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는 날

어른을 위한 동화 2

by 솔담


우리 엄마는 내가 태어나서 회사에 휴직계를 내었대요. 휴직계가 뭔지 잘은 모르지만 동생과 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돌보는 동안 회사를 가지 않는 거래요.

동생과 내가 어린이집에 가고 나면 엄마는 집에서 빨래하고 청소하고 우리가 먹을 간식도 만들어요.

어린이집으로 엄마가 데리러 오시면 나는 동생과 엄마와 집으로 가지요.

날씨가 좋은 날에는 엄마와 공원도 산책하고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기도 해요.



동생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오면서 노란색 민들레 꽃도 보고 보라색 엉겅퀴 꽃도 살펴보았어요. 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서 산책을 더하고 싶다고 했더니 엄마가 나를 먼저 데리러 오신다고 약속했어요. 동생과 나는 다른 어린이집에 다니거든요. 신나게 달려가 어린이집 벨을 누르니 선생님께서 웃으며 나왔어요. 나는 엄마가 나 먼저 데리러 온다고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어요. 간식을 먹고 블록놀이를 하는데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었어요. 흘러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해서 '으앙'하고 큰소리로 울었더니 선생님께서 안아주셨어요. 그래도 계속 큰소리로 울자 원장님께서 들어오셨답니다. 원장님이 꼭 안아주니 울음이 조금씩 멈춰졌어요. 하지만 친구들이 울었다고 놀릴 것 같아서 동생반에 들어가 놀고 싶다고 했어요. 동생반에 들어가니 동생들이 내가 놀이하고 있는 장난감을 자꾸 만지고 쓰러뜨려서 심통이 났어요. 선생님이 이제 새싹반에 갈까? 하시며 손을 내밀었어요. 고개는 저었지만 선생님 손을 잡고 나왔답니다. 친구들은 내 얼굴을 꾸미고 있었어요. 어떤 표정을 만들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웃는 모습을 만들었더니 선생님께서 “이제 지효가 기분이 좋아졌구나?”하고 어깨를 토닥여 주셨어요.



어제는 어린이집에 가지 않고 엄마와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맛있는 샌드위치도 먹었어요. 엄마와 나와 둘이 있는 이 시간이 너무 좋아요. 집에서는 “언니니까 양보해야지. 동생이니까 참아라.” 하는 말을 많이 했는데, 엄마가 지금은 나를 그냥 나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와도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말해도 엄마가 온전히 내 말을 들어주니까요. 동생 지수가 있을 때는 내가 책을 읽어달라고 해도 “동생이 졸려서 우니까 기다려줄래? 동생이 응가를 했으니 있다가 해줄게”라고 하는데 기다려도 나에게 관심을 안주는 우리 엄마 때문에 속상하거든요. 엄마와 내가 둘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엄마는 모를 거예요. 나도 엄마에게 안기고 싶은데 동생이 있으면 난 기다려야 하거든요. 나는 혼자 걸을 수 있지만 동생은 혼자 걷지 못하기 때문에 엄마를 더 필요로 한 대요, 나도 엄마가 필요한데,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울어요. 엄마는 울지 말고 말로 하라고 하지만 자꾸 눈물이 나는 건 나도 어쩔 수 없거든요.



이제 삼십 밤을 자면 엄마가 회사에 간대요. 엄마가 회사에 갔다 오면 맛있는 것도 사주고 예쁜 공주 옷도 많이 사준 대요. 공주처럼 예쁜 드레스를 입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핑크색 드레스를 입고 아빠 오시면 보여줄 거예요. 아빠가 “우와 우리 지효가 예쁜데?”하고 안아주시겠죠? 난 아빠가 너무 좋은데 아빠는 내가 잠이 들면 오세요. 아침에 깨 보면 아빠는 출근하고 없어서 또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려요. “아빠 보고 싶어요!” 하고 전화해서 울면 아빠도 지효가 보고 싶다고 말씀하시며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줘요. “아빠 사랑해요”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어도 아빠가 보고 싶어요. 아빠는 일요일에 농구를 하러 가요. 아빠가 농구클럽에 갈 때 따라가면 나는 앉아서 아빠 운동하는 것도 보고 싱싱카를 타기도 해요. 지수는 뒤뚱뒤뚱 걸어서 싱싱카를 못 타요. 언니만 탈 수 있어요. 지수가 언니 되면 내가 싱싱카 타는 법을 알려 줄 거예요. 지수가 나를 따라오다가 넘어졌어요. “지수야! 많이 아파?”하고 나도 안아주려고 했는데 지수가 손으로 나를 치며 엄마 어깨에 얼굴을 묻었어요. “치! 나도 너 싫어!” 하고 싱싱카를 타고 달렸어요. 멈춰 서서 뒤돌아보니 엄마가 지수를 안고 나한테 오고 있어요. 엄마는 내 마음도 모르고 지수만 안아줬어요. 엄마가 따라오지 못하게 멀리멀리 갈 거예요. 하지만 엄마가 힘이 들까 봐 다시 엄마를 향해 달렸어요.



집에 돌아와 씻고 엄마가 해주시는 맛있는 밥을 먹었어요. 엄마는 김치, 나물, 콩 등 잘 먹을 때 칭찬을 많이 해줘요. 먹기 싫은 건 참고 조금 씹다가 삼키면 돼요. 엄마가 칭찬해주는 게 너무 좋거든요. 그렇게 먹다 보니 이제는 정말로 골고루 잘 먹게 됐어요. 난 엄마가 “지효가 최고야!” 하며 엄지손을 세워주는 게 정말 좋아요. 그래서 먹기 싫은 것도 먹을 거고 공부도 열심히 할 거예요. 엄마는 내가 1등 할 때 칭찬을 많이 해주시거든요. 집에서는 내가 제일 잘하는 거 같은데 어린이집에 가면 친구들이 잘하는 게 많아요. 선생님은 나 말고 다른 친구들이 잘한다고 칭찬을 해주세요. “민채야! 혼자서 이불 정리를 했구나? 정말 멋지다”라고 말을 하는 선생님한테 “지효도 이불 정리할 수 있어요” 하고 말을 했지만 이불이 엉터리로 뭉쳐져요. 속상해서 울었더니 “선생님이 도와줄까?”하고 물어보시는데 눈물이 더 났어요. 민 채는 선생님이 안도와 줘도 혼자서 잘하는데, 나는 왜 혼자서 이불 정리를 못하나 생각하니 눈물이 더 났어요. 큰소리로 울어도 속상한 마음은 계속됐어요. 선생님이 이불 정리를 마치고 맛있는 간식을 주셨어요. 간식을 먹으면서도 계속 생각이 나요. 지효도 일등 하고 싶어요. 민 채보다 더 잘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엄마가 어린이집에서 무슨 반찬을 먹었는지 무엇을 했는지 물어봤어요. 내기가 이불 정리를 혼자 못해서 울었다고 하니 엄마가 이불 정리하는 방법을 알려주셨어요. 종이 접기처럼 이불을 접고 또 접는 것을 엄마와 몇 번 연습을 하고 나니 이제는 혼자서도 잘할 수 있게 됐어요. 내일 자고 일어나 이불 정리를 혼자 하면 선생님께서 놀라시겠죠?


내가 낮잠 자고 일어나 이불 정리를 하고 선생님을 보여주니 “지효도 이불 정리 혼자서 잘하는구나!”하고 엄지손을 보여줬어요.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늘어났어요. 엄마처럼 요리도 하고 빨래도 했어요. 동생 지수는 아직도 울어요. 하지만 지효는 언니니까 빨래도 요리도 혼자 했어요. 엄마가 “지효가 엄마를 도와주니 엄마가 하나도 안 힘들어. 지효야! 도와줘서 고마워”하고 안아줬어요. 엄마가 안아주니 기분이 좋아 활짝 웃고 있는데, 엄마가 이제 일어날 시간이라고 깨웠어요. 기분 좋은 꿈 꾸고 있는데 엄마가 깨우니까 울고 싶었지만 참았어요.



오늘부터 엄마가 회사에 간대요. 텔레비전도 더 보고 싶고, 점토놀이도 더 하고 싶은데 엄마는 빨리빨리 소리만 계속해요. 동생 지수는 계속 떼를 부리고 울어요. 난 언니니까 울지 않고 혼자서 세수하고 이도 혼자 닦았어요. 엄마 손을 잡고 밖에 나오니 아직도 깜깜해요. 선생님하고 있으면 재석이가 올 거래요. 엄마가 재석이하고 놀이하고 있으면 친구들이 온다고 했어요. 그런데 선생님하고 둘이 있어도 재석이가 오지 않았어요. “친구들은 언제 와요?” 하고 물으니 “오늘은 재석이가 늦나 보네.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친구들이 올 때까지 선생님하고 놀이하자”라고 말했지만 선생님하고 둘이 하는 놀이는 재미없어요. 소민이하고 엄마놀이도 하고 싶고 재석이하고 로봇도 만들고 싶어요. 그때 벨소리가 들렸어요. 인터폰으로 소민이 엄마 얼굴이 보여요. “소민아! 보고 싶었어! 하고 말했지만 소민이는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방정리만 해요.” 내가 “도와줄까?”하니 ”저리가! 내가 할 거야! “하고 나를 밀쳤어요. ”소민이가 지효를 밀었어” 큰소리로 울었더니 선생님이 나를 안아 주셨어요. 엄마만큼은 아니지만 나를 안아주고 내 마음 알아주는 선생님이 정말 좋아요. 하지만 엄마가 보고 싶은 마음은 어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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