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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담 Apr 16. 2022

불안한 존재 그 이름은 '나'

관계 참 어렵지 말입니다.

'비꽃'은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전에 한두 방울씩 후드득 꽃송이처럼 떨어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생각해보니 갑자기 틀어진 관계는 없는 것 같다. 비꽃처럼 암시를 주는데 둔해진 내가 감지하지 못하거나 애써 모른척하면서 이어 붙여보려는 욕심이 앞서거나.


관계 1 - 친구

드라마 '서른아홉'이나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보면서 행복했다. 그땐 그랬지.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친구들과 웃고 우는 모습을 보면서 그때의 친구들을 떠올렸다. 고마웠다. 내게 그런 기억을 남겨준 너네가 있어서. 잃어버린 퍼즐 조각 하나를 찾아 헤매던 일도 그만두었다. 다시 완전체가 되지 못함을 알기에. 며칠 전 양치하다 갑자기 떠올랐다. 그때의 난 참 많이도 미성숙했다는 것이. 내가 불행해서 싫다며 막걸리 한 병을 마시고 엉엉 우는 그때의 네가 참 고다. 나랑 친구여서 그래서 그랬던 거란 걸 알아. 그래도 어쩌겠니, 난 이제야 조금씩 알아가는 중인데.


카톡에서 일 년 넘게 연락을 안 했던 친구를 숨김으로 했더니 몇 안 남았다.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연락이 안 오는 사람을 또 숨겨버렸다. 관계란 것이 이렇게 간단한 것이었구나. 서로 궁금해하지 않으면 관계가 아니라는 것도 알아버렸다. 어제는 '우리'였다가 오늘은 '남'이 되는 것도 어제는 '행복'했는데 오늘은 '불행'할 수 있는 것도 알지만 그것과 맞닥뜨리니 힘겹다.


관계 2 - 직장동료

동전의 양면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매일 만나야 되는 사람들과도 잘 지내야 한다. 그냥 편해지는 관계가 없는 것처럼 누군가는 희생해야 하는 관계가 나는 아직도 참 어렵다. 관계에 미숙한 나는  그 사람의 말이 화살이 되어 날아와도 과녁이 되지 않게 잘 피하고 싶다. 그 사람이 나를 만나기 전의 마음과 기분의 기운을 잘 살피는 능력도 갖고 싶다.


그 사람이 내 스트레스의 지분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 같아 폭발하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냥 그 사람이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할 거라 마음먹은 첫날. 회사 대표가 능력자인지 아니면 누가 귀띔을 해준 건지 그 사람과 내가 협력해서 보고를 하란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내 눈에서 눈물이 났다. 며칠 뒤 그 사람과 술 한잔 하면서 알게 되었다. 힘들어서 그래서 그랬다는 걸. 알아서 척척 해주기를 바랐다는 걸. 난 그만큼의 능력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말을 해주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날이 지나고 그 사람과의 관계가 조금 나아졌다. 그 사람의 거절이 내가 백 프로 잘못한 게 아니란 것을 알았기에.


관계 3 - 샌드위치

일본 드라마 [꾸미는 사랑에는 이유가 있어]를 보면서 고개를 자주 끄덕였다.

섣부른 위로의 말도 안 한다. 이렇게 하라는 조언도 없다. 인정해준다. 힘들어하면 말없이 안아준다.


남이건 연인이건 가족이건 말이 많으면 망한다. 이리 끼이고 저리 끼여서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샌드위치 속만큼은 내가 선택하며 살아가고 싶다. 고개를 많이 끄덕이고 공감하는 소스를 잔뜩 뿌리면서. 큰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처럼 커다란 관계라는 나무에서 잘 버텨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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