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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담 May 01. 2022

검정고시는 처음이라

벌써 1년

봄은 여전히 내게는 아프다.

온갖 색으로 물든 세상이지만 내게는 무채색이었던 작년 봄.

부모로서의 책임을 못한 것 같아서, 아이를 잘 키우지 못한 것 같아서, 나 때문이라는 죄책감과 상반되는 왜 내게만 이런 일이 생길까 하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다시 몸을 돌돌 말아 웅크렸다.


3월 12일 상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제 상담 그만해도 될 것 같다는 노노에게 일주일 동안 더 생각해보자고 했다. 아쉬운 나와는 달리 선생님은 이제 때가 됐다며 축하해 주셨다. 시간표 없이 1년을 지냈다는 건 앞으로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선생님의 그 말은 아이와 내게 명언으로 남을 것 같다.

뭔가 끝냈다는 홀가분함보다 미련이 더 남은 내 마음까지 꿰뚫어 보신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수도 없이 하고 종결 상담을 마쳤다.


노노가 배정받은 검정고시 장소가 광교고등학교였다. 기다리는 동안 읽을 책을 몇 권 가져갔지만 집중되지 않았다. 금연장소니까 흡연을 하면 안 된다고 방송을 하는데도 쉬는 시간마다 우르르 나와 너도나도 담배를 피웠다. 전과목을 다 보는 수험생도 있었고 점수가 부족한 과목만 보는 수험생이 있기에 들어가고 나가는 것도 허용되었다.

비에 젖어 울퉁불틍 한 시간표

점심 제공이 된다는 카더라 통신의 말만 듣고 준비하지 않았던 나는 금요일 저녁에 부랴부랴 편의점 도시락을 사러 갔다. 도시락이 다 팔려서 참치김밥 한 줄을 들려 보낸 게 영 마음에 걸렸다. 점심시간에 교문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을 보고서  노노에게 문자를 보냈다.

밖에 나가서 밥 먹어도 되나 봐. 따듯한 거 사 먹게 나와.

귀찮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음에는 원서 접수 빨리해서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배정받자. 그리고 너 혼자 대중교통 이용해서 다녀오고'

'엄마는 왜 다음이 또 있다고 생각해?'

'오~ 자신만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혼자서 낯선 사람들 속에서 시험 보고 나온 것만으로도 감사한 게 내 마음의 소리다.


'결국 긴 시간을 견디고 버텨내는 것도 노노 너 자신이었고 그 과정 뒤에는 위안이 자리하고 있음을, 네 곁에는 엄마가 함께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해.'

아이가 말없이 내 손을 꼭 잡았다.

내 눈시울이 붉어져 눈을 깜빡여 눈물을 감추었다.

7080 음악을 틀어놓고 둘이서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왔다.

올해 벚꽃엔딩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광교고등학교 근처 공원

검정고시 원서를 넣을 때 필요한 것 중 하나, 공인인증서가 꼭 있어야 합니다. (아이가 미성년자일 때는 발급받는데 필요한 서류가 어마무시 합니다.) 그리고 점심은 밖에 나가서 먹어도 된다는 것. 수험장 정문 출입이 자유롭다는 것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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