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특별한 부모

자가 치유가 필요한 날.

by 솔담

부모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낳아주신 분. 길러 주신 분. 가족이란 공동체 안에서 끈끈하게 뭉친 이유 불문한 나의 영원한 편......


나에게 그런 부모가 필요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내가 한없이 무너질 때 묵묵히 지켜봐 주는 그런 부모가 필요했습니다.

성공하지 않아도 빈둥빈둥 놀더라도 괜찮다고 눈빛으로 말해주는 부모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나의 부모는 '돈'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거기에 길들여진 우리는 월급을 고스란히 부모님께 맡기게 되었죠.

겨울밤 안방 문을 빼꼼히 열고 "왔냐?"라고 하시는 부모님이 싫었습니다.

어린 자식들이 벌어 온 돈으로 생활을 하시는 부모님. 김장할 돈이 없어도 쌀을 살 돈이 없어도 우리 부모님은 집에만 계셨으니까요.

그런 와중에도 엄마는 돈에 대한 욕심이 많으셨습니다. "너네 아빠 몰래 돈이 필요하다. 금반지 계를 하는데 한 모퉁이 들고 싶다."

"이번에 보너스 타면, 은반지를 끼면 건강에 좋다는데 엄마한테 잘하는 학* 아줌마것도 같이 하자."


저의 보너스는 아빠 몰래 외할머니 생활비와 엄마의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들어갔습니다.

당연한 건 줄 알았습니다.

동생이 방황하던 때 동생 명의로 된 아파트를 팔고 보험을 해약해서 두 분 생활비로 쓰셨습니다.


제가 싱글맘이 되던 때도 찾아와 네 집은 비니까 결혼 때 받은 패물을 엄마가 보관해 준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야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 패물들은 엄마에게 맞게 재 세팅되어 엄마가 하고 다니고 이모에게 선물을 하는 그런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때는 거기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나만 바라보는 나의 아이가 있었으니까요.


이번 설날에 엄마가 안방으로 부르더니 아빠 몰래 목걸이와 반지를 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목걸이 줄이 얇다고 하면서......

"내가 네 반지 디자인을 한참 들여다봤다"라고 할 때까지도 내 반지를 빼드려야 한다는 말인 줄 몰랐습니다.


고혈압 약을 드셔도 혈압이 160이 넘고 코피를 자주 흘린다는 말에만 신경이 쓰였지 솔직히 패물 타령하는 엄마의 말은 그냥 흘려버렸습니다. 걸음걸이가 이상해진 아빠를 보며 큰 병원 가서 MRI 찍어보랬다는 말만 들렸습니다.


"보너스 얼마 받았니?"하고 묻는 엄마에게 "엄마 십만 원 밖에 못 드려. 보일러 새로 바꿔서 이렇게 저렇게 매워야 하거든."

어린이집보다 다섯 배 되는 돈 오십만 원을 설 날 보너스로 받았습니다. 덕분에 조카들 용돈도 조금 줄 수 있었습니다. 엄마에게 모두 드릴 수도 있었지만 보너스 얼마 받았냐고 묻는 엄마에게 괜스레 심통이 났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지내는 일주일 내내 그 말에 아픕니다. 한참 들여다봤다는 30년 된 내 반지를 빼드렸어야 하나?

아픈 엄마니까...... 생각하려 해도 참 특별한 부모입니다.


"너네 아빠 전기면도기 하나 주문해줘라. 괜찮다고 하는데 턱이 다 뜯겨 피가 난다."

생신 선물 뭐해드려야 하나 고민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오늘이 아빠 생신입니다. 쉬는 날이니 아침도 같이 먹고 축하해 드리려 했는데, 엄마가 하는 말이 맴맴 돌아 편치 않습니다.

사촌오빠가 케이크와 꽃을 보내왔다고 합니다. 제가 보낸 면도기도 도착했다고 합니다.

두 분이서 잘 보낼 거라는 생각으로 저는 집에 있습니다.


다시 엄마와 연락하며 지낸 지 5~6년이 됐습니다. 부모님을 이해 못하겠다던 동생도 부모님께 전화를 가끔 드리는 모양 입다. 10년만 잘하자는 작은누나의 말이 동생의 마음을 움직인 듯합니다.

제발 동생에게는 더 이상 상처를 주지 않았으면 합니다.


생활력 강하게 키워 준 부모님 밑에서 자랐기에 저는 지금껏 결석이나 지각 한 번 하지 않는 성실한 근로자로 살았습니다.

최저임금 받는 일을 하지만 내 아이에게만큼은 특별한 부모가 되지 않으려 합니다.


오늘은 쉬면서 면역력을 키우는 하루를 만들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