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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담 Aug 20. 2022

말기암 환자 아빠가 자식에게 한 첫 말

엄마를 부탁해.

아빠와의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겠다. 큰 병원 가보라는 말을 들은 게 한 달 남짓 되었을까?


몸무게가 줄어드는 것도

잔기침을 하고 침을 뱉는 것도

잘 넘어지는 것도

암 때문이라는 생각을 못했다.


목에 뭐가 걸린 것 같아서 속까지 긁어 모아 침을 뱉는 거고, 온몸에 퍼져있는 암세포가 운동신경을 내뜻대로 안되게 해서 넘어지는 거고, 뼈만  앙상하게 남겨 놓은 몸이 된 거였다.


곧 식도가 부어 음식물을 못 드실 테고 유동식만 드시게 될 아빠.


심장근처와 식도에 큰 암덩어리가 있어서 치료 시작해도 위험하고, 퇴원을 하더라도 큰 암세포가 빠르게 자라날 수 있으니 장담을 못한단다.


신이 아닌 이상 어떤 선택이 옳은지 알 수 없다는 건 안다. 조금이라도 고통스럽지 않게, 조금 더 음식 맛을 느낄 수 있게, 조금 더 많이 좋은 기억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아빠는 내가 간다는 전화를 받고 세 시간이나 밖에 나와 기다리셨단다.

나는 낮잠 주무시라고 늦게 출뱔했는데......

환자복을 입은 아빠의 모습이 낯설었다.


나를 보자마자 첫마디가

너네 엄마 혼자 두면 안된다~

너네 엄마 고생 많이 한 거 너도 알지? 하셨다.


그 좋아하는 커피를 사드린다고 해도

간호사한테 물어봐야 한다며 끝내 싫다고 하셨다.


옆 환자 가족이 영상통화를 하시는 거 보더니

얼른 엄마 사진을 꺼내 보셨다.


아빠, 아빠도 엄마랑 영상통화할까? 했더니

내 휴대폰은 안돼~라고 하신다.

사촌오빠가 쓰던 휴대폰을 얻었는데, 사진 확대도 안되고, 영상통화도 안된단다. 돈을 벌지도 않았지만, 돈을 못쓰시아빠다. 당신은 손자가 신다가 작아진 신발을 신더라도 엄마는 좋은 신발을 사주시던 아빠.


엄마 부탁해, 하며 들어가는 아빠의 모습이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고, 손하트도 만들어 보여드렸다.

아빠도 한 손으로 열심히 손을 흔드셨다. 돌아서는데 눈물이 나서 벤치에 앉아 울었다.


아빠가 전화를 하셨다.

오래 기다려야 전철 올 텐데 힘들어서 어떡하니?라고 하셔서 전철 탔어요. 쉬다가 저녁 맛있게 드세요.

사랑해요 아빠~했더니 , 냐도~라고 하시고 끊으셨다. 앞에 앉은 남자분이 보든말든 눈물을 훔쳤다.


역에서 집까지 걸었다. 목이 마르고 타들어 갔지만 참았다. 아빤 더 큰 고통을 느끼실 텐데, 이 정도쯤이야 참을 수 있어야 했다. 눈물인지 땀인지를 열심히 손수건으로 닦으며 걷다 앉았다를 반복했다.


아빠, 사랑하는 성자 씨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와 주고 받았던 문자.

사랑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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