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느는 것
“덜컹덜컹 덜컹덜컹”
한성을 싣고 달리는 지하철이 내는 소리가 이상하게 바뀐다.
“철컹철컹 철컹철컹”
어이없는 생각에 한성은 지하철 문에 머리를 찧는다.
“고3이고 곧 성인인데, 뭐가 문제야?”
“아빠랑 자전거 타고 왔구나?”
목욕탕 앞에서 만난 두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근린공원에 갔던 날 거기서 만난 애기 엄마(심지어 내 또래 같았다)가 우리를 부녀 사이로 오해하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 유나도 나중에 언니만큼 크면 아빠가 자전거 가르쳐주겠네~ 아이 좋아~? 아빠랑 자전거 탈 거야? “
“아빠!”
인영이 아빠라고 장난칠 때 한성은 인영의 결혼식날 자신이 인영의 손을 다른 남자에게 넘겨주는 장면이 떠올라 지금 입을 열면 뜨거운 불이라도 뿜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성이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마음을 진정시키는 사이 인영이 한성의 다른 손목에 꽃을 묶어주었다. 그 모습을 지나가던 엄마가 보더니 눈이 반달이 되어선
“어머! 역시 딸을 낳았어야 했는데 “ 하더니, 유튜브를 시청하며 걷는 아들을 보고 큰 소리를 낸다.
“앞에 보고 걸으랬지! “
“이번 역은 성신여대입구입니다. 내리실 문은 “
곱창집 안으로 들어서자 혜정이와 석환이가 손을 흔든다.
“야! 여기야! 이쪽!”
한성이 둥근 철로 된 의자를 당겨 앉으며 석환에게 핀잔을 준다.
“야! 조용히 해. 너 원래 이렇게 목소리가 컸냐?”
“뭐가 커? 이 새키 안 본새 많이 소심해졌네 “
“야, 좀 조용히 말해. 혜정아, 얘 낮술했어?”
혜정 어깨를 으쓱거리며 눈을 내리깐다.
“나야 모르지. 야, 너 나 오기 전에 혼자 마시고 왔어? “
“아놔, 무슨 소리야. 나 술 안 마셨어! 덮어 씌울 걸 씌워라!”
석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식당을 울리자 한성이 다급히 석환의 옷을 잡아당긴다.
“알았어! 내가 실수했어! 앉아 “
“내가 뭐 앉으라면 앉는 너네 집 강아지냐? “
혜정이 고개를 돌린다.
“마셨네, 마셨어 “
“그래, 마셨다! 누가 늦게 오래?”
“언니, 여기 참이슬 빨간 거 두 병 주세요 “
“내가 회사에서 김대리 그 씹때끼 때문에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내가 곰 같은 마누라만 아니면 벌써 한강물에 뛰어들었어! “
“알았어, 알았어!”
“한성이 너 친구라고 너랑 혜정이 둘밖에 없는데 너 가고 나서 혜정이가 여잔데 둘이 못 만나잖아~ 그러니까 내가 혼자 술 먹다 알코올중독된 거 아냐! 엉엉 니들처럼 책상에 앉아서 일하는 인간은 내 마음 모르겠지! “
흥분한 석환이 앞에 있는 밑반찬을 전부 바닥에 밀어버리고 상에 엎드려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다.
“아 이새키 오늘 왜 이래 “
“선정아~ 여보~ 남편이 무능력해서 미안하다 엉엉 “
종업원이 쪼그려 앉아 깨진 유리잔을 치우며 말했다.
“괜찮아요. 아저씨 우리 가게 단골이라 사장님이 뭐라 안 해요”
한성이 답답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엎드려 우는 석환을 내려다본다.
“저 아저씨가 말하는 그 김대리라는 사람 진짜 씹때끼예요. 저번에 왔었거든요 “
혜정과 한성의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은 말없이 석환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