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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담 Sep 03. 2023

생애 첫 아르바이트

그 어려운 걸 해냈지 말입니다.

잠을 설쳤다. 아이가 깰까 봐 조심조심 밥을 하고 김밥재료를 준비했다. 두 개째 말고 있는데 아이가 나오더니 '오늘 아르바이트 취소됐대. 어젯밤 10시에 친구한테 연락이 왔는데 자느라고 못 봤네.' 끝까지 말은 김밥 열 줄을 하루종일 먹었다.


  '언니, 8월에 언제 쉴 수 있어?'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를 보면서 여자들끼리 놀러 가는 게 소원이라던 옥자 씨로부터의 전화였다.

'옆에 선생님이랑 왕언니, 꽃방언니, *실 언니도 있어. 언니 쉬는 날에 맞추기로 했어.'

'셋째 주로 하자. 회사에는 그때 쉰다고 꼭 이야기할게.'

그렇게 라인댄스 회원들의 첫 여행 일정이 정해졌다. 단톡방에서는 쉬지 않고 알람이 울렸다. 어디로 갈 건지 무엇을 먹을 건지 회비는 얼마를 건지 모두들 신이 나 있었다. 회비 내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나는 정해진대로 따르겠노라 했다.

평균연령이 62세였고, 나는 끝에서 두 번째로 젊었다. 짐도 번쩍 들어 나르고 카페에서 주문한 음료도 이층까지 가볍게 날랐다. 젊음이란 이런 거다.


  주말에는 비어있다는 아파트를 *실 언니의 동서가 흔쾌히 빌려주었다. 새벽 서너 시까지 이어지는 수다를 자장가 삼아 교대로 잠이 들거나 깨며 아침을 맞이했다. 옥자 씨가 12 가지 알 수 없는 화장품을 얼굴에 바르는 동안 나는 락스를 뿌려가며 화장실 청소를 했다. 마른 수건으로 거울 얼룩이며 화장실 바닥까지 닦고 나니 땀이 범벅이 되었다. 화장을 끝낸 옥자 씨가 청소기를 돌리고 나는 걸레질을 했다.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고 싶었지만 남의 집이니까 참았다. 머릿속이 근질근질해서 손톱으로 꾹꾹 누르며 휴대폰을 열었더니 아이에게 문자가 와있었다.

늦잠을 자서 통근버스를 타러 극장 앞 맥도널드까지 막 뛰어갔는데, 다른 극장이었단다.

노력했으니 됐다고 했다. 그래도 아르바이트하려는 마음먹은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말해주었다.


집에 돌아와 불을 켜지 않았다. 감각을 곤두세워 집 정리를 했다. 아이는 아르바이트를 갔다. 누구에게나 있을 첫 번째 아르바이트지만 나와 아이에게는 특별했다. 사놓고 입지 않았던 터질 듯 한 고등학교 체육복 바지를 입고 손을 흔들며 자동차 만드는 공장으로 걸어 들어가던 아이의 모습이 생각나 설거지를 하다가 소리 죽여 울었다. 그 울음은 집에 가만히 앉아서 열여덟 살이던 내가 퇴근해서 오면 빼꼼히 문을 열어보던 부모에 대한 원망이요, 내 아이가 드디어 알을 깨고 나왔다는 기쁨이었다. 희비가 엇갈린 그 울음은 이상하리만치 짧게 끝났다. 베란다 구석구석 닦고 유리를 닦고 또 닦았다. 책도 영화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혹시나 무음으로 되어있을까 봐 휴대폰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 아이에게 연락이 오면 달려가야 하니까.


오후 3시 40분. 9시간 만에 아이가 나왔다. 신나냄새와 땀냄새가 섞여 차 안에 역겨운 냄새가 진동했다.  엉금엉금 기어 다니면서 도장부스의 에어컨 필터 청소를 하고 레일을 닦았단다. 어떻게 하는 건지 물어보면 돌아오는 건 '너 누가 아르바이트 데리고 온 거야' '야, 너 저쪽으로 가' '그렇게 일할 거면 차라리 오지말지'라는 말들.


몸의 힘듦보다 말에 찔린 아이가 이젠 아르바이트 안 간단다.  '그래도 장하다. 책임감 있게 하루는 버텼으니 장하다.'라고 말해주었다.

'엄마가 얼마나 힘들게 돈 버는지 알겠어. 내일 퇴근해서 오면 큰절이라도 해야겠어.'라며 잠이든 아이는 밤새 끙끙 앓았고, 허리와 다리가 아프다며 이틀을 누워 지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걸 이겨내고 견뎌야지 하는 마음이 든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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