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살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일들 중 하나.
이혼은 실패가 아니라 경험이다.
그때는 그랬다.
온 세계가 내 중심으로 돌아갔다.
내가 불쌍했고 내가 아팠고 또 아팠다.
큰소리로 엉엉 울며 사거리를 지나다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길게 누르는 경적소리에 바라본 신호는 빨간불이었다.
경험하기 전까지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겪은 그 새벽 위기의 순간에도 누군가는 나를 돕고 있었다.
몇 주 전 친구와 저녁을 먹으러 가다가 그 길을 만났다. 이제는 그냥 이야기하게 되는 그 일이 그때는 왜 그리 힘이 들었는지.......
잠든 아이를 바라보다 눈물이 나서 견딜 수 없을 때 차를 몰고 나가 산 중턱을 오르며 큰소리로 엉엉 울던 그때가, 가로등 하나 없는 시골의 산길을 무작정 걷던 그때가 이제는 크게 한숨만 내뱉어버리면 되는 일이 돼버렸다.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치유의 시간이 내게도 왔다. 내가 특별히 노력한 것도 없는데 시간이 흐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지금.
그때 펼쳐진 기나긴 길에는 다른 문이 보이지 않았다. 그 길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의미를 부여해준 나만 바라보는 작은 아이만 있을 뿐이었다. 그냥 무작정 걷다 보니 이제야 보이는 다른 세계로의 문. 그 앞까지 갈 수 있게 된 에너지는 끝을 알 수 없는 시간에 더해진 아이의 사랑이었다. 아프지만 않게 해달라고 믿지도 않는 신을 찾아 기도하던 그때.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내게 잠에서 깬 아이가 다가와 이렇게 말을 한다.
“엄마 벌써 일어났어?”
“머리가 아파서 깊은 잠을 못 자서 일어났어.”
“잠을 많이 안 자니까 머리가 아프지. 또 머리 주물러줄까?"
어제 아이는 약을 먹어도 아픈 나의 머리를 많이 만져 주었다.
“아들 손은 약손이다 우리 엄마 아프지 마라”
아픈 아이를 쓰다듬으며 했던 그 말을 이제 아이는 내게 한다.
나보다 훨씬 자라 버린 그 아이는 나의 미니미다.
이혼이라는 단어보다 상처를 주고받은 그 아픔이 제일 커 보였던 그때.
보이지 않던 문을 열 준비가 된 지금, 그때는 들리지 않았던 그 말을 이제는 내게 속삭여본다.
누가 잘못했는지 누가 옳은지는 상관없어.
이혼은 실패가 아니라 다른 경험을 한 것뿐이니까.
실패라는 단어를 쉽게 꺼내지 마!
왜냐고?
내가 내게 내뱉을 수 있는 가장 쉽고도 아픈 말이니까. 남들이 남에게 내뱉을 수 있는 가장 쉽고도 아픈 말이니까.
그래도 해야 한다면 그 결정권을 남에게 주지 마!
내 인생은 내가 정할 거니까.
그리고 '이혼'이라는 길목에 서계시는 분들께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내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주변에서 많이 아프게 할 테니까 자신에게 어떤 강요를 하지 말라는 그 말을.
시간이 흐르면 마주하게 되는 시점에서 올바르게 그때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그 말을.
이혼은 살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일들 중 하나이고 누구나 마주할 수도 있는 일이 내게 온 거라는 그 말을.
늦은 밤 문을 두드리며 찾아가 깊은 한숨을 내뱉는 나를 아무 말하지 않고 안아줄 그 누군가는 남이 아니고 나여도 괜찮다는 그 말을.
그리고,
우리는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고통을 겪고 나서야, 무엇이 자신을 바라는 대로 되지 않고 나서야, 비로소 어떤 것을 진정으로 배우게 된다.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 82p-
겪지 않아도 된다면 안 겪어야 할 것의 1순위가 '이혼'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