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담 Aug 27. 2022

병원에서 만난 사람들

괜찮아, 지금도 잘하고 있어.

아빠 병문안 두 번째. 퇴근하고 어제 사두었던 쾌변 요구르트랑 주스 몇 종류를 챙겼다. 군기? 가 빠졌는지 무거움이 느껴진다. 역에 내려 횡단보도를 건너니 아빠가 서계셨다.

 '아빠, 오늘은 링거 안 맞아?'

 '링거가 안 들어가서 간호사한테 말했더니 주삿바늘 빼놓고 퇴근해버렸어. 아침에도 그러더니 지금 또 그러네.'

'교대시간이라 그러나 봐'

혈관을 찾지 못한 양쪽 팔은 피멍이 가득했다.

'다음 주부터는 치료를 조금 세게 할 거래.'

'아빠, 힘들어도 잘 이겨내고 잘 드셔야 해'

아빠를 안고 사랑한다 말했다.

힘드니까 빨리 가라면서도 횡단보도까지 오셔서 내 손을 잡으시는 아빠.

다시 내가 암센터 입구까지 걸어가서 작아지는 아빠 뒷모습을 봤다.


환자복을 벗으면 평상시와 같은 아빠를 두고 장례절차를 알아보러 가는 게 죄를 짓는 것 같았다.

역까지 왔다가 다시 장례식장 표지판을 따라가니 입구에 있는 전광판 사진이 보였다. 자녀 6명에 사위 3명의 이름도 보였다. 자녀가 많아서 그래도 다복하시겠단 생각이 들었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던 여인이 계단 중간에 서있는 나를 쳐다봤다. 눈동자를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고개를 돌리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웃으며 다니는 사람은 퇴근하는 간호사들 뿐이었다. 모두들 표정에서도 침묵하는 병원이라는 곳.

그 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사람들의 삶이 보이기 시작했다.


'언니, 오늘 근무야?'

'응, 일했지.'

한 손으로 팔을 주무르며 바삐 걸어가는 그녀에게서도 고단함이 묻어났다.

아, 쉬운 삶이란 없구나.


전철을 기다리다 만난 그녀의 팔목에 찬 초록색 표식은 아마 간병인을 뜻하는 것 같다. 일주일간의 고된 병원에서의 생활을 두고 집으로 가는 길. 몇 개의 가방을 들고 메고 있는 걸 보니 그 길도 편하지는 않은듯하다.

일부러 들으려 한 것은 아닌데, ' 차 도착했다 끊으라'사투리에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전화를 끊고 싶은데 상대방이 서운하지 않게 한 거짓말.


다섯 정거장 전에 있는 전철이 들었음 박장대소했을게다. 곧 딸에게 전화해서 엄마 지금 집에 간다, 지금 환자는 50대인데 상태가 어떻다 간단하게 알리고는 음료수를 들이켠다. 힘겹게 일어서는 그녀에게서 고단함이 느껴진다.  집에서 편히 쉬다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부턴가 내 마음은 늘 가을이었던 것 같다. 움츠리고 위축된  마음한여름처럼 뜨거움을 되살릴 열정이 필요하다.


괜찮아, 지금도 잘하고 있어.

내게도 그들에게도 필요 말.







작가의 이전글 말기암 환자 아빠가 자식에게 한 첫 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