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서툰 어른이 되어간다.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요.
나는 착한 아이로 살아왔다. 부모님께도 '네' 선생님께도 '네'
친구들 의견에 싫다는 말 못 하고 '그래, 좋아'
마음속에서는 핵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 줄 알았는데 전남편은 왜?라는 표정을 지었다.
울며 힘들다고 하니 뭐가 힘드냐고 묻는다.
내 상황이 힘든 거 뻔히 안 보이냐? 하는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봤다.
'그냥 내 마음을 몰라주는 너 때문에 힘들다!'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나도 내 마음을 몰라서 그랬을까?
이러이러한 게 힘들다고 콕 집어 말을 못 했다.
그때는 두리뭉실 뭉쳐서 힘들었다.
그렇게 살아가던 내가 '싫다, 아니다'라고 말하게 된 계기는 이혼 후 상담을 받으면서부터다.
연습을 해보라고 했다.
엄마에게 전화 걸어서 '이러이러한 게 날 힘들게 했다'고 말하라고 했다.
난 그 소리 들으면 엄마가 쓰러질 거라고 했다.
상담 선생님은 엄마가 그렇게 약한 사람 아니니까 괜찮다고 했다.
난 전화조차 하지 못하고 쫄아있었다.
마음에는 엄마에 대한 원망을 가득 품은 채.
몇 년이 지나 다시 엄마와 연락을 한 뒤로 '싫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옛날에는 울기만 하더니 이제 너도 많이 강해졌다.'라며 엄마는 불편한 내색을 얼굴에 훤히 보여줬다.
엄마를 상대로 나는 그렇게 내 마음을 말하기 시작했다.
올해 졸업하는 아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신문사 '축하합니다' 코너에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써서 응모했다.
다음날 좋을 글 써줘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사진을 서너 장 보내달라는 메일을 받았다.
아이 이름과 아이가 태어난 곳, 중학교 이름 등등과 함께.
앨범을 뒤척이고 있으니 노노가 '왜?'냐고 물었다.
'아들 졸업 축하한다는 글을 써서 신문에 응모했거든. 그런데 사진도 보내달라네.'
'난 내 얼굴 신문에 나오는 거 싫은데'
사진 찾는 걸 멈췄다.
죄송하지만 사춘기 아들이 얼굴 나오는 게 싫다고 합니다. 첨부한 사진은 아이가 중1 때 독감 걸려서 병원 다녀올 때 찍은 사진입니다. 마스크를 썼으니 지금 사진이라 해도 괜찮을 듯해서 보냅니다. 사진 서너 장이 꼭 필요하면 포기하겠습니다. 아이의 의견이 중요하니까요.
어제 퇴근 후 확인 한 문자 한 통.
인물팀장 *** 기자입니다. 카톡 봐주실래요?
카톡에는 마스크를 쓴 2년 전 사진과 함께한 기사가 있었다.
내용 확인했다는 문자를 보냈더니 인터넷신문 주소도 함께 보내 주었다.
잠들기 전 확인 한 문자에는 나와 메일을 주고받았던 부에디터 분과 팀장님의 동시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아주 약소한 원고료를 드리니 계좌번호, 주민번호, 주소도 알려달라는.
요즘 세상이 하도 하 수상하니 다시 한번 문을 두드렸다.
양쪽으로......
계좌번호,주민번호. 주소를 보냈는데 아직도 안심이 안된다.ㅠㅋ 아이 의견을 무시하고 글 욕심에 사진을 보냈더라면 아이를 헤아리지 못하는 엄마가 됐을 텐데, 아니라고 말하는 용기를 낸 나라서 다행이다.
책을 출간하고 인세를 1원도 못 받은(출판사가 어렵다고...ㅠㅠ) 나로서는 이번이 글을 써서 받는 첫 원고료가 될 것 같다.
얼마가 됐던 노노 통장에 넣어줘야겠다.
이렇게 서툰 어른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