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간의 생일

미리 생일 축하합니다.

by 솔담

양력으로는 1월, 음력으로 12월에 태어난 나는 나이가 두 개다. 호적에는 양력 생일로 되어있어서 친구들에게는 양력 생일로 축하를 받았다.


노노도 1월에 태어나 음력으로는 띠가 바뀌고 나이도 두 개다.

나와 음력으로 이틀 차이가 나기에 아이 생일이 곧 나의 생일이기도 했다.


-2020년 1월 9일 목요일-

엄마가 느닷없이 집에 오셨다. 내일이 생일이니 미역국을 끓여놓고 가시려나? 하는 생각을 하고는 일하느라 까마득히 잊어버렸다.

집에 도착하니 8시 40분쯤.

주차하고 걸어오는데 "이제 오냐?"는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드니 아빠가 서계셨다.

"매일 이렇게 늦게 오냐? 배고프겠다. 어서 들어가 밥 먹어라"

미역국을 데우고 잡채를 꺼내 놓으시는 엄마.


엄마가 차려주는 저녁을 먹으며 목이 매였다.

지금까지는 내 생일날을 제대로 기억해주지 않아 서운했는데, 기억을 잃어버린 엄마가 끓여주는 미역국과

간이 하나도 맞지 않은 희멀건 잡채에는 시금치 몇 개와 버섯 몇 개가 들어있었다.

잡채에는 가난했던 과거와 부모님의 현재가 존재했다.

그래도 딸이 잡채 좋아한다는 건 잊지 않으신 엄마.

밥을 다 먹고 나니 집에 간다고 일어나셨다. 주무시고 가시라고 해도 막무가내이신 엄마를 따라 일어서는 아빠.

버스 타고 가신다는 걸 전철역까지 모셔다 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2020년 1월 10일 금요일-

"미안해 생일인데 어제 전화도 못했어"라고 하는 언니에게

"음력으로 오늘이야 언니"하고 말을 하니

"그렇지? 오늘이지? 엄마가 어제라고 하기에....."

"그래도 비슷하게 기억해서 행이다."하고 말하며 언니와 크게 웃었다.


-2020년 1월 11일 토요일-

현관 앞에 퇴근하는 나를 반기는 상자.

테이프를 떼니 로즈메리 허브향이 나며 꽃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친구 미경이가 보내준 선물.

내 생일날 꽃을 선물 받은 기억이 거의 없는데.....

고마워서 꽃을 안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초등학교 밴드에 짝꿍 홍석이가 올려놓은 일정에는 1월 12일 밤 9시에 내 생일이 저장되어있다.

오전 9시로 저장한다는 게 잘못 저장되어 있는 것 같지만 짝꿍이니까... 괜찮다.ㅎㅎ

낮잠을 자서인지 잠이 오지 않아 밴드에 들어가 보니

6학년 8반 밴드에 생일 축하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2020년 1월 12일 일요일-

나의 양력 생일이자 노노의 음력 생일날이다.

지금까지 노노 생일에 맞춰 축하를 했으나 올해는 내 생일날 케이크를 사서 함께 축하를 할 예정이다.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었고, 몸이 많이 아프고 마음도 힘이 든 나를 위한 이벤트를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 나보다는 아이를, 가족을 생각했던 나였지만

내일은 나를 위한 날을 만들어 보리라.


올해는 생각지도 않게 4일 연속 생일이다.

나를 낳으시느라 힘이 드셨을 엄마가 기억해주는 생일이 몇 번이나 남았는지 모르지만

간이 맞지 않은 음식을 먹을 날이 많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 아빠!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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