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완결판을 내놓지 않아도 좋은 하루.
완전한 나를 보여주지 않아도 좋은 날.
오늘이 그런 날이다.
누워서 책 읽는 습관으로 인생 첫 안경을 쓰게 되었다.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아직 익숙하지 않아 주변이 흐리게 보인다.
그리고 어지럽다.
안경을 쓰지 않아도 세상이 온통 뿌옇고 어지럽던 때도 있었다.
힘들지만 힘들게 보이기 싫었고,
언제라도 집으로 올지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쓸고 닦고 정돈을 했었다.
영화 [비포선셋]을 보니 [비포 선라이즈]가 궁금해졌다.
그들의 대화 속에 빠지다 보면 어느새 끝이 난다. 아쉽다.
앞뒤가 바뀐 영화 선택이었지만 언제 봐도 연결고리가 있다.
나의 최애 영화인 그 둘을 보고 있는데 빗소리가 들린다.
낮게 가라앉은 하늘, 빗소리, 연애세포 돋게 하는 영화.
거기다 휴일이니 보너스까지 받은 날.
노노가 피자가 먹고 싶단다.
어린이날이니 특별히 엄마가 받겠다고 했다.
(우리 모자에게는 현관문을 열고 누가 음식을 받느냐가 큰 문제다. 잠옷을 갈아입어야 하고 머리를 감아야 할 때도 있기에 누가 받을 건지 이야기하다가 음식 주문을 포기하기도 한다.)
빗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다고 하는
감성풍만 한 아들과 피자를 나눠 먹고 어린이날 겸 어버이날 축하인사를 건넸다.
그냥 평범해도 마음이 따듯해지는 감사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