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아이는 시험기간에 무얼 할까?

다른건 몰라도 정신건강은 참 좋을것 같다.

by 솔담

시험시간표

월요일 : 기초학력평가

화요일: 국어, 과학

수요일: 영어, 기가(기술,가정)

목요일: 수학, 역사


[2020년 7월 27일 월요일]

저녁을 먹고 아이는 유튜브를 보다가 친구들과 열심히 게임을 했다. 그만 자라고 했더니 책 넘기는 소리가 한 시간 가량 들렸다. 무슨 책을 넘기는 걸까? 궁금했지만 나는 꿈나라로 갔다. 무얼 했는지 다음날도 묻지 않았다.


[2020년 7월 28일 화요일]

아이의 행동 : 아침밥을 먹으라고 네댓 번 이야기를 했더니 과학책과 휴대폰을 동시에 들고 나와 밥을 먹으며 유튜브를 본다.


엄마의 생각: 3학년이 되더니 시험시간표를 알고 있네? 2학년 때 까지는 오늘 무슨 시험을 보는지 관심 조차 없었는데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과학책을 들고 나오기는 했구나.


저녁시간 아이와의 대화:

"엄마! 놀이터 옆에 인도 있잖아. 거기에 지렁이가 한 마리 있더라고. 햇볕에 말라서 불쌍했어. 나뭇가지로 젓가락 만들어서 화단에 던져주고 집에서 물 받아다가 지렁이 몸에 조금 뿌려줬어. 그런데 지렁이는 물을 싫어하거든. 비가 오면 지렁이 집에 물이 차서 밖으로 나오는 건데 길을 잃어 햇볕에 탈것 같아서 물을 뿌려줬는데 죽지는 않았겠지?"

"안죽었을거야. 손으로 잡아서 놔주지."

"옛날 같으면 그랬겠지만 이젠 징그럽더라고."


[2020년 7월 29일 수요일]

아침을 먹으며,

오늘은 공부할 게 없어. 영어는 아무것도 모르겠고, 코로나 때문에 서술형 문제가 없으니 기가는 단어의 뜻만 알면 풀 수 있으니까 괜찮다고 말을 한다.


엄마의 생각: 단어의 뜻을 알면 풀 수 있는 과목도 있더냐? 그래도 시험날이니 밥 많이 먹고 기분 좋게 학교 가거라. 가마솥에 밥을 했는데, 입맛이 없다고 해서 굶고 갈까 봐 누룽지를 끓여 주고 나는 후다닥 출근을 했다.


퇴근하고 운동을 다녀왔는데도 아이의 자판에서는 세찬 비가 멈추지를 않는다. (리듬게임이라고 한다.)

10시 10분이 되니 '아, 힘들다!'라고 하는 소리에 이어 '수학책은 안 가지고 와서 공부를 못하겠고, 역사책만 열심히 보면 되겠네?'라고 혼잣말을 하다가 밖으로 나와서 하는 말.


"엄마! 나 선별 진료소 갈 뻔했어.

"왜?"

"나 편두통 생기면 이삼십 분 가잖아. 오늘 아침에 머리가 너무 아파서 보건실 갔거든. 다른 때 같으면 선별 진료소 가야 하는데 시험기간이니 약 준다고 하셔서 약 먹었어."

"니 눈 보니 졸음이 가득하다. 잠이 모자라니 당연히 머리가 아프지. 일찍 자!"


양치하는데 휴대폰을 들고 와서

"엄마! 빗살무늬 토기 말고 중요한 다른 토기 이름 뭐지?"

"몰라"

" 아, 생각났어. 민무늬 토기!"

책장 넘기는 소리가 몇 번 들리더니 졸려서 자야겠다고 인사를 하러 나를 찾아왔다.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안아주는 아이는 힐끔 노트북을 보는 것 같은데 눈치를 못 챈 것 같다.

서너 번 다녀간 아이가 빗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며 또 왔다 갔다.


귀가 간지러워 잠을 못 자는 건 아닐까?

엄마가 이렇게라도 풀지 않으면 잔소리를 하게 될 것 같다. 미안하다 아들아.

말이 길어지면 혹시라도 잔소리를 할 것 같아서 짧게 단답형으로 끝냈다.

어차피 하루 공부한다고 점수가 잘 나올 것도 아니고 네 지식이 늘어날 것도 아닌데, 잠이나 푹 자고 가거라 아들아.




무심코 펼친 일기장에 적어둔 글을 옮겨 적어본다.

「돈의 신에게 사랑받는 3줄의 마법 」책을 읽으며 적은 글 같다.

아들이 더 잘되기를 바라고 무엇인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바라는 건 너의 소망이 아니라 엄마의 소망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 자랑거리가 필요했던 거지.


비 오는 거리를 걷는 낭만을 즐기는 아이.

비가 많이 온다며 엄마에게 전화를 거는 아이.

그 상대가 엄마에서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과정을 겪게 되겠지?


내 자랑거리를 만들기 위해 아들을 재물로 바칠 수 없다.


왜 아들이 꿈을 찾아야 해?

힘들게 살게 하고 싶지 않아서.


왜 꿈을 찾지 않으면 힘들거라 생각해?

자랑거리가 없고 지쳐 잠든 모습을 보는 게 괴로우니까.

이건 내 관점이야. 아이가 원하는 관점에서 생각해봐.


아이는 충분히 행복하다고 한다.

내 기준에서 아이의 행복의 크기를 바라보지 말자.

아이는 지금 여기 행복을 느끼고 있으니까.


16살.

무엇을 하고 실패해도 좋을 나이다.

누군가가 도와준다고 해도 넘어지고 아파할 나이.

그럴 수밖에 없는 나이.

그러니까 충분히 즐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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