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친구를 찾습니다.

보호하고 계시는 분은 꼭 연락 주세요.

by 솔담

내게는 어려울 때 주말마다 만나 힘을 주던 친구가 두 명 있습니다. p시로 이사 온 것도 그 친구들 곁으로 오기 위해서였죠.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그 친구들보다 많이 부족한 나였지만 우리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얀 눈이 펑펑 내리던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날 찜질방에서 밤을 새우며 수다를 떨고 눈길을 달려 각자 집으로 가기도 했고,

노노까지 친구의 남편에게 맡기고 1박 2일 여행을 가기도 했어요.

나이 들면 한 곳에 모여 살자며 형편에 맞게 주변에 땅을 사기도 했어요. 서로의 집을 오가며 가족들끼리 주말마다 만나는 것을 위안 삼으며 평일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제게는 그랬습니다.


어느 날 친구 A의 카톡사진을 보니 리마인드 웨딩사진이 보였습니다.

"축하해 너무 에쁘다."라고 말하는 제게 "여권 사진 찍으러 갔다가 찍은 거야. 내일 B랑 우리 이태리 가거든."

"우와 너무 좋겠다. 재미있게 잘 보내고 와"하고 끊었지만 친구들이 여행 계획을 세우는 동안 제가 몰랐다는 것에 솔직히 서운했습니다. 돈과 시간이 없기는 했지만요......

이야기를 해도 갈 형편이 못되어서 부리는 오기였나 봅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를 소외감이 현실이 되었을 때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시간이 흐른 만큼

'우리'라는 단어도 흐려져 갔습니다.


혼자 버텨나가기 위해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고 글을 썼습니다. 오르지 못할 사다리의 꼭대기만 바라보며 한탄하던 삶에서 낮은 곳에 있지만 그곳에서 만족하는 법을 익혔으며, 서운함도 불안함도 책을 읽으며 잠재울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열매가 익어가듯 스스로 비료를 주는 법을 깨닫게 된 것이 독서의 힘이었습니다.


어젯밤 전기장판의 온기 속에서 책을 읽는데

B가 떠올랐습니다.

별말이 아닌데도 나를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게끔 해주던 그 친구가 말입니다.

책 한 구절을 사진 찍어 용기내어 B에게 보냈더니 바로 답장이 왔습니다.


언제부터 우리가 용기내어야

연락 할 수 있는 사이가 된걸까요.......

그 친구도 내 연락을 기다렸던 걸까요?


사소한 오해로 거리가 멀어진 친구입니다.

A 가 중간에서 제가 하지 않은 말을 전했기 때문이죠.


오늘 말을 전한 A의 남편이 제가 일하는 곳에 왔습니다. 활짝 웃으며 "여기서 일하세요?" 하며 묻는 친구 남편을 보니 말 전한 A 생각이 났습니다. 남편은 아무것도 모를 텐데......


A가 제게 했던 좋은 일만 기억해야지 마음먹습니다. 생일날 아이와 둘이 보낼 저를 위해 생일상을 차려주고, 한 달 동안 매일 집으로 와서 이삿짐 정리를 도와주던 친구 A.


그 친구는 왜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했을까요?

"B가 얼마나 잘했는데 은혜도 모르는 애"라고 말을 했을까요?

저는 그런 것도 모르고 출간 계획서를 작성하다가도 A에게 연락이 오면

"친구보다 중요한 건 없어!'라고 하며 뛰어 나갔는데 말이죠.


출간 계약 확정을 받고 들뜬 목소리로 전화했더니 "축하한다"던 A였는데......


제3의 친구가 A가 했던 말을 녹음해 두었다가 들려줬을 때의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먹은 마음대로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A가 제게 했던 진실된 마음.

그것만 생각하려 합니다.


우리 사이의 온도를 생각하지 않던 시절도 있었지만, 크기를 갸름해야 할 사이가 되어버려 한숨이 나옵니다.

많이 아팠던 시간만큼 '우리'라 다시 부를 수 있게 되는 날은 '맑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한쪽에서만 맞추려 했던 우리의 온도를

따듯하게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도록

아름답게 늙어가는 시간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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