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 놈! 놈!

그들만의 리그

by 솔담

어제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 저녁을 먹었습니다.

소주잔을 기울이고 달달함에 취해 이야기를 나누었죠.

밥 잘 사 주는 예쁜 누나 할 거라면서 계산을 하겠다고 하니, 예쁜 누나 아니라며 미혼인 과장님이 계산을 하더라고요.


덩치가 커서 출입문 막고 있다고 놀리는 과장님과 경로우대라며 먼저 들어가라는 팀장님에 이어 삼단콤보 펀치를 맞았습니다.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길 건너 카페에 갔습니다.

다녀온 저는 '캐러멜 마키아또'를

사별한 언니는 '라떼'를

홍일점 미혼 과장님은 '아이스 아메리카'를 마셨습니다.


문득 새벽에 그런 생각이 들더라면서 "이제는 사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고 제가 말했어요.

라떼 언니가 "연애하는 거 아들이 반대해도 만날 수 있겠어?"라고 묻더라고요.

"내 인생인데 아들이 반대하면 안 만나야 하나? 지금까지는 돈 없는 남자도 괜찮다 생각했는데, 돈은 좀 있어야 할거 같아."라고 했더니

아이스 과장님이 "돈이 있어야 한다는 건 어느 정도"냐고 묻더라고요.

"빚은 없어야 할거 같아. 아이들 뒷바라지도 끝난 사람이면 좋겠다"라고 대답을 했죠.

라떼 언니의 대학생 딸은 이렇게 말한답니다.
"엄마! 돈 많은 사람이 왜 엄마를 만나겠어? 더 젊은 사람도 많은데......"라고요. 뜨악!!


그리고 이어진 영화 이야기.

"친구가 여자라면 이런 사랑을"이라며 추천해준 [노트북] 보고 내가 뭐라고 답했는 줄 알아?

“어머! 난 그런 사랑 할 기회가 남아있는 거네? 부럽지?”라고 문자 보냈다고 했더니

라떼 언니와 아이스 과장님이 박장대소하더라고요.


이 생각 저 생각으로 잠못든다는 라떼 언니와 아이스 과장님.

저는 눈 감았는데 눈뜨면 아침이라고 했더니 부럽다고들 하네요.

저도 잠 못 들던 시절을 보냈는데

산전수전 공중전, 이판사판 공사판 모두 겪고 났더니 잠도 잘 오더라! 했죠.


이렇게 삼색의 싱글들이 모여 그들만의 리그를 펼쳤답니다.


어제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서인지 오늘 라떼 언니와 일하다 눈이 마주치면 웃고, 지나가다 어깨도 쓰담 쓰담하며 위로의 시간을 보냈답니다.

이렇게 또 하루를 마감하며 라떼 언니의 마음을 느껴봅니다.


나이 들어 손 꼭 잡고 산책하며 살고 싶다는 아이스 과장님의 소원은 삼색 놈! 놈! 놈! 의 소원이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노년을 꿈꿔 봅니다.

인생을 담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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