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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담 Oct 30. 2019

나를 위해서 하는 거야

가족사진 속 부모님의 나이보다 더 들어버린 지금에 쓰는 변주곡

나와 비슷한 시기에 우리 삼 남매는 부모님과 연락을 하지 않았다.

저마다의 이유는 달랐지만 부모님의 잣대에 못 미쳤기에 부모에 대한 원망을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과거와 현재는 내가 써나갈 수 있지만 미래는 써나갈 수 없다.

십여 년쯤 웅크리던 내 삶에 뚜렷한 계기가 없었음에도 부모님을 찾아갔고 내 기억 속의 엄마, 아빠가 아닌 할머니, 할아버지 모습으로 쳐다보는 그 눈빛에 울음을 삼켰다.


그래, 나를 위해서 하는 거야.

부모님을 잃고 나서 내가 후회하지 않도록 그때 가서 가슴 아파하지 않기 위해서

'나를 위해서 하는 거야.' 그 마음이었다.


엄마가 써 내려간 기억과 나의 기억이 일치하지 않았기에 서로에게 오는 괴리감도 떨쳐버리려 애썼다.

우울증에 수면제가 없으면 잠이 들지 못하는 엄마는 몸과 마음이 메말라 있었다.

"땅을 밟고 살고 싶다"는 엄마.

 마지막 소원일 수도 있기에 내가 살고 있는 집 근처부터 수소문 하기를 1년.

40분 거리에 땅 있는 작은 집을 구했다.

1시간에 한 번 버스가 다니는 산골마을에 자리를 잡은 부모님.

소원대로 흙을 밟고 사셔서일까?

엄마는 수면제와 우울증 약을 드시지 않고 잘 지내신다.


어느 날 핫도그를 주문해 먹었는데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가 사준 핫도그를 먹은 기억이 없는데 자신이 먹으려고 핫도그를 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에 친정에 핫도그를 주문해 드렸다.

“핫도그 정말 맛있더라. 아빠랑 점심으로 밥 대신 핫도그 먹는다.

영양가도 많고 배도 든든하다”라고 말씀하시는 엄마 말을 들으니 눈물이 핑 돌았다.

인스턴트식품이라 영양가가 많지는 않을 텐데 못 드셔 본 거라 맛이 있나 보다.

 이렇게 사소한 것에 감동하고 감동받는 사이가 되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 평범하고 작은 감정을 우리는 어디에 낭비하고 살았던 걸까?     




큰아버지가 쓰러지셔서 대학병원 응급실에 계신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산소호흡기에 의지하고 계시는 큰아버지의 손을 잡고 “큰아버지 진작 못 찾아봬서 죄송해요.”라고 말을 하자 오른손과 오른발이 조금 움직였다. 발과 손을 주물러드리고 나오는데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    

사촌 언니 오빠에게 미안하지만 우리 부모님도 언제 저런 모습으로 만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언니와 올케에게 용기를 내어 전화를 걸었다.

“큰아버지 뵙고 나니 언제 우리에게 그런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서로 부담은 되겠지만 조금씩 돈을 모아서 부모님과 여행도 가고 병원비로 쓰는 게 어떨까? 우리가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의견을 물었다.   

다들 마음은 있었는지 좋다는 의견을 모았고 우리는 인생 처음으로 삼 남매의 단톡 방을 만들었다.    


단톡 방 이름은 1박 3 최. (박 씨 1명, 최 씨 3명을 줄여서)

회장: 언니

올케: 감사

동생: 경리부장

나 : 평사원

이렇게 첫 대화의 문을 내가 열었고 가끔 그 안에서 소식을 주고받는다.


삼 남매가 단톡 방을 만들었다는 소식에 부모님이 제일 기뻐하셨다.

다들 상처로 인해 부모님을 외면하고 살다가 머리가 희끗해지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 삼 남매.

“명절마다 갈 테니 나 보고 싶으면 엄마네 집으로 오라”는 남동생에게 “너는 누나는 안 보고 싶냐?” 했더니 가끔 전화를 한다.

올 추석에 40년 만에 다섯 가족이 모여 완전체로 사진을 찍었다.     


7살때 찍었던 가족사진 속 부모님보다 나이가 더 들어버린 우리들이지만 부모님 앞에서는 언제나 응석 부리고 싶은 아이들이다.

너무나 이기적인 그 말.

내가 후회하지 않기 위해 부모님께 잘해야겠다”는 그 다짐으로 우리 가족이 함께 모여 처음으로 여행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완전체 다섯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부모라는 이름과 자식이라는 이름, 가족이라는 이름 참 어렵고도 아득한 이름인 것 같다.


우리 아이가 기억하는 나는 또 어떤 변주곡으로 연주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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