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 그 후

쉬려고 자퇴한 아이는 정말 쉬기만 합니다.

by 솔담

"엄마, 선생님이 전화 하래."

자퇴하고 보름이 지난 후였다. 아직도 학교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수업 계획에 대한 문자가 오고 학교 행사에 대한 문자도 오던 터라 자퇴한 게 실감이 나지 않던 때였다.


"어머님, 이제 자퇴 서류가 마무리됐습니다. **랑 가끔 통화하겠습니다."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굳이 서류 정리됐다고 안 알려주셔도 되는데 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생겼다.

"**목소리 들으니까 많이 밝아진 것 같던대요."

"자퇴서 내고 **가 병원에 안 가고 싶다고 해서 그 뒤로 안 다녀요."

가기 싫다는 고1 아이를 끌다시피 데려간 신경정신과에 앉아 있는 내 마음은 온통 죄인이었다. '엄마가 나약해서 엄마가 부족해서 엄마가 잘못해서 아이에게 이런 일이 생겼구나' 하는 생각이 까맣게 덮어버렸다. 남편이라도 있어야 '네 탓이야!'라고 탓이라도 할 텐데 온전히 내 탓이었다. 처음 문만 열어주고 엄마는 시간이 안돼서 함께 못 가니까 너 혼자 꼭 가야 한다는 다짐을 하고 또 하며 아이 혼자 병원으로 밀어 넣었다.

"정말요? 아, 학교가 정말 힘들었나 보네요."

"아이 마음 건강해진 거 그거 하나만 생각하려고 해요."

"네, 어머님도 괜찮아지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집에만 있는 아이에게 매일 1시간씩 밖에 나가야 한다는 엄마와의 약속을 잊었냐고 했다. 꾸역꾸역 옷을 입고 슬리퍼를 끌고 밖으로 나가는 아이의 뒷모습은 아픔 덩어리였다.

"엄마, 별 보려고 거기 언덕 가는 길에 학교 친구들 만났어. 친구들 야자 끝나는 시간에는 밖에 나가면 안 될 것 같아." 괜히 나가라고 해서 친구들 만났다고 엄마 탓을 하지 않는 아이는 나보다 착했다.

그 뒤로 아이의 산책시간은 새벽으로 바뀌었다. 아무도 없는 언덕에 누워 별을 바라보다 언덕과 연결된 산에도 다녀온다고 한다. 어둠이 무서워 불을 켜고 자던 아이가 이제는 어두운 산길도 다녀온다.

어떤 마음의 변화가 있는지 나는 모르겠다. 엄마가 자는 시간에 나가니까 나가고 들어오는 시간을 문자로 보내달라고 했다.


웹소설에 푹 빠진 아이가 한 달에 얼마 정도 가능하냐고 물었다.

점심을 먹다 갑자기 그 생각이 나서 문자를 보냈다.

이틀 만에 오만 원어치 웹소설을 다 읽은 아이는 '다음 달까지 기다려야지' 라며 엄마 들으라고 큰소리로 말하다 안 되겠는지 다음 달 거 미리 땡겨써도 되냐고 물었다.

"다음 달 거 땡겨쓰면 5% 삭감이다."

2,500원이면 25회인데 아깝다며 참아본다던 아이는 10분도 지나지 않아 당겨 썼다.


쉬려고 자퇴를 했다는 아이는 정말 쉬기만 한다.

괜찮다.

뭘 하던 네 마음만 건강하다면 엄마는 괜찮다.

나는 정말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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