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기쁨(feat. 보통)

돈이 없는 사람들을 위하여

by 솔담
돈과 행복의 관계를 에피쿠로스적인 시각에서 그래프로 그려보면, 돈이 행복을 안겨주는 능력은 급여가 낮을 때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일정 수준에 도달했을 때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100p -

며칠 전 제가 무척 초라해 보였다는 글을 썼습니다. 아주 잘 산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눈에 보이는 그 사람을 마주하자 심통이 났습니다. 대형차 소유자는 소형차 소유자보다 더 큰 행복을 소유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신형 외제차에서 파, 배추 등을 내리는 그 사람에게 인사를 하며 지나쳐 오는데 나는 끓는 물에 넣어져 쪼그라진 플라스틱 같았습니다. 펼 수 없는 쪼그란 인생.

집에 돌아와 일기를 쓰고 국화를 주문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며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불안했습니다. 더 이상 나빠질 건 없다! 는 생각으로 살다 보니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시계추 같은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나만의 시간이 더 소중해졌습니다. 겨울 내내 나에게 힘을 선사해 줄 국화를 내년 봄이면 친정집 마당에 옮겨 심을 계획을 세웠습니다. 옆으로 퍼져 군락을 이루겠죠. 그 국화꽃을 보면 힘든 그날이 생각나겠지만 코를 갖다 대고 국화향 들이마시며 꼬마자동차 붕붕처럼 힘을 내던 20년 11월의 그날도 생각이 날 겁니다.

동전의 양면 같은 추억을 선사할 국화꽃이 가득한 마당을 머릿속으로 그려봅니다.


쾌락을 가르치는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사상을 빌어보자면 그래도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결핍에서 오는 고통만 제거된다면 검소하기 짝이 없는 음식도 호화로운 식탁 못지않은 쾌락을 제공한다'라고 했습니다.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이고, 가마솥밥을 해서 노노가 먹고 싶어 하는 소시지를 구워 먹었습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유전자 이야기가 나왔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쌍꺼풀이 없는데 엄마는 쌍꺼풀이 있다며 노노가 과학책을 가져와 멘델의 유전법칙에 관해 제가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었습니다. 노노는 자신의 우성 유전자와 열성 유전자가 어떤 건지 써보더군요. 아이의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고모까지 등장했습니다. 누룽지에 숭늉까지 마시고는 트림을 꺼억! 하는 노노. 반찬 없는 식사였지만 즐거웠습니다.


행복을 손에 넣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행복을 가로막는 주요한 장애는 대부분 금전적인 것은 아니다.


알랑 드 보통의 말을 믿어보렵니다. 보통이 쓰는 글을 좋아하고 그의 사색에 동참한 오늘을 남겨봅니다.

소크라테스가 메논에게 논증한 글에 밑줄 쫙, 별표 하나.

{그날의 여운 때문인지 이런 글만 눈에 띄네요☞☜}

부유한 사람이 자신의 재산을 보면서 자신의 미덕을 증명해줄 것이라고 단정할 아무런 이유가 없듯, 가난한 사람도 자신의 곤궁을 악행의 징표로 생각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내가 가난하다고 해서 내 마음까지 아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잘 살고 있다고 제가 저에게 셀프칭찬을 하며 머리를 쓰담듬어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