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들과 둘이 사는 법

고단수 엄마보다 한수 위 아들

by 솔담

이제 그 아이는 자라서 고개를 뒤로 젖히고 바라봐야 한다. 아침 준비를 함께 하고, 내가 밥을 하면 아이는 빨래를 넌다. 내가 청소기를 밀면 아이는 대걸레를 민다. 아이 스스로 도와줄 때도 있지만, 내가 부탁을 하기도 한다.

'아들! 나와서 간좀 봐줘! 아들 빨래 널어줄래?'

가끔은 '엄마 설거지 하기 시로~ 아들이 해줘잉~'하며 아이 얼굴 앞에 가서 커다란 눈을 껌뻑이며 불쌍한 척하기도 한다. 통하면 좋고 아님 내가 하면 되니까~


단! 빨래를 이상하게 널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꼼꼼하게 청소를 하지 않아도 패스하고 아들이 안 볼 때 물티슈로 닦아 내던가 빨래를 다시 넌다.

그리고는 '고맙다'는 인사를 빠뜨리지 않는다.

이게 아이가 집안일을 하게끔 하는 비법인 것 같다.

가끔은 내가 고단수 엄마인 것 같다.


[한번 다녀왔습니다] 드라마를 함께 보다가 안마를 받는 장면을 보며 '엄마도 안마받고 싶다. 온몸이 너무 아파' 그 말을 듣자마자 아이는 안마를 시작했다. 그러다 발로 등을 바치고는 엄마는 뒤로 힘껏 밀어보란다. 온몸이 시원했다. 발꿈치로 어깨를 문지르다가 장난기가 발동해서 사진도 몇 장 찍었다.

일명 [약발 명가]ㅋㅋ : 드라마에서 PPL로 약손명가가 나왔다.


아이방 정리가 끝나고 우리는 [슬기로운 빵생 활] 이어 보기를 하고 있다. 어제도 약발 명가 안마를 받았다. '엄마, 누가 보면 버릇없다고 하겠어. 엄마 어깨에 발 올려놨다고'

예의도 아는 놈이구나~흐뭇했다.


이불을 거실에 깔고 새벽 3시까지 보다가 잠이 들었다. 드라마 보다가 '5일 날 등교하니?' 물었다. 아이는 학급 밴드에 들어가더니 다음 주는 온라인 수업한다고 한다. 언제 학교 가는지 모르냐고 할게 아니라 그러냐고 고개를 끄덕이면 된다. 드라마 보다가 '맥주 한 캔 있는데 마실래?' 했더니 고개를 저으며 '엄마, 16년 만에 처음이야. 엄마가 먼저 맥주 마신다는 거~' 그러게 오늘은 땡기네~ㅎ


아이와 내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무수히 많다.

홈트 한다는 노노가 윗몸일으키기 할 때 다리를 잡아주거나 턱걸이할 때 자세가 바른 지 봐주기도 한다. 드라마를 보다가 신나는 음악이 나오면 몸을 흔든다. 몸 흔드는 엄마를 지켜보는 아들은 웃다가 '엄마 돼지'라고 한다.

함께 볼 드라마와 영화 선택을 하고 서로 맞지 않으면 따로 보면 된다.


아이는 아이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다. 화장실 가려고 나왔다가 내가 깜깜한 데서 휴대폰을 보고 있으면 아무 말 없이 불을 켜주고 간다. 아차 싶다.

아이가 그렇게 하는 건 '깜한 데서 휴대폰 보면 눈 나빠진다'는 내 말이 기억나서 일거다.


아무 말하지 않고 행동만 하는 노노는 나보다 한수 위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김정운 교수의 말처럼 노노가 정말 잘 노는 놈이 되었으면 한다.


어익후~노노가 깼네요.

"엄마!"

"잘 잤어?"

"어, 보자"


저~슬감생 보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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