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그만큼만 살고 싶다.
남의 감정의 화살을 맞지않을 만큼만
소소한 행복이라고들 한다.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는 일.
보물찾기 하듯 꼭꼭 숨겨놓은 행복을 찾아보지만 꽝!이라는 쪽지조차 찾아내기 힘든 날, 그런 날이 있다.
달래보고 같이 아파해보아도 자꾸 나타나는 내 안의 어린 시절의 아이는 그대로다.
"연애도 하고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거 하면서 지내요"
서른여섯의 미혼 과장님께 난 퍽이나 잘하면서 지내는 듯 호기롭게 말을 건넸다.
"저는 한 번만 결혼하고 싶어요. 이혼가정에서 자라서 얼마나 힘든지 알거든요."
무미건조한 말투와 표정을 담은 그 말에 나는 또 덜컹 내려앉았다.
싫다는 노노를 데리고 동생이 강원도 여행을 갔다.
늘 같은 시간에 나가고 들어오고 특별할 게 없는 일상이지만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밤의 기운은 평온했다.
노노도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게 나도 가끔은 1박을 하고 와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자퇴 이후 가져온 짐과 먼지들이 섞여있던 노노의 방을 구석구석 쓸고 닦았다. 노노의 아픈 마음도 조금은 씻겨 내려가기를 바라면서.
계절이 바뀌고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을 자연의 변화만큼 아이의 마음에도 참 많은 변화가 일어났겠지? 13년 전 그때는 담지 않았던 상처들을 많이도 갖고 있을 지금의 아이에게 난 죄인이다. 옆에서 아이를 지켜보는 나는 조마조마한데 그 사람은 어느 날 미안한 얼굴로 나타나 아이와 잘 지낼 수도 있겠지? 서로 마음을 열고 안 열고는 아이와 그 사람의 일이기에 그냥 괜찮다. 아이가 상처를 덜 받는 일이라면 나의 감정은 그냥 괜찮다. 그 사람과 나의 일이기에.
그 사람은 이미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같은 말을 해도 같은 글을 전달해도 사람에 따라 천지차이의 반응을 보인다.
내 기분이 첨가된 반응의 화살이 다른 사람에게 꽂히는 날 그 다른 사람은 피를 철철 흘린다.
속으로 흐르는 피를 닦아내기도 전에 또 꽂히는 말이라는 화살을 몇 번이고 받아내는 갑옷을 입은 나는 겉으로는 멀쩡해야 한다. 다짐하고 이를 악물어도 눈물이 나는 날이 있다. 기력이 딸려 손이 덜덜 떨렸다. 스텝이 꼬일 것 같아 죽기 살기로 빠지지 않던 운동도 가지 않았다. 마음의 스텝이 꼬인 날 쓰러지듯 누웠는데 10시간을 내리 잤다.
"몸에서 신호를 보내는 거예요. 최ㅇㅇ 쉴 때가 된 거야."
웃음 코드가 서로 달랐지만 서른여섯의 과장도 웃고 나도 웃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만큼만 살고 싶다.
남의 감정의 화살을 맞지 않는 그런 만큼만.
자기감정하나 추스르지 못하고 남에게 꽂는 너는
나보다 더 안됐다.
쯧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