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게맛을 알아?

겪어본 자만이 아는 드라마 [부부의 세계]

by 솔담

"두 명 다 사랑해."

" 아니, 네가 아프리카 족장이냐? 조선시대 임금이냐?"라는 말을 내뱉고 싶은 걸 멈추게 하는 말, 조금이나마 미련을 두게 한 말이었다.

그땐 그랬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나?하는 밑바닥 같은 그 말.


요즘 [부부의 세계]라는 드라마가 화제가 되고 있다.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지만 관찰자 시점에서 쓰인 떠도는 기사를 읽으면서 웃음이 날 때도 있다.

경. 험. 자. 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라 할까?


16살 차이 나는 여자와 바람이 났고, 유산 했다는 소문을 들었고, 양쪽을 왔다 갔다 하며 온갖 괴로운 표정을 다 짓고 다녀서 갑을이 바뀌는 시간을 보냈다. 오히려 내가 그 사람의 눈치를 보고 가족상담을 받으며 돌아올 가능성에 기대어 있었으니까.


40분이 지나면 "시간이 경과되었으니 상담료가 추가됩니다!"라고 어김없이 이야기하는 유학을 다녀온 심리학과 교수라는 상담사는

돌아오게 하려면 내가 변해야 한다고 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그전같이 편하게. 내마음을 표백하는데 돈쓰고 맘쓰고 좌절까지했다.


그 사람과 함께 썼던 가구를 버리고 새 가구로 바꾸던 날 짐을 나르던 기사님의 실수로 현관을 열면 정면으로 걸려있던 가족사진에 흠집이 났다.


길게 쪽 그어진 가족사진을 보면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는 것 같아 미안하다며 고개 숙인 기사님 앞에 서있는 나는 더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 흐르는 눈물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집에 와서 아이와 놀다 가던 그 사람은 가족사진을 떼어놨다는 게 서운하다고 상담사에게 이야기했고 나는 그 사진을 복원할 수 있는지 사진관에 싣고 다니는 뒤죽박죽 상담에 진이 빠져있었다.


그러는 사이 그 여자가 임신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그 사람은 주변 정리를 하고 그 여자의 친정집으로 떠났다.


[부부의 세계]에서 김희애처럼 핵사이다 발언은 한마디도 못해본채......


아빠 보고 싶다고 잠 못 드는 아이를 업고 데크에 나가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던 날에 카톡이 왔다. 아기가 태어나서 출생신고를 해야 하니 이혼해 달라는 그 개같은 말.


'그 애는 나랑 상관없으니까 내가 이혼하자고 할 때까지 기다려!'라고 답했고 8개월이 지난 후 법원 앞에서 만났다.


이혼 조건은 아이의 양육권을 나에게 넘기는 것과 그 여자 집 얻어주느라 나 몰래 집 담보로 대출받은 것 상환하는 것이었다.

합의이혼이며 이혼사유는 배우자의 외도.

양육비는 받지 않는다고 썼다.


한 달 뒤 양육비 안 받아도 되겠냐는 판사의 말에

"돈 안 받아도 이 사람보다 더 잘 키울 자신 있습니다."


그리고 법원을 나오며 뒤돌아서서 이 말을 내뱉었다.

"살아봐! 다 거기서 거길거야. 하지만 아이 아빠니까 행복하게 잘 살아. 아이가 나중에 자라서 도움이 필요하면 의지할 수 있을 만큼 "

내가 한 말은 그게 다였다. 그 짧은 말에 나와 아이의 과거와 미래가 다 담겨 있었다.


그 뒤로 삼사 년이 흘렀을까? 새벽에 울린 알람에 눈을 뜨니 [카스 친구 신청]을 해왔다. 그놈이.

'야! 너하고 내가 친구 될 관계는 아니잖아?' 혼잣말을 내뱉으며 신청 거부를 꾸욱 눌렀다.


그리고 다시 이삼 년 뒤 카톡이 왔다.

[당신한테 정말 미안해. 아이를 만나볼 수 있을까?] 행복하게 살라고 했더니 이제 힘드냐?

4학년인 아이에게 물어봤다. 만나고 싶지 않단다.

[아이가 만나고 싶다고 할 때 연락하겠습니다.]


주변정리를 한다던 소식을 듣고 그 남자를 찾아가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아이를 만나 달라고 했더니 썩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던 그날이 다시 떠올라

한참 또 아팠다.


아이의 휴대폰을 새로 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양육권을 내 앞으로 한건 참 잘한 것 같다. 휴대폰을 새로 할 때마다 그 사람에게 연락해야 하는 엿같은 일이 안 생기니 말이다.


지금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어디까지 진전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가정을 버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살면 그 지긋지긋하던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 같던 일이 '살아보니 다 거기서 거기다.'라는 걸 느낄 때가 되면 전 아내한테 미안한 마음이 생길 거고 만나지 못했던 아이가 보고 싶어 지는 후회가 되는 장면도 나올 테니......


어젯밤 공짜폰이지만 너무 좋다며 새로운 휴대폰을 만지작만지작하는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엄마가 양육비 받을걸 그랬나 봐. 그러면 노노한테 조금 더 여유 있게 해 줄 수 있었을 텐데"

"양육비 달라고 해!"

"안 주는데?"

"그럼 신고해. 인터넷에 그런 거 올리는 데 있잖아!"


16살 사춘기 아이가 내뱉은 말에 답을 못했다.


나 혼자 힘들게 널 키웠다는 말을 하려고 했을까?

왜 나는 양육비를 달라는 말을 꺼내지도 않았던 걸까?


"엄마가 알고 겪은 세계는 남자들이 겪어보는 세계보다 훨씬 작아. 그러니까 엄마가 너에게 해 주는 말은 빙산의 일각이거든. 그래서 다양한 책을 접하고 읽었으면 좋겠어."


"엄마 요즘 유튜브에 다나와. 엄마가 생각하는 나보다 난 훨씬 많은 세상을 알고 있는 아들이니까 걱정 마"



튼, '부부의 세계'같은 드라마 종류를 접할 때


겪어보지 앓은자는 상대방의 심리를 논하고 겪어본자는 그때가 떠올라 아파하고 좌절하다 공감을 하며 웃게된다.


그래서 세상은 공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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