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토닥토닥 내리는 빗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이런 날은 이불속에 쏙 들어가 번데기가 되어 책을 읽어도 좋은 날.
아쉬운 마음 뒤로 미루고 카네이션 화분을 넣어 둔 상자를 들고 출근길에 올랐습니다.
"엄마! 지금 출발해! 2시 반쯤 도착할 거 같아. 점심 먼저 드셔요."
"그래, 천천히 와라!"
직장을 옮겨 일한 지 8개월이 되었습니다.
정비공장에서 일을 하다 보니 라이트 전구와 브레이크 전구가 안 들어오는 차가 눈에 띄고
엔진오일이 얼마였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에서 머무냐고요?
'1234 *랜저 차량 우측 라이트 전구가 안 들어오네요. **원입니다.
''엔진오일은 **만원입니다. 아, 리콜 있나요? 네~ 지난달에 한 차량입니다.'
차 안에서 저렇게 놀이를 한답니다. ㅋㅋ
노래를 틀어놓고 DJ가 되기도 하고 큰 소리로 노래도 불러요.
저만의 놀이터가 된 출퇴근길입니다.
비 내리는 토요일 오후.
큰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고 라이트 전구도 두 개쯤 교환? 하고 엔진오일 한 개 교환? 할 때 들려오는
박 군의 한잔해.
추임새도 넣고 손장단과 어깨를 들썩이다 보니 어느새 친정집 앞마당입니다.
"얼마만이냐! 딸 얼굴 잊어버리겠다!"
서운한 마음을 나타내는 친정엄마와는 달리 아빠는 웃고 계십니다.
부모님과 오랜만에 마주 앉아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일어났습니다.
집에 잘 도착했다고 전화를 드렸더니 카네이션을 예쁜 화분에 옮겨 심었다고 합니다.
그냥 오지 꽃 뭐하러 사 왔냐고 하시더니 싫지는 않으셨나 봅니다.
"건강하게 지내셔요!" 하며 안은 뼈만 남은 아빠의 등이 닿은 제 손에 여운이 남아있습니다.
부모님은 이렇게 또 연민으로 남습니다.
'내가 대표로 다녀왔어!'라고 삼 남매 단톡 방에 남겼습니다.
아무 말 없는 언니,
'난 원래 안 갔는데 뭔 대표?'라는 남동생.
우리의 어긋나는 마음이 하나 되는 날은 언제일까요?
우리의 소원은 통일?
아닙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스스로 일어날 힘이 생겼으면 합니다.
엄지손톱만한 꽃이 핀 일요일 아침.작은 꽃 하나가 기쁨을 선사하는 일요일 아침입니다.
행복은 가까이에 있는데,
내 마음의 눈이 어두웠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