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KBS 다큐 인사이트를 보다 주영민의 강의에 놀랐다. 책은 곧 내손에 도착했지만 쉽게 읽히지 않았고 읽고 나면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냥 흐름만 익히리라는 생각으로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설 연휴 삼일째 되는 날 황정미 작가님(정미 언니라 부름)을 만나기 위해 인천으로 향했고, 전철 안에서 책을 펼쳤다. 스마트폰을 보던 옆사람도 흘낏 책을 엿본다.
지금 시대에 떼려야 뗄 수 없는 클라우드라는 거대한 세계가 장악하고 있고, 우리가 찍는 사진과 SNS 등도 고스란히 세계 곳곳의 클라우드 속에 저장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우리는 누구의 관심을 받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나도 좋아요 하나, 공감 하나를 확인하며 나의 인지도를 측정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았다. 그래서 블로그에 쓰는 글은 공감과 댓글 다는 것을 없앴다. 누가 내 글을 읽었는지 어떤 답글을 달았는지 보는 재미도 있지만 그냥 내가 쓰는 글 그 자체로도 괜찮다고 스스로 위로해 보았다.
브런치는 아직 내게 익숙하지 않다.
답글을 다는 분들 개인에게 답글을 다는 것도 모르겠고, 비밀글을 달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블로그처럼 책이나 사진을 첨부하는 것도 모르겠어서 내가 찍은 사진만 첨부하고 있다. 나의 브런치는 원시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내가 잘못된 것은 아니기에 원시적인 모습 또한 괜찮다. 시간이 지나다 보면 터득하게 됨을 알기에......
제목을 따라 들어가 보면 짧은 글 하나, 남이 쓴 글을 가져다 놓은 듯한 글을 만나기도 한다.
그러면 맥이 빠지고는 하는데, 나도 그들처럼 맥거핀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핵심이 아닌데도 핵심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장치 역할을 하는 맥거핀이 나의 글에서는 제목이 아닐까 싶다. 제목과 연결되는 글을 쓰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인천역에 내렸다.
인천역은 내가 생각하는 화려함을 담지 않았다. 마치 시골의 기차역 같아 출구가 어디인지 잘 살펴보지 않으면 기웃거리게 만든다. 월미도 바다를 볼 수 있는 모노레일을 올려다볼 수 있는 풍경도 준다. 하지만 바다 냄새조차 나지 않는다.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면 인천 차이나타운의 붉은 기운을 만날 수 있다.
스마트폰에 끼적이는 글과 사진, 네이버 앱을 켜고 내가 찾아가는 이길 또한 구글에 저장됨을 알고 나니 사진 찍는 것조차 겁이 났다.
정미 언니가 다음 주에 오픈할 카페 앞에서 사진을 딱 1장만 찍었다. 이층으로 올라가니 미니멀 라이프의 시작을 알리는 아담한 정미 언니의 공간이 나왔다. 언니와 밥을 차려먹고 커피를 마시며 우리는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구나 혼자이기는 하다. 옆에 누군가가 있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는 건 아니라는 것도 안다.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서인지 그 서늘한 공간에 혼자 있을 정미 언니를 생각하며 걸어오는 길이 슬펐다. 마치 내 모습 같아서......
연휴 마지막 날인 오늘은 노노의 생일이다. 미역국을 끓이고 노노가 좋아하는 삼겹살을 구워 아침을 먹고 나니 김치수제비가 먹고 싶다는 노노.
신김치가 없었지만 멸치육수를 내고 마트에서 사 온 감자수제비를 넣어 끓였다. 한 그릇 푸는데 또 문득 정미 언니 생각이 났다.
그냥 가까이에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어. 수제비 한 그릇 뚝딱해서 나눠먹고, 커피 한잔 마시러 아무 때나 가도 좋을 그런 사람이 언니였음.... 하고 카톡을 썼으나 보내지 않았다. 나의 슬픔이 언니에게 전해질까 봐......
노노가 치는 기타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고 깔깔대다가 아무 노래 챌린지 춤을 따라 했다. 벨소리로 하기 위해 노래를 다운로드하는데, 구글에서 위치기반 서비스에 동의하지 않아 다운이 안된다는 안내 창이 뜬다.
노래를 다운로드하는 것과 내 위치가 무슨 상관이 있기에? 그전에 무심코 눌렀던 동의가 이제는 내게 쉽지 않은 단어가 되었다. 내가 듣는 노래, 스마트폰으로 하는 쇼핑, 뉴스 등을 분석해서 비슷한 알고리즘을 알려주는 것도 달갑지 않다. 나를 들켜버린 것만 같아서.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해 사람들의 신용등급을 매기고 강력범죄자들 검거에 사용하고 있는 게 중국에 국한된 게 아닐 것이다. 내가 모르는 곳곳에 나의 발자취가 저장되어 눈에 보이지 않는 감시 아닌 감시를 받게 될 미래가 현실이 될 테니까. 사람에게 배운 바둑 기술을 익힌 알파고가 사람을 이기는 일과, 사람에게 배우지 않고 40일간 스스로 학습한 알파 제로의 그 시간은 어떻게 쓰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나를 따라다닐 눈에 보이지 않는 저장공간을 늘 염두에 두고 살 수는 없겠지만 남을 비하하는 글이나 우리끼리만 알 것 같아 나눈 SNS의 글이 세계 어느 곳에서 떠돌다가 나를 파괴시켜버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부모에 의해 SNS에 사진과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아이들에게 동의받지 않은 사진과 글은 부모이기에 괜찮을까? 나의 글에도 나 아닌 제삼자의 이야기도 있는데, 이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낳는다.
기록의 힘이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기를 바란다.
정미 언니가 오픈할 상담카폐 여기 그대로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펼지기도 함께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