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사료를 먹는다.

그것도 냠냠 아주 맛있게 먹는다.

by 솔담

참 다른 두 사람이 만났다.

저녁에 샤워를 하는 나와 아침에 샤워를 하는 그 사람.

완벽하게 준비한 후(마음의 준비까지도)여행을 떠나는 나와 마음 내키면 언제라도 떠나는 그 사람.

여행하기 전부터 마음은 이미 전쟁 중이었다.

때가 되면 무조건 먹어서 허기를 채워야하는 나와 맛있는 걸 먹어야 하니 배고픔을 참는 그 사람.

'다르다'는 단어를 빼고 왜 나는 '잘못됐다, 틀리다.'로만 정의를 내렸을까?

이혼하고 한참이 지난 다음에 그 사람과의 다름이 인정되었다.

지금 알고 있는걸 그때 알았다고 해도 우리는 이혼을 했겠지만 사는 동안에 마음은 덜 불편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혼이라는 단어에 이끌려 보게 된 일본에서 만든 10부작 [최고의 이혼]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하고 다시 1년을 함께 살며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혼인 신고서는 결혼의 시작이듯 이혼신고서는 이혼의 시작이라고 한다.

이혼을 하더라도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40대는 상처로 얼룩진 마음을 가다듬는데 다 써버렸다.

그때는 왜 그리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르겠다.

아이가 아파서 울고, 아이에게 미안해서 울고, 내 처지가 딱해서 울고, 잘될 거라 다짐하며 울고 참 이유도 다양하다.

10년이 넘다 보니 이제는 익숙하다.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는 과감히 일어나 불을 켠다. 책을 읽거나 라디오를 듣다가 또 자기도 한다.

누가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가 없어서 집안일 모두 내가 해야 함을 당연히 받아들인다.

자고 싶을 때 자고 깨고 싶을 때 깨고 먹고 싶을 때 먹고 모든 게 내 위주다.


[최고의 이혼]에서 둘이하는 식사는 밥이지만 혼자 하는 식사는 사료라는 대사를 듣고 엄청 웃었다. (이혼을 한 직장 동료가 주인공에게 이혼 하지 말라고 하는 장면이다)

그렇다. 나는 매일 새벽에 사료를 아주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달달한 믹스커피까지 마시고 출근을 한다.

변하겠다는 건 빚이 생긴다는 거라는데 이제는 익숙함에 푹 젖어 누구를 위해 변화할 일이 없어서 가볍다.


살면서 가장 쓸데없는 짓은 결정을 후회하면서도 희망을 구걸하는 나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다.
-영화 [세 사람] 중에서-

지금 내 상황에서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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