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칙 맛집 [고래]를 소개합니다.

천명관 작가의 블랙홀에 빠져볼까나?

by 솔담

커다란 고래의 뱃속에 갇혀 있는 제페토 할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고래의 몸속에 불을 피워 할아버지를 구했다는 피노키오 이야기를 기억하십니까?

'공주님은 왕자님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며 누군가와 함께하면 행복할 거라는 동화를 읽고 자랐지만 어른이 되어가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게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맙니다. 행복을 추 구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는 우리는 언제 가장 행복할까요?


그녀는 행복했다. (중략) 추위와 배고픔, 외로움과 무료함은 그에 비하면 그래도 견딜 만한 것이었다. 358p

춘희는 맞고 갇히고 죽이겠다고 위협하는 감옥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행복이라 했다. 아마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자유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편안함이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행복의 법칙일까?


[고래]에는 여러 가지 법칙이 출동한다.

어떤 인물에 대해 아리송할 즈음에는 혹시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라고 하며 친절하게 그 인물을 소개해 준다. 마치 긴긴 겨울밤 아랫목에 앉아 화롯불에 군밤을 구워 먹으며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옛날이야기처럼 읽는 내내 귀가 솔깃해진다. 언제쯤 군밤을 먹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에 군침이 꼴깍꼴깍 넘어간다. 군밤이 익어가는 냄새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되면 화롯불의 불씨 사라졌다. 더불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 님(군밤)은 먼 곳에 가버리고 없다.


시대를 개척하고, 맞서는 일은 남자들의 영역이었다. 여자들은 그 옆에서 내조의 여왕이라 불리면 장땡이었다. 하지만 고래에서는 여장부 금복이 등장한다. 사업수단도 좋고 사람을 부릴 줄 알았으며 꿈을 향해 척척 돌진하는 패기도 있다. 금복의 남자들은 본능에 충실하다. 욕망이 강해질수록 남성성이 살아난 금복은 자웅동체의 몸을 가졌는지 수련을 옆에 두고 쾌락만을 좇는다.

금복이는 이런 모습이었을까?

복선에 복선이 깔리고 여러 가지 법칙 맛집인 '고래'의 몸 안에서 연기는 제페토 할아버지를 살려낸 것과 달리 도시 전체를 사라지게 한다. 화재의 암시를 주는 휘발유 냄새는 하루아침에 망하는 사람은 없고 어떤 낌새라도 알려준다는 미끼의 법칙이었다.


유신정권 시대인지 일제강점기인지 6.25 전쟁이 일어났던 시대인지 모르게 적절히 섞여있는 시대적 배경과 죽었던 사람이 살아나고 십 년이 지나도 녹슬지 않는 라이터에 귀신일지도 모를 사람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것은 짬뽕 맛집이었다. 행운인지 불운인지 모를 내려앉은 지붕에서 쏟아진 돈다발은 인간의 욕심을 대변했다. 자식을 품에 안지 않는 금복에게 나타나 식겁하게 만드는 국밥집 할머니는 춘희가 감방에서 나와 멍해 있을 때 '두부'를 건네주는 나눔을 보여준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입양을 하고 학대를 해서 죽음으로 내몬 정인이 양부모와 금복이 다를 게 없다.

(외람되지만 춘희가 두부를 먹는 장면에서 냉장고에 있는 두부가 생각났고, 두부 두루치기를 만들어 맛있게 먹었다.)

작가의 의도와 어긋난것 같아 미안했다.

일제가 우리나라의 자원을 약탈하기 위해 철도를 개설할 때 묻어온 씨앗으로 우리나라의 여기저기에 퍼져서 '나라가 망할 때 들여온 풀'이라 해서 개망초 혹은 왜풀이라 불리는 꽃. 흔하디 흔한 개망초의 꽃말은 '화해'라고 한다. 개망초를 시작부터 끝까지 펼쳐놓은 작가는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꼬여가는 사람의 욕심의 결과는 폭망이라는 결과를 알려주려 했던 걸까? 개망초가 난무한 건 엉킨 실타래처럼 꼬여있는 인간관계를 잘 풀어보고자 하는 화해의 법칙이었다.

출근길에 개망초 꽃을 꺾어 아이들에게 왕관을 만들어 주며 놀았던 '어린이집 교사'로 지내던 때
춘희야, 둥글다고 다 시루가 아니듯 네모나다고 해서 다 벽돌은 아니란다.

금복의 남자 '문'이 춘희에게 알려준 세상에 관한 이야기가 그나마 춘희가 낳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성애 가득한 여자로 만든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코끼리 점보를 타고 날아서 우주의 그 어딘가로 가는 춘희는 비로소 알게 된다. 내가 살고 있는 지구가 둥글었다는 것을. 하나를 알려주면 하나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던 춘희가 둥근 것은 시루, 지구도 시루와 모양이 같다. 그러니까 지구도 둥글다는 응용력을 펼치기까지의 일대기는 중력 세총 효과를 이용해 토성 근처까지 날아가 웜홀을 찾아내 3차원의 공간에서 딸과 마주하는 영화 '인터스텔라' 소환했다.

모르스부호로 딸과 소통을 시도하는 장면

늪지대에 세워진 벽돌공장은 지구에서 최초의 남녀가 만들어진 에덴의 동산이자 폐허가 될 지구를 대신해 발견해야 할 또 다른 별에 대한 애환을 간직한 장소이다.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다. -고래 중에서-

주말 동안 책 읽고 영화 보느라 쌓인 먼지를 닦아내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