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이 밥 먹여주는 부모의 세계

거짓말을 낳는 거위의 자식도 거짓 알을 낳아야 할까요?

by 솔담

제가 살고 있는 곳은 P시입니다. 초등학교 친구들이 말합니다. 삼성 때문에 집값 많이 올랐겠다. 땅도 많이 사놨니?

"나는 30년도 더 된 아파트에 살고 있어. 집값은 1억 도 안될걸?"하고 말하면 오히려 친구들이 더 당황을 합니다.


2주 전에는 전주 첫째 큰엄마가, 1주 전에는 P시 둘째 큰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전주야 멀어서 못 간다고 핑계를 댔는데, 같은 동네 살고 있는 큰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당연히 찾아뵙는 게 도리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친척들은 제가 이혼한 것도 모를뿐더러 C시에 살고 있는 줄 압니다.

언니도 강남 중심가에 살고 있는 줄 압니다. (언니도 이혼하고 힘겹게 혼자 월세방에서 살고 있습니다.)

1주 전 토요일에 엄마가 전화를 하셔서 "여기 장례식장인데 너네 회사에서 화환이 왔더라" 그리고 대표로 있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제 친구의 이름을 아주 친근하게 이야기하십니다.


여기서 잠깐!!

남동생이 10여 년 전 금전적으로 힘이 들 때 부모님을 찾아가 집 담보고 대출을 해달라고 했답니다. 당연히 부모님은 고개를 저으셨고, 언니야 잘 살고 있었지만 형제지간에도 돈은 빌려 줄 수 없다고 했답니다. 저한테는 아예 빌려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고요.

그래서 동생은 P시에 사는 사촌누나한테 2천만 원을 빌렸고, 상황이 더 안 좋아져서 조금씩 갚아 나는 것도 멈춘 상황이 몇 년 흘렀나 봐요. 조금씩 기반을 잡아가는 찰나 법원에서 송장? 이 도착했는데 열어보니 사촌언니가 남동생을 고소? 한 거죠. 남동생은 이자까지 쳐서 일시불로 갚았습니다.


그때 우리 엄마는 딸(사촌언니)이 고소하는데 부모(큰아버지 큰엄마)가 모를 리 없다면서 원수라고 큰집 하고는 왕래를 안 한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큰아버지가 딸한테 돈을 먼저 갚아줬다는 겁니다. 큰아버지가 조카를 고소한 셈이었죠.

그래도 핏줄이라 친정아버지는 살아계신 하나뿐인 형이니까 외면할 수 없었는지 왕래를 하셨고 엄마도 자연스럽게 둘째 큰집과 왕래를 했고요.



"엄마! 나는 장례식장에 못가. 내가 일하는 곳에 개인택시가 하루에 몇 대가 왔다 갔다 해. (큰아버지가 개인택시를 아들에게 물려줬습니다.)그리고 내 동창들 만날 수도 있잖아. 친구들은 내가 P시로 이사 온 거 알아. 그러길래 왜 C시에 산다고 거짓말을 해."

"그럼 P시로 이사 왔다고 하면 되잖아."

"이제 와서 갑자기? 난 못가."

언니도 못 간다고 했더니
"너네 엄마 아빠가 죽어도 안 오겠다?" 하고는 끊으셨다네요.


일주일간 큰집에 계셨다며 어젯밤 9시에 엄마가 전화를 하셨습니다.

"이제 우리가 번호표 받아놨나 보다. 이제 우리 차례지 뭐. 서글프더라."

"엄마, 그런 말 하지 말고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셔요."라고 했더니

"헌*(동생에게 돈 빌려줬던 사촌)이 한테 너 P시로 이사 올 거라고 했다. 삼성 때문에 투자가치가 있어서 P시로 오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어. 헌*이가 너 보고 싶다고 좋아하더라."

"엄마! 우리 집은 삼성 있는 곳 하고 거리가 멀어. 우리 집은 1억 도 안 나가지만 그곳은 서너 배나 비싸단 말이야."

"나도 알아. 아이 학교 문제도 있고 그래서 P시로 온다고 했다. 학교 가까운 데로 이사 왔다고 하면 되잖아." 하시더니,

"참, 두유가 없다!"


할 말을 잃었습니다.

노노가 집에서 횡단보도만 건너면 되는 학교에 갈 성적이 안 되는 것 뻔히 알면서, 리모델링도 못한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거 알면서 그런 거짓말을 한 엄마가 생각나 잠든 지 한 시간 만에 벌떡 일어났습니다. 이대로 마음에 담고 있다가는 또다시 엄마를 외면할 것 같습니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았으니 같은 P시에 사는 사촌언니와 오빠 만나면 무슨 거짓말을 해야 할까요?

만날까 봐 가슴 졸이며 피해 다녀야 할까요?

며칠 앞으로 다가온 어버이날.

엄마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습니다.


왜 자식들을 자꾸 작게 만드는지.

자식 가슴을 후벼 파는 사람이 왜 부모님이어야 하는지.

왜 새벽에 일어나 눈물을 뚝뚝 떨구게 만드는지.


엄마가 한 거짓말에 말을 맞추려면

저는 거짓 알을 몇 개나 낳아야 할까요?

노노는요?


이혼하고 돈 없는 게 죄가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두유를 친정 주소로 주문하는 나.

부모님을 위한 카네이션이 무색합니다.

엄마가 남동생을 고소한 헌*이 욕을 할 때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언니,내가 못한거

헌*이가 돈 빌려줘서

엄마 아들이 재기 할 수 있었으니

욕할게 아니라 고마워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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