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열심히 사는 것 같다.

by 솔담
"산다는 건 뭘까?"
"죽을 때까지 이렇게 저렇게 어떻게든 한다는 거야. 별 대단한 거 안 해도 돼" 106p

무얼 해야 되는 줄 알았다. 뭐라도 해야 되는 줄 알았다. 그러다 이혼이라는 걸 하면서 남들 안 하는 거 나만 하는 듯 호들갑을 떨었다. 남들은 아무 신경도 안 쓰는데, 내가 나를 특별하게 생각했던 거다. 네가 키우는 것보다 잘 키울 자신 있다고 큰소리는 쳤는데, 어떻게 키우는 게 잘 키우는 건지 몰라서 내 기준대로 아이와 지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기. 누가 어른인지 아이인지 모를 만큼 시골 동네를 누비고 다녔다.


"가난해졌다고 갑자기 친절하게 대해야 할 이유는 없어. 인간은 언제나 한결같아야 해." 35p

아이 유치원에 있는 시간에만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차를 팔고 집을 팔아 생활비로 썼지만 괜찮았다. 남편이 없고 아빠가 없어서 그렇지 모자 사이는 변함없이 잘 지낸다. 공통분모가 생기면 함께 하지만 각자 나름대로 혼자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지내는데 익숙하다. 아주 우수한 성적을 받는 아들은 아니지만 건강한 아들이라 좋다. 아이도 나도 방문은 항상 열려있다. 각자 비밀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터놓고 지내는 편이다.


하긴 보통 가정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전부 비정상이다. 47p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비정상이라지만 그래도 남편 있고 아빠 있는 가정은 우리 가정보다 그래도 뭔가가 더 있어 보인다. 남편이 운전하는 옆자리에 앉고 싶고, 아이가 차에서 잠들면 내가 애쓰지 않아도 척척 옮겨주고, 양쪽에서 손을 잡고 아이를 높이 들어 올려주는 게 부러웠다. 이제는 아이가 자라서 도착하면 스스로 일어나 걸어가고, 나를 번쩍 안아 비행기를 태울 기세다. 한 가지만 남았다. , 아들아 19세 되면 운전면허 따자. 그리고 바다에 가는 거다. 야호!!!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렵다. 어른이 되고 나서도 어렵다. 229p

내가 일하는 곳은 자동차 정비하는 곳이다. 어느 날 G에게 부품번호 어떻게 찾는지 알려달라고 했더니 누나는 머리 좋으니까 금방 이해를 할 거라고 한다. '저 머리 안 좋아요' 했더니 '나이 들어 기억력이 떨어져서 그렇지 머리는 좋잖아요.' 하는 거다. '차라리 머리 나쁜 게 낫지 나이 들어 기억력이 떨어진다 하니까 슬프다'라고 했다. 당황한 G는 '애이, 왜 그러세요'하며 멋쩍게 웃었다. 나도 정말 나이 들었나 보다. 나이 들었다는 말이 슬프게 들리는 걸 보니. 나이 들었다고 어른은 아니겠지? 괜찮은 어른이 되기 위해 난 무얼 해야 할까?


'행복은 현실 생활 속에 어쩌다 등장해야 하는 거야.'

매일 행복하면 어떤 게 행복인지 모를 테니 힘든 삶 속에 어제의 웨하스같이 헤죽헤죽 웃게 되는 일이 가끔 생기겠지? 오늘은 짱구를 먹었는데 행복하지 않았다. 달콤함도 비슷한데 왜일까?

행복 2 연타를 기대했지만 그건 기우였다. 짱구가 목에 걸린 듯 이물감이 느껴져 불편하다. 아, 그런데 손 닿는 곳에 물이 없다. 주방까지 가기 귀찮아 참고 있는데, 노노를 불러서 물을 달라고 하면 나쁜 엄마겠지?


"세상에 어른 따위는 없다. 단지 어른인 척하는 아이가 있을 뿐이다. 231p

물 먹으로 나가다가 아이방을 보니 히히히히 웃는다. 요즘 일본 애니메이션에 빠졌는데 엄청 재미있는 장면이 나오나 보다. 나도 영화 한 편 봐야겠다. 로맨스를 볼 것이냐 공포물을 볼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몇년 전에 그린 책갈피.

사노 요코의 글을 읽으니 내 기분도 뻥 뚫리는 것 같았다. 거침없이 인생 킥! '인생 뭐 있어? 그냥 이렇게 사는 거지. 특별하지 않아도 그냥 같은 일상이 반복돼도 괜찮아. 이젠 특별한 일만 남았잖아.'


오늘을 책갈피로 접어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