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노릇' 말고 '부모 노릇'할 시간이 필요해.

이게 명절 음식이냐고!!

by 솔담

연휴 첫날은 송편과 치즈를 사서 친정에 갔습니다. 김치에 밥을 먹고 집 근처 대학가로 나갔는데 엄마가 드시고 싶다는 통닭집이 문을 닫아서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송편을 먹으며 뒹굴다 저녁을 먹었습니다. 저녁상은 갈비가 더해졌어요. 아빠가 일 년 전부터 피부가 간지러워 병원에 다니시는데 닭고기, 돼지고기, 생선은 먹으면 안 된다고 해서 이번 추석에는 전을 부치지 않기로 했답니다. 친정이니까, 원래 음식을 잘 안 하니까 그러려니 했어요. 명절이라도 평일과 같은 일상입니다. 책을 읽다 잠이 들었습니다.

김창옥의 「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

추석 당일 아침에는 제가 좋아하는 육개장을 끓여주셨어요. 도토리묵과 이웃집에서 줬다는 오이 삼총사(오이무침, 오이물김치, 오이피클)는 여전히ㅠ.ㅠ

부침가루랑 밀가루 택배로 보냈는데...... 하는 마음만 꼭꼭 넣어두었습니다.


조카가 쓰던 컴퓨터를 업그레이드 한 뒤 노노 준다고 해서 아침을 먹고는 봉담에 사는 언니네로 갔습니다. 처음 가보는 곳이라 많이 긴장됐습니다.

(고속도로 통행권이 손에 닿지 않아 땀 뻘뻘..)

고추장, 된장, 간장, 냄비, 밥그릇, 옷, 양말, 김치 등 이삿짐을 방불케 하는 짐을 싣고 갔답니다. 그날도 일을 하다가 잠깐 들른 언니.

엄마가 싸준 육개장으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다행히 언니가 생선을 구워줘서 노노는 생선하고 밥을 먹었답니다.


연휴 삼일째 되는 오늘은 찢어진 장판을 테이프로 붙이고 데코타일 붙이는 작업을 했어요. 방에 있던 짐을 빼고 다시 넣는 일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배가 고파 두시쯤 떡볶이를 해서 먹고 웬만큼 정리가 끝나 커피 한잔 마시고 있는데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엄마가 배낭을 메고 들어오셨습니다. 동네에 혼자 사시는 분이 계셔서 삼계탕을 해드리려 준비했는데, 기다려도 오지 않아 연락해보니 조카가 와서 못 오신다고 해서 삼계탕을 메고 오신 겁니다.


삼계탕? 하면 어떤 게 떠오르시나요?

동생이 보내준 포장된 1회용 삼계탕입니다.(동생은 고기를 드셔야 힘이 난다고 사골국물과 삼계탕 등과 육류 등을 일 년에 서너 번 택배로 보냅니다.) 아빠가 못 드시니 가져오셨답니다.

"엄마, 우리 떡볶이 먹은 지 얼마 안 돼서 지금은 못 먹어!"라고 했더니 프라이팬에 남은 떡볶이를 드시더라고요.

"점심 안 드시고 오셨어요? 그럼 엄마 다른 거 해줄게."

"아니다, 안 먹던 거 먹으니 맛있다."라며 끝까지 드시는 엄마를 바라보니 미치겠더라고요.

"그럼 조금 있다가 삼계탕 데워서 먹고, 오늘 주무시고 가시던가 늦게 가셔요. 그리고 오이랑 도토리묵은 왜 가져왔어? 이틀 동안 계속 먹었는데?"라고 했더니

"너 도토리묵 잘 먹길래 가져왔다" 하시더라고요.

"엄마! 잘 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또 먹으라고? 이렇게 무거운 거 메고 올 거면 전화를 하던가 아님 나보고 오라고 하지"

"너 나중에 엄마가 이런 거 메고 온 거 생각날 거다. 아직은 이런 거 메고 다닐 힘 있다." 하시는 거예요.

"그럼, 아빠랑 같이 오지. 휴대폰 바꾸게."


[마음의 소리]

두 분 다 휴대폰이 고장 났다고 해서 10월 9일 날 쉬니까 오셔서 휴대폰 바꾸고 엄마가 드시고 싶다는 시장표 통닭을 먹기로 했어요. 제가 아니더라도 동생이나 언니가 그런 일을 대신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인터넷으로 주문해 드리고 나중에 돈을 받기는 하지만 생필품 떨어졌다고 전화받는 것도 싫을 때가 있습니다. 연락도 없이 불쑥 저희 집에 오시는 것도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딸 집이니까 와도 된다며 오셔서 이것저것 옮겨놓고 가져가시는 엄마. 차리리 큰 거 하나 가져가지 식초 한 병, 칫솔 하나 등 작은 것을 가방에 넣고는 노노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딸 집이니까 내 마음대로 가져간다! '딸 집이라도 그러는 거 싫습니다.

엄마네까지 배달시키기에는 딸 형편이 넉넉지 않은데,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는 노노 먹으라고 산 과일이나 빵이 우리 집에만 있으면 죄를 짓는 거 같은 내 마음 엄마는 알까요?


떡볶이를 다 드신 엄마가 삼계탕 하나, 녹두죽 하나를 배낭에 넣더니 환할 때 간다며 나가셔서 설거지하다 말고 달려 나갔습니다. "전철역까지라도 모셔다 드릴게!" 했지만 "나 잘 걷는다!"라며 가셨습니다.

식탁에 덩그러니 남겨진 음식을 보니 가슴이 터질 것 같고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음식을 냉장고에 넣고는 아빠께 전화를 했습니다.

"아빠! 엄마 지금 가셨어. 저녁 드시고 가라고 해도 그냥 가셨어. 나~오이김치 싫어해. 도토리묵도 몇 끼를 먹었는데 또 가져오면 어떻게 해."

"알았어. 다음엔 너네 엄마한테 가져가지 말라고 할게."

"이게 솔직히 명절 음식이야? 남들 집에 가봐. 어떻게 먹나" 참았던 울음이 쏟아졌습니다.

"알았어. 그만해. 엄마 도착할 시간에 마중 나갈 테니 걱정마라."

아빠 목소리에도 화를 참는 게 느껴졌습니다. 왕복 5시간 거리를 딸 먹인다고 무거운 거 메고 갔는데 싫다고 하니 화가 나셨겠지요. 그 마음도 압니다.

엉엉 울다 언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언니~라고 울며 부르는 내 목소리를 들은 언니는

"미안해. 전화통화 못해. 진정하고 찬물 마시고 있어...."라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지금 노노는 눈치를 보며 왔다 갔다 합니다. 아이에게 화내면 안 되는데, 커튼 말랐으니 봉에 끼우라고 소리쳤습니다. 오랜만에 맞는 연휴라 정말 행복하게 보내고 싶었습니다. 찢어진 장판에 테이프 붙여놓은 노노 방이 마음에 걸렸었습니다. 이번 연휴에는 자식 노릇 말고 부모 노릇 하고 싶었습니다. 아이방 깨끗하게 보수해주고 컴퓨터도 새로 해주면서 노노와 보내고 싶었습니다. 부모의 존재만으로 등불이 된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그 불이 꺼지면 후회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지만 양 어깨에 내려앉은 무거운 짐을 언니나 동생과 나눠지고 싶습니다.


'엄마 오지 말라고 해, 내가 대신 말할까!'소리치는 동생말고, '엄마, 아빠는 너 없었으면 어떻게 했대니?' 하는 언니 말고 내 말에 공감해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나와 세상의 대답이 다른 이유는 사고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지 정답이 틀려서가 아니다. 그러므로 외부 의견에 일일이 상처 받을 필요가 없다.

명절이면 갈 곳이 생겨서 좋았습니다. 아이랑 둘이 가도 내쫓지 않는 엄마라서 감사했습니다. 그랬던 마음이 아물려고 하면 덧나버리는 상처가 되어 곪고 또 곪아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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