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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수리 Nov 03. 2019

너네 엄마 치매 같아......

우리 엄마에게 붙여질 또 다른 이름.

어릴 적 우리 집에는 온통 숫자 세상이었다. 빗자루, 시계, 그릇 할 것 없이 엄마가 써놓은 구입 년월일이 쓰여있었기 때문이다. 단축키를 사용하면 번호를 모른다고 엄마는 지금도 전화번호를 꾹꾹 눌러 전화를 거신다.

우리 가족의 주민등록 번호를 다 외우고 있고, 이 깨는 언제 볶았고, 이 된장은 언제 만든 건지 써서 붙여 놓으신다. 엄마의 습관이려니 생각했지만 나도 메모를 하더라도 몇 분 몇 초까지 기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엄마를 버리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엄마를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었듯이 엄마도 나를 딸로 맞이하려 했던 건 아니라고 들었다. 병원 앞에 가서 몇 번이고 망설이다 뒤돌아선 대가로 나는 엄마를 만날 수 있었다. 내가 가장 힘들 때 남들의 잣대에 못 미치는 딸을 내보이고 싶지 않아 모질게 내치던 엄마. 엄마는 그렇게 살았지만 자식들은 모두 잘 산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였겠지만 그 당시의 나는 엄마의 그런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야 생각해보니 엄마도 외할머니한테 그런 사랑을 받지 못해서 그런 건 아닐까.....


생각할수록 나란 사람은 참 이기적이다.

내가 하는 대로 아이가 자란다는 생각으로 아이와의 논쟁을 하다가도 휴전을 외치고 마음을 가라 앉힌 후 다시 이야기를 하면서 왜 엄마는 할머한테 받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어젯밤 이모의 전화를 받을 때만 해도 피곤한 내 몸이 먼저였기에 곯아떨어졌는데, 새벽의 어둠을 맞이하자 엄마 생각이 났다.

2년 전 엄마 없이 아빠를 만나 혹시 엄마가 치매가 아닐까?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 아빠는 너네 엄마가 얼마나 똑똑한데 그런 소리를 하냐고 언니와 내게 소리를 지르고 뒤돌아 보지도 않고 집으로 가셨다.

수돗물을 틀어 놓고 잊고, 가스불을 켜놓고 끄지 않아 온 집에 탄내가 나도 아빠는 엄마를 쫓아다니며 잔소리 아닌 잔소리만 늘어놓고 치매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이모는 넷째 며느리로 결혼하면서부터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다. 100세가 다되어가는 시어른과 시골 동네에서 살며 주변 노인분들을 자주 대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보다 치매가 있다는 것을 빨리 느낀다고 한다. 운전하면서 용건만 말하고 끊던 이모였는데, 어제는 마음먹고 조용히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더니 "너네 엄마 치매 같아. 동네분 모시고 보건소 갔었는데, 검사가 형식적이야. 치매 노인이 얼마나 똑똑한 줄 알아? 더하기 빼기를 묻는데 다 대답을 하더라고. 한 부분에서 터 기억을 잃었는데 더하기 빼기를 잘한다고 치가 아라는 거야.  1년이 지나서 집에서 간병을 할 수 없을 만큼 돼버렸는데도...." 하며 말끝을 흐렸다.


언니나 나는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처지라 시간 내서 나올 수 있는 직업도 아니고, 아빠 보고 엄마랑 보건소 가서 치매 검사를 하라고 하면 가지 않을 텐데...... 참 난감하다.

엄마가 기억하는 우리의 추억은 1년이 최대치일까? 친구 미연이가 친정엄마랑 호텔에 가서 마사지받고 하룻밤 묵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언니와 나도 그렇게 해보자고 말을 하고 까마득하게 잊었었는데, 작은 호텔이라도 예약을 해야 하나? 돈은 얼마나 들까? 언니가 일요일 종일 쉴 수 있나? 하는 그런 일상적인 생각뿐이지 대책이 떠오르지를 않는다.

이제 개설 2주를 이하는 삼 남매 단톡 방에 올려야 할까? 남동생한테 마음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데, 마치 나에게만 그런 일이 생긴 것 같아 어둠 속에서 머리만 움직이고 몸은 그대로 얼음이었다. 글에 내 마음을 남겨 놓지 않으면 미쳐릴것 같아 조심스레 노트북을 들고 거실로 나왔지만 글도 제대로 써지지 않는다. 집에 다녀가면 쪽지에 사랑해 딸로 시작해 부족한 어미로 끝나 는 편지를 써놓는 엄마.



"이모, 엄마 생각만 하면 속상해. 버스 타고 시장에 가도 왜 반찬을 안 사 오는 거야? 집에 가면 김치에 멸치밖에 없어. 생선이라도 사서 드시면 얼마나 좋아. 내가 먹을 거 사가지 않으면 엄마네 가서 밥하고 김치만 먹고 와야 해. 난 그래도 되는데 노노는 라면 끓여 먹고 오거든."


"엄마가 풍족하게 살지를 않았잖아. 이모도 그래. 예전보다 돈은 있어도 먹어보지를 않아서 좋은 게 눈에 안 들어오거든. 그러니까 너네 엄마는 더하지."


"언니랑 몇 년 전 이야기할 때도 우리는 왜 마트에 가면 두부랑 콩나물밖에 안 사 오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면서 그런 것만 먹어서 그런 것 같다고 이야기했어. 언니는 10년 전만 해도 강남에서 잘 살았잖아. 그런데도 다른 건 눈에 안 들어오더래. 30전에 내 월급날이 다가오면 집에 쌀이 없었어. 한 말을 사면 누런 봉투에 담아주는데 둥켜 안고와서 밥하고 파만 들어간 된장찌개에 먹었는데 꿀맛이었거든. 그런 거지 이모? 엄마도 어렵게 자랐고 우리도 어렵게 자라서 콩나물에 두부만 먹어도 잘 먹는 거 같은 거지?"

애꿎은 화살이 이모한테 날아가 버렸다. 엄마에 대한 원망도 엄마에 대한 미련도 잘게 잘게 부숴서 바람에 날려버려야 할까?



엄마의 기억 속에 지금의 기억이 행복하게 남아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던 엄마가 오히려 미웠는데,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하는 지금의 엄마가 왜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걸까? 엄마를 다시 보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강해진 나. 어린아이와 둘이 살면서 참으로 많이 울고 엄마에 대한 원망을 품고 살았는데 벌 받는 것 같다.


치매라는 이름이 우리 엄마에게 붙여진다는 사실만으로 이 가을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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