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고개를 돌려보니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벌써?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나이도 누렇게 익어가는 나이겠구나 싶었다.
벌써? 오십이 넘었다.
비바람 견디고 따듯한 햇살도 받으며 나름대로 견뎌내어 누렇게 익어가는 나이.
남은일은 평가만 남은 것 같아 가슴 한 곳이 쫌 저린다.
튼실한 쌀알도 맺지 못했고
누렇게 익기 전에 고개 먼저 푹 숙이고 세상을 살아낸 건 아닌지 생각에 잠겼다.
그 속에 들어 있는 상품은 이등품.
거뭇하고 윤기가 없는 쌀알을 수확하고 나면
남은 지푸라기는 먹이가 되고 거름이 되어 처음 온 그곳으로 돌려지겠지.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벼이삭 하나에 참 많은걸 생각게 하는 퇴근길이다.
감옥과 정신 병원이 있는 한 누군가 거기에 갇혀 있어야 합니다.
-안 뜬 체호프의 「 6호 병동」중에서-
내 마음에 만들어진 감옥은 자꾸자꾸 철창을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