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에 우연히 돌린 채널에서 몇 년 전 드라마 [남자 친구]가 재방송되고 있었습니다.
TV 수신료 2500원만 내서 기본 방송 외는 볼 수 없는데, 운이 좋으면 다른 방송도 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땡잡은 날입니다.
책도 내려놓고 과일바구니를 옆에 끼고 앉아 1화부터 16화까지 내리 봤습니다. 밤 10시쯤 메모지에 '쁘링클?'이라 적어 게임하고 있는 아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눈이 커지며 좋다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때 문득 드는 생각. 생맥주도 한번 마셔볼까?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생맥주도 배달시켜 봤습니다. 중3이 되는 아들과 짠! 부딪히며 '뭐든 열심히 해보자'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우와 너무 행복했어요. 내일 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새벽까지 드라마를 보고 또 술도 홀짝이며 대리만족을 느꼈지요.
금요일은 저녁을 먹으며 펼친 책을 세 시간 내리읽었습니다. 일하는 곳에서 [이혼한 신데렐라]라는 책을 가져왔거든요. "내가 이 책 읽고 신데렐라가 되보겠어"라고 했더니 옆자리 팀장이 막 웃더라고요. “언니! 언니는 12시를 못 넘겨서 신데렐라 못돼요.”라고 해서 한번 더 웃었답니다. 저는 9시만 넘으면 눈이 감겨옵니다. 모임이 있으면 늘 믹스커피를 준비해오는 친구가 있어요. 제가 그 커피를 먹고 고비를 넘기면 밤새워 잘 놀아요. 책 내용은 원래 신데렐라였는데 이혼을 했고 다시 남편과 재결합하는 과정이 담겨있는 책이었어요. 이혼을 하고 신데렐라가 되는 게 아닌.ㅋ
제 친구 중 한 명은 재혼한 지 18년이 됐는데 남편 퇴근시간만 되면 긴장이 되고 눈치를 본다고 해요. 친구는 이혼녀고 남편은 총각이었다는 이유만으로요. [이혼한 신데렐라]에서는 남편이 바람 폈다는 소리를 어느 파티에 가서 우연히 듣게 되는데 사실인지 아닌지 남편에게 묻지도 못한 채 당신이 싫어졌으니 이혼하자고 합니다. 남편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버림받을까 두려운 마음이 작용한 거지요.
드라마 [남자 친구]에서도 엄마가 아내를 너무 힘들게 해서 바람피운 것처럼 하고 아내와 이혼을 합니다. 아내를 너무나 사랑해서 그런 방법을 썼지만 아내는 남편이 바람 폈다는 것에 상처를 받습니다. 나중에 남편의 진심을 알게 되지만 상처 받은 마음은 아물어지지를 않습니다.
사람의 관계라는 게 우위 관계가 존재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남녀의 관계에 있어서도 한 사람은 늘 따라가야만 하는 입장이어야 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존재를 잃어버린 채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사람이 되어가겠죠. 뒤늦게 나를 찾으려 하다 보면 둘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금이 가있고요. 서로의 입장이라는 게 있습니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심판의 눈길로 바라보는 그런 관점이 아닌 나와 너의 입장이 있습니다. 그건 누가 잘하고 잘못하고를 떠나 온전히 우리 둘만의 입장에서 서로 바라봐주고 생각해주는 그런 관계를 누리고 싶습니다. 적게 주고 많이 받더라도 많이 주고 적게 받더라도 늘 기분 좋은 관계가 되기가 어렵겠지만 그 사람이 남자이건 여자이건 나이가 많건 적건 그런 기준을 두지 않고 그냥 기분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나의 절망이 당신의 희망이 되면 어떻습니까?
나의 절망을 보고 당신이 힘을 얻는다면 괜찮습니다. 나보다 못한 사람이 있으니 힘을 얻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당신이 일어섰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춤추는 것도 좋아해요. TV를 통해 유튜브를 보는 아들이 신나는 음악이 나오자 어깨를 들썩하더라고요. 저요? 물론 댄서들을 그대로 따라 해 보았죠. 몸이 따라주지는 않았지만 춤을 추고 나니 기분이 업되어 글이 쓰고 싶어 졌습니다. 글 쓰는 제 앞에 아들이 춤을 추며 다가오기도 합니다. 제가 춤을 좋아하고 영화를 좋아한다고 해서 영화와 춤을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잘못된 건 아닙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으로써 얻는 에너지가 살아가는데 많은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책을 읽지 않는다고 드라마만 본다고 그 사람이 잘못된 건 아닙니다. 다만 다른 겁니다.
우리는 다름을 존중해야 합니다. 일방적으로 내 기준을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시키려 한다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는 몰라도 불편한 마음이 듭니다. 글에서 나타나건 말에서 나타나건 다른 사람에게 나의 관점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주말에 [남자 친구]를 보며 얻은 힘으로 오늘 하루 너무 신나게 보내고 왔습니다.
아침에 햇살이 밝게 비추고 해가 떠있는 시간에 퇴근을 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출퇴근 시간이 변경된 건 아니지만 어둠이 주는 쓸쓸함의 뒷면에 서있는 것이 힘들었거든요. 사람은 따로따로 인 것 같아도 모두 다 연결되어 있는 그런 거니까 하나의 잣대로 기준을 정하지 말고 흐트러지더라도 다름을 인정해 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