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퇴하고 싶어.

방황하는 고1 지금의 시간이 밑거름이 될 거야.

by 솔담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웃다가 울다가 고뇌하다가 '나'로 인한 게 아닌 '아이'로 인한 인생의 여정은 실로 고맙고 감사한 일로 시작됐다.

아이를 낳아 기르며 '나'의 잣대가 기준이 되어 아이의 삶을 좌지우지하며 살지 않기로 했다.


어느 날 아이가 물었다.

엄마는 자전거 못 타는데 어떻게 나에게 자전거 타는 걸 알려줬어?


처음엔 네가 가는 속도에 맞춰 뒤를 잡아줬어. 그리고는 그냥 놨는데도 너는 엄마가 잡아주는 줄 알고 혼자서 잘 가더라. 그 이야기를 하며 서로 낄낄거렸다.


아이를 키운다는

아이가 내는 속도에 맞춰 주는 것, 스스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도록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는 것.

나는 그런 부모가 되고 싶었다. 꼭 무언가를 해주지 않아도 엄마가 있으니까 아이는 무얼 해도 내편이 있다는 믿음을 주고 싶었다.


처음 그 마음대로 지내려 했지만 지켜지지 않는 날도 있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아이와 이야기를 해서 풀어나가면 됐다. 서투른 엄마가 아이와 함께 이만큼 성장해 나갔다.


고1 첫 등교를 하고 아이는 '자퇴'를 하고 싶다고 했다. 마음이 답답하다는 게 이유였다.


코로나로 자유롭게 놀았으니 계획대로 척척 움직이는 게 힘들었겠다. 자퇴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고 결심이 서면 담임선생님께 네가 말씀드리라고 했다. 엄마는 일을 해야 하니까 평일 저녁에만 가능하고, 토요일도 출근하니 일요일에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는 말도 함께 하라고 했다. (너의 자퇴에 동의할 수 없다는 마음이 많이 담겨있다.)


둘째 날, 셋째 날도 자퇴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한 반에 29명 중 20명이 같은 중학교에서 진학했다고 한다. 그들은 벌써 친구들이 있기에 쉬는 시간이면 시끌벅적하단다. (친한 친구가 없는 것도 자퇴의 이유 중 하나인 듯싶다.) 나머지 9명에 속하는 아이는 쉬는 시간에 읽을 책을 찾고 있었다. 이거 한번 읽어볼래?

잘 놀기 위해서는 열심히 살아야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이 책을 읽고 아이가 잘 노는 놈이 되었으면......


한 달을 지내보고 자퇴에 대한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담임선생님께 이야기를 하겠단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난 아이를 지켜볼 생각이다. 그때쯤이면 자퇴란 말 대신 학교 가는 게 즐겁다는 말과 친구랑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들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수없이 맞이하게 될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힘들어도 해내야 할 인생의 수많은 과제 앞에서 고1 지금의 시간이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다시 잠을 청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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