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다는 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

이제는 내가 내게 하고 싶은 말을 쓸 시간입니다.

by 솔담

남겨진다는 것은 또다시 내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셋에서 둘이 되니 막막했다. 이혼한 사람들 모임 카페에 가입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읽었다. 같은 상황에 있는 삶을 엿본다는 건 위안이 됐지만 내게 남은 문제는 늘 주관식이었다. 그 문제 앞에서 두려웠다. 두려움에 맞설 힘이 필요했다.

먹지 못해 말랐고 마음도 찌든 내게 휴식이 필요했다.


6개월의 휴식기간에 쓸 돈이 필요했다. 첫 세 달은 그 남자가 생활비를 보내줬다. 앞으로는 보내줄 수 없다는 말에 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아무 말도 안 했다. 타던 차를 팔아 작은 차로 바꾸고 남은 돈으로 세 달을 더 쉬었다.


댄스와 요가학원에 등록했고, 취미로 배우던 POP나 폼아트 강사의 비전을 알아봤다. 돈을 주면 자격증을 준다는 말은 그걸로 먹고살기 힘들다로 들렸다. 남는 시간에는 산골 근처 작은 도서관에 묻혀 살았다. 아이도 나도 아픔을 글자 속에 묻어버렸다. 묻어버린 아픔이 꺼내질까 무서워 읽고 또 읽었다.


2010년 3월 민간 어린이집 교사가 되었다. 병설유치원에 다니던 노노가 하원 하면 어린이집에서 같이 있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지만 쉽지 않았다. 돈을 더 받기 위해 선택한 그 1년의 시간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다음 해에는 아이가 유치원에 있는 시간에만 일을 하는 시간제 교사를 선택했다. 여름엔 계곡에서 겨울에는 눈 속에서 산골이 주는 선물을 과하게 누렸다.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자 노노도 머리 아픈 횟수가 줄어들었다.


처음이라 실수를 했습니다. 저 대신 아이를 양육해줄 사람이 없었으면서도 욕심을 냈습니다.

휴식을 하는 동안 앞으로 아이의 시간을 어떻게 쓸 건지에 대한 생각을 했어야 했습니다. 그것을 1순위로 놓야할 것임에도 놓쳐버리고 말았습니다.

머리가 아프다는 아이에게 잠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잠만 재웠습니다. 엄마가 없는 구급차 안에서 아이는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두 번의 응급실행을 맞이하고서 더는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머리 아픈 게 아픈 마음에서 왔다는 것을 알게 되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미안했습니다.

엄마가 무지해서 아이를 아프게 했습니다. 엄마이면서 내 아픔만 보고 나만 생각했습니다. 이기적인 엄마가 또 그렇게 성장했습니다.


아이의 인생을 엄마가 원하는 대로 그려나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건 대학입학금 까지라고 못 박았습니다. 그 안에 하고 싶은 것 읽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해 줄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빚을 내면서까지 아이 뒷바라지를 해주기에는 엄마가 가진 것도 능력도 없기에 선 긋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아이의 일상을 기록하고 아이에게 바라는 말을 글로 쓰고 때로는 짧은 글로 답을 하는 아이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아이가 아닌 내게 하고 싶은 말을 쓰려합니다.













이전 03화말할 수 있는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