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을 한 친정부모님께 내린 처방전
아빠가 '테스형'이 되세요.
남동생이 대학을 다니는 두 딸에게 서울에 집 얻어주느라 집을 줄여서 이사를 했어요.
옆에서 듣던 노노가 "엄마, 삼촌은 누나들 집 해주는데 엄마는 나한테 뭐 줄 거야?"
"음...... 자유와 넌 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너에게 선택권을 줬잖아."
"오! 우리 엄마 멋진데?"
"너도 누나들처럼(외고, 자사고 졸업하고 sky 입성) 공부할래? 그러면 엄마도 너 대학 가면 전세 정도는 해줄게."
"아이잉 ~ 엄마, 난 지금이 좋아. 그런데 엄마 북한하고 우리나라하고 싸우면 누가 이길까?"
"북한이 이기지 않을까?"
"우린 미국이 있잖아. 다른 나라는 '나라 대 나라'로 연습하는데, 미국은 '미국 대 세계'로 시물레이션 한다잖아."
"그래? 우리에겐 미국이 있군. 그래도 북한은 어릴 때부터 총쏘기 뭐 이런 거 연습한다던대."
"엄마, 우리도 가상에서 모여서 헤드셋 끼고 분대 결성해서 서로 의견 나누며 총 쏘는 연습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마."
말문이 막히고 순발력 뛰어난 아들 덕분에 배꼽 잡고 웃었답니다.
TV에서 딸이 엄마 머리를 양쪽으로 묶어주는 걸 보던 노노가
"엄마도 양쪽으로 머리 묶어봐."
"네가 묶어줄 거지?"
"엄마, 난 머리는 못 묶어. 엄마가 묶으면 어떤가 봐줄게."
젊었을 때 엄마보다 지금 엄마가 더 예쁘다며 양쪽으로 묶은 머리를 잡고는 뭐가 재미있는지 막 웃는 노노.
"엄마 머리를 잡는 버르장머리 없는 아들. 증거를 남기마"하고는 사진을 찍었어요.
흔들렸지만 증거 남기기에는 충분했답니다.
부모인 저는 참 즐겁습니다. 건강한 아들과 대화를 자주 하며 지내니까요.
사실 어젯밤에 두 시간 정도 잤어요. 휴대폰 새로 하러 방문하셨던 부모님이 저녁까지 드시고 가셨는데, 두 분이 다투셨다고 전화를 하셨거든요. 그리고 자려는데 아빠가 소주 한 병 마셨다며 전화를 또 하셨어요.
엄마와 다투고 저희 집에 오셔서 소주 드신 뒤로 3년만에 또 술을 드셨네요. 속상하면 저희 집에 오시라고 했는데 오시지 않네요. "언니하고 동생한테는 엄마 아빠 싸웠다고 말하지 말아라"하시는 아빠.
'걱정 마세요. 저만 속상하고 말죠.'혼잣말을 했어요.
연세가 드셔도 의견이 맞지 않으면 다투는 부부. 저희 부모님만 그런가요?
요즘 편두통과 몸살 기운이 너무 잦아서 대상포진 예방접종과 건강검진을 하려 마음먹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너무 어지러웠어요. 그래도 집을 나섰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독감 예방 접종하러 온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요. 뜨악!!
치매 초초기인 엄마와 함께하는 아빠.
아빠가 '테스형'이 되셔요.엄마와 아빠가 함께 계실까 봐 아빠께 문자를 보냈는데 답이 없어 엄마께 전화를 했어요.
"자식이 싸웠다고 부모한테 전화하는 거 봤어도 부모가 싸웠다고 자식한테 전화하는 거 첨 봤다. 너네 아빠는 왜 너한테 전화를 한다니? 미안하다. 너네 아빠 아침밥 먹고 나간 거 같더라. 오기만 해 봐라. 내가 밥해주나."
엄마는 또 엄마 관점에서 하소연을 하시더라고요. 아빠 관점의 말과 180도 달랐지만 어쩌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두 분의 말씀 들어드리고 공감하는 것뿐.
"엄마, 할아버지 우리 집에 오시라고 해야 하는 거 아냐? 할머니가 밥 안 드린다고 했지, 할아버지는 밥 못하시나?"
"아냐! 잘하셔. 그런데 부엌은 할머니 영역이니까 그냥 굶으실걸? 할아버지가 계셔야 가스불도 끄고, (엄마는 가스불 켜놓고, 물 틀어놓고 잊으십니다.) 할머니 약도 챙겨 드리지"
"나가서 사드셔야 할 텐데......"걱정하는 노노.
혼자 사는 엄마와 사는 아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통해 싸움의 기술을 익힙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엄마, 삼촌도 엄마, 이모도 엄마. 모두 엄마한테만 연락하잖아. 엄마가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아들아 엄마 힘들다. 벗어나고 싶다. 왜 서로 연락을 안 하고 엄마한테만 하는지.
여러분! 저, 가족에게서 벗어나서 쉴 공간이 필요합니다.
고통 중에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고통도 있는 법입니다.
사람마다 지고 가야 할 십자가가 있습니다.
버려야 할 짐도 있지만, 꼭 져야 할 무게도 있는 법입니다.
둘을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 김창옥의 [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 96P-
꼭 져야할 짐인 줄 알면서, 나누어 졌으면 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식인 저는 양 어깨가 너무 무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