가 보였다.

세어보니 일곱 번째 나무였다.

부러웠다.

'이젠 하다 하다 별게 다 부럽다'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었다.


새야 새야!

앙상한 나무의 꼭대기가 전망 좋은 최고급 아파트의 로열층으로 둔갑을 했다니~

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내 꿈은 지하주차장이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가는 거다.

눈이 오면 차에 쌓인 눈을 털어내야 해서 10분 먼저 나가야 한다. 늦게 퇴근하니 나무 밑밖에 자리가 없어서 내차는 온통 새똥으로 뒤범벅되어있다. 비가 오면 조금 씻겨 내려가기는 하지만 자동세차장의 물살에도 끄덕하지 않고 버텨내는 굳건한 새똥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 요즘은 버찌를 먹은 새 덕분에 내차는 보라색 똥으로 칠해져 있다.

나도 언젠가는 지하주차장이 있는 곳에서 깨끗한 모습으로 눈 내리는 지상의 세계로 올라오며 "선생님 차만 강원도에서 온 것 같다"라고 말했던 그 선생님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할 거다.

드디어 나도 지하세계에 살게 됐다고 아수라백작같이 웃으면서......

음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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