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본가에서 학습된 감정의 원형이 후에 배우자와의 관계에서도 자주 되풀이 된다고 설명했다.
-가족의 목소리 77p-
부모의 목소리
나는 엄마가 들려주는 아빠의 이미지로 아빠를 평가했다. 내게 보여지는 아빠도 술과 폭력, 무능함을 가지고 있었기에 온통 세상이 무서웠고 내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엄마' 뿐이었다. 엄마가 내린 명령어에 따라 조작되는 삶을 살았던 나. 그 틀을 깨고 나오는데 무려 50년이 걸렸다. 지금이라도 온전한 내 삶을 살아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남기지만 잘해낼 수 있을것 같다.
왜?
엄마도 엄마의 부모님으로 부터 들려오는 목소리에 따라 살아왔다는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았기 때문이다.
<엄마는 엄마의 부모님에게 어떤 목소리를 들었을까?>
우리 아버지한테 글 써달라는 사람은 찾아와도 일 해달라는 사람은 오지 않았다.
동네 모두 감나무가 있었는데 우리집에만 감나무가 없었어.
선생님이 학사금?(정확한 명칭이 생각나지 않는다.) 가지고 오라고 집으로 돌려보냈는데, 돈을 안줘서 창고에 있는 감자를 하나씩 찍어서 옮겨 놨었다.
친구들이 학교에 가자고 오면 등에 업고 있는 동생을 꼬집었어. 동생이 울어야 어무이가 오시니까.
아버지한테 죽지 않을 만큼 맞았어. "너는 최씨집안 귀신이 되서 죽어야한다."고 하셨지.
난 생활력 강한 사람하고 결혼해야지 생각했어.
어무이 사시라고 집을 사드렸어.
그리고, 엄마는 뒷주머니를 차고 계셨다. 여자는 남편 몰래 쓸 돈이 필요하다고.
외할아버지는 생활력이 없어서 맏딸인 엄마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생활전선에 뛰어 들었다. 겨울 새벽에 손 비비며 출근 버스를 탔다는 이야기를 하는 엄마는 그때를 상기하는듯 어느새 두 손을 비비고 입김을 불어넣는다. 그런 엄마가 바라보는 딸은 어떤 모습으로 살았으면 했을까?
난 엄마와 정신적으로 분리를 하지 못한 채 결혼을 했다.
하루에도 몇번 전화통화를 했고, 몸만 떨어져 있었지 그때도 나는 엄마의 미니미였다.
70년생 딸은 40년생 엄마가 생각하고 경험하고 들어온 대로 80~90년대를 지나 2000년대를 살아가고 있었다.
다른건 몰라도 엄마가 왜 이혼하는 딸을 받아들일 수 없었는지 조금은 알것 같다.
내 아이에게 거인으로 비춰질 부모인 나.
나는 아이에게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돌이켜 봐야겠다.
내 아이 만큼은 시대에 맞는 자신의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들리지 않는 나의 내면의 소리까지 집중을 해야겠다.
내 아이는 2020년대의 목소를 듣고 살아갔으면 하는 욕심이 난다.
대니얼 고틀립의 「가족의 목소리」
이 책이 절판된게 너무 아쉽다.
(저도 중고서점에서 구입했어요.)
내가그렇듯 내 주변에도 상처받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들도 부디 이 책을 통해 나의 내면에 숨어있는 목소리를 들어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