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텨 내는 삶 그만하고 싶다.

익숙해질 때를 기다려 봅니다.

by 솔담

금요일 하루 종일 으슬으슬 몸이 떨리는 것을 가까스로 참고 퇴근을 했다. 독감에 걸린 직원이 있었기에 '독감이면 어쩌지?' 하는 방정맞은 생각을 하니 더 아팠다. 아이 저녁을 차려주고 운동을 갈까 말까 망설이다 가서 땀 내고 오는 게 더 낫겠다 싶어 운동을 다녀왔다.



찜질팩을 껴안고 전기장판의 온도를 높여봐도 춥다. 온몸이 떨리고 두드려 맞은 것 같이 아파와서 스스로 독감이라 확정을 내렸다. 다행히 열이 나지 않아서 오른쪽 어개와 목이 아픈 것 먼저 치료하기로 마음먹고 한의원으로 향했다.

간호사들이 커피를 마시다 말고 나를 맞이한다. 미안하다. 9시 땡 하고 들어간 첫 고객이 나다.

"커피 마저 드세요"라고 말했지만 4번으로 들어가라는 안내를 하고 나의 기록카드를 빼느라 그들의 커피타임이 사라진 지 오래다. 추워하는 나에게 찜질팩을 안고 다리에도 찜질팩을 올려주는 간호사 뒤로 의사가 다가와 목과 어깨에 침을 놓았다. 옆으로 누워 벽을 바라보고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도 무수히 많은 침이 덜덜 떨고 있을 것이다. 머리가 아프다고 말하는 타이밍을 놓쳐서 잠을 청해 보았지만 침에 전기를 연결해준 간호사가 처음인지 불을 켜놓았기에 LED 전구의 불빛이 영 거슬렸다. "불 꺼주세요" 하고 싶었지만 그도 나처럼 이 일이 처음인 것 같아 어색하고 실수투성일 텐데 그냥 참기로 결론을 지었다. 옆에 할머니께 침을 놓으러 온 의사에게 질문을 하듯 손을 들고 "선생님'하고 불러 "머리가 아파요' 했더니 잠시 기다리란다.


일어나 벽보고 앉으라던 의사에게 "밤새 추워서 떨었어요. 그런데 머리가 아파와요"라고 했더니 "머리 옆쪽이 아프냐"라고 묻는다. "여기가 아파요"하며 머리 꼭대기를 만졌더니 "거긴 스트레스 때문인데? 조금 있다가 부황 떠줄게요"하는 의사에게 어쩜 쉴 타임도 없이 "저, 스트레스 많이 받아요."하고 말을 하는 나. 겉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었나 보다.

"오한이 드는 거 같은데 병원 가보실래요?" "여기서 약 지을 수 있으면 지어주세요." 말을 했다. 머리에서 어깨까지 어찌나 많이 부황을 떴는지 피범벅이 된 시트.

돌아오는 길에 만두를 사서 아이에게 주고는 약을 먹고 잠이 들었다.


오후 4시쯤 되었을까? 갑자기 토할 것 같고 머리가 아파 옷을 주섬주섬 입었는데, 도저히 운전을 하고 가지 못할 것 같아 걸어가기로 마음먹었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고 했던가? 걷기도 어려워 엉금엉금 기어서 편두통약을 찾는 나를 바라보는 아이는 겁을 잔뜩 먹은 표정이다. "엄마 머리가 아파서 그래. 걱정하지 마. 약을 여기다 둔 거 같은데 없네." 약을 찾아 먹고는 옷도 벗지 못한 채 다시 잠이 들었다. 자고 일어나니 머리 아픈 게 사라져 한결 낫다.


머리 아프고 눈이 빠질 것 같고 토할 것 같은 삼종세트 편두통이 생긴 지 30년이다.

저혈압이라 그렇다는 곳도 있고, 이렇다 할 원인을 찾지 못한 채 고통의 시간을 보내왔는데, P시로 이사와 근처 가정의학과에서 처방해 주는 약을 먹으면 감쪽같다.

5년째 편두통에서 자유로워지고 있다.

아침에 약간의 증상이 오면 약을 먹는데, 오늘은 몸살로 그 증상을 느끼지 못한 듯했다.


배가 고파오는데 아이는 엄마 밥 차려줄 생각을 안 한다.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다.

헤드셋 끼고 게임을 하고 있나 보다. 책상 위를 더듬어 전화기를 찾았지만 그것도 없다.

눈을 떴다 감았다 하다 보니 한 시간이 더 흘렀다. 약을 먹으려면 밥을 먹어야 하는데......

그러고 보니 아이도 만두 세 개만 먹고 종일 굶은 것 같다.

일어나 만둣국을 끓여 아이를 주고 나는 호박죽을 데워 먹으며

"어미 밥을 차려줘야 기운을 차리지. 배고파 뒤지는 줄" 했더니 "엄마가 자니까 조용히 하느라 그랬지"하며 웃는다. "문 앞에 물 있는 거 봤어. 고마워. 엄마가 자다 깨서 물 마셨어." 했더니 "그래?" 하며 만족해한다.


아이에게 서운하다고 나무랐으면 아이도 나도 기분이 상해서 저녁을 먹었을 텐데 웃으며 짧은 말 한마디로 내 마음음을 전했고, 아이도 웃으며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아, 나는 왜 버텨내려고만 했을까?

버텨내려 하니 힘들었다.

힘이 드니 내 삶이 참 슬펐다.

도망가고 싶었다. 다시 어린이집으로 가야 하나? 하는 갈등의 시간을 보냈다.

또 다른 일을 찾는다 해도 처음 과정은 다 낯설고 또 다양한 사람을 만날 테고 또 힘들어질 텐데 말이다.


글을 쓰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생각했다.

어깨가 아프고 뒷목이 당기는 게 안 쓰던 근육을 써서 그런 줄 알았다.


익숙해지다 보면 괜찮아지겠지 나를 다독여본다.

우리, 그렇게 지내기로 해요.

익숙함이 교만함이 되지 않게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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