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럼 나도 안 갈게. 노노가 할머니네라고 가면 뭐 먹을 게 있어야지 명절이나 평상시나 똑같이 김치만 먹을 거면 뭐하러 가? 이참에 나도 푹 쉴래.'
'그럼 우리가 너네 집으로 갈게.'
'엄마, 그건 더 싫어. 힘들게 일하고 엄마, 아빠 드실 명절 음식 나보고 준비하라고? 김치만 먹더라도 그냥 엄마네 갈게.'
엄마가 이겼다.
저녁을 먹고 치우려는데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너 떡 주문 안 했으면 하지 말아라.'
'주문했는데? 내가 떡 안 맞춰 가면 설날 뭐 먹으려고?'
'아니, 그냥 사다 먹으려고 했지.'
'그러니까 어떻게 사다 먹으려고?'
'너보고 올 때 사 오라고 하려 했지.'
'떡 맞추나 사가나 똑같지. 반은 길게 반은 썰어서 달라고 했어'
'그러냐? 잘했다.'
우리 엄마는 같은 말을 해도 참 사람 힘 빠지게 하는 재주가 있다.
잃어버린 내 본전은 어디 가서 찾아야 할까나.
더 늦기 전에, 때늦은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땅을 치기 전에...... 언제 운명의 신이 부모님과 우리의 사이를 갈라놓을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부모님도 모르고, 당신도 모르고, 나도 모른다. 주어진 오늘 이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길밖에 없다. -고도원의 [부모님 살아 계실 때 꼭 해 드려야 할 45가지] 서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