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부모 시점

아이의 청소년기가 침묵의 시간이 되지 않기를

by 솔담

오늘은 눈을 뜨니 7시 30분이었습니다.

아, 다른 날 같으면 출근할 시간인데 쉴 수 있어 좋다! 며 행복에 젖어 뒤척이고 있었습니다. 노노는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와 옆에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더니

"엄마! 나 사고 싶은 게임 있어"

"무슨 게임? "

게임 이름을 말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네요.ㅎ

"엄마는 아들 잘 둔 줄 알아."

"그럼 아들 잘 뒀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은 근데 왜?를 묻고 있는 것을 알았는지

"친구들은 용돈으로 산대. 부모님 몰래 사기도 하고."

"너 컴퓨터 용량 적어서 게임 못하는 거 아니었어? 또 사면 아예 못하는 거 아냐?"

"저번에 컴퓨터 용량을 늘렸잖아. 옛날 거라 그렇지 용량은 충분해."

노노는 방으로 가서 검색하더니

"엄마! 신용카드 있어? 아니면 문상을 사야 하는데 20,500원이라 애매해."

"신용카드 가방에 있어. 그런데 어제 텔레비전에서 본 엄마론 아빠론 기억하지? 만약 100만 원짜리 옷이 입고 싶으면 엄마한테 꼭 말해야 해."

"난 옷에 관심이 없어서 괜찮아. 100만 원짜리 컴퓨터 사주면 안 돼?" 하고는 깔깔 웃더라고요.

카드번호, 유효기간, 비밀번호 두 자리 입력하니 결제가 되는 것을 지켜보던 노노가

"그렇게 간단해? 이거 누출되면 큰일 나겠다. 이 게임이 엄청 유명한 건데 설마 해킹당하거나 그러지는 않을 거야."

카드 결제됐다고 엄마한테 문자 왔으니까 걱정하지 마 아들.

20,500원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돈이지만 결제를 하면서 [엄마론, 아빠론]에 관해 이야기를 하며 노노가 필요한 것 이야기해주어 고마웠습니다.



어젯밤 우연히 보게 된 SBS 궁금한 이야기Y.

대출업자에게 부모님 명의의 신분증과 휴대전화만 있으면 미성년자에게도 대출금 백만 원을 바로 보내준다고 합니다. 물론 백만 원은 부모님 통장에서 빠져나간 거고 통장에 있는 나머지 잔고가 사라지고 대출금까지 생기기도 한답니다. 피해자였던 미성년자가 친구를 소개해주며 공범이 된다고 하는 끔찍한 내용이었습니다.

그 위험한 돈놀이에 미성년자를 이용하다니 너무하다 싶었어요.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나도 갖고 싶은 욕구가 청소년들을 그렇게 만든 게 아닌가 싶습니다.

미래를 계획하고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고, 도덕적인 가치관을 알아가야 할 시기인 청소년기에
공부 잘하는 아이가 우선적으로 되어야 하는 사회적인 문제는

어른들이 풀어내야 할 과제임은 틀림없습니다.


노노는 요즘 게임을 만들거나, 게임 음악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합니다. 컴퓨터 학원에 다녀보면 어떨까? 물었더니 게임 스토리 구상을 하고 있다며 휴대폰 메모장을 보여주더라고요.


발명가, 클라리넷리스트, 권투선수, 과학자에서 이제는 게임 관련 일을 하고 싶다네요.

계속 바뀌는-'아이가 하고 싶다는 일'이 언젠가는 하나로 정해져서 잘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아이가 잘하는 일이 하고 싶은 일이 되는 것을 바라는 부모의 마음입니다.


[야구소녀]라는 영화에서 엄마가 글러브를 불에 태우며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밥 먹을 애들 다 정해져 있어. 왜 너만 모르는데"라고요.

여자가 프로야구선수가 된다는 것 얼토당토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가 되겠다는 것을 향해 피가 나도록 연습하는 그 주인공을 둔 엄마가 부러웠습니다.


노노도 무언가가 되겠다는 것이 빨리 정해져 그 길을 향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전지적 부모 시점입니다.

아이가 자라서 '내 인생 깊숙이 엄마가 들어와 있구나'를 느낄 때가 언제일까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힘이 들 때 엄마와 이야기한 시간을 떠올리며 힘을 얻었으면 합니다.

침묵이 소중한 청소년기를 잡아먹지 않도록 아이와 지금처럼 대화를 이어나가는 엄마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에거서 크리스티가 필명으로 쓴 소설 [딸은 딸이다]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아들은 아내를 얻을 때까지만 아들이지만 딸은 영원한 딸이다.

아들, 아내 얻기 전까지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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